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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구름 May 30. 2023

좋은 선생님.

교단일기 8

나는 좋은 선생님이었을까?   


교사로 살아온 지 20여 년이 넘었지만 항상 드는 의문이 '나는 좋은 선생님이었을까?' 하는 것이다.  지금도 우리 반의 소중한 다섯 명의 친구들과 즐겁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아이들은 교실 체육시간에 구미베어 영상에 맞춰 같이 춤춰주는, 본인들의 아빠보다 나이 많은 선생님을 재밌어하고 2년째 같은 반인 친구들도 거부감 없이 대해주는 걸 봐서는 나름 괜찮은 선생님 인지도 모르겠다.

열심히 체육전담, 과학전담으로 살아온 이전의 학교에서 애써 주말까지 반납하면서 아이들과 스포츠클럽대회에 나가고 마라톤 대회에 나가고 했던 기억 때문인지 가끔 출장으로 본교에 가면 아이들이 ‘이준호 선생님이다!!’ 하며 다가와 소소한 이런저런 일들을 쫑알거리는 걸 봐서는 그래도 내가 있을 때 아이들에게 무서운 선생님, 어려운 선생님, 별로인 선생님은 아니었던 것으로 애써 짐작해 본다.


좋은 선생님이란 어떤 선생님일까?  요즘은 아동학대니, 학교폭력이니 다양한 이슈에 시달리는 선생님들에게 좋은 선생님이 되어 달라는 사회의 요구가 너무나 버거운 실정이다.  또 해마다 올라 하늘 높은 줄 모르는 물가 대비 교사라는 공무원의 봉급은 가벼워도 한참 가벼우니 말이다. 후배 선생님들 몇 데리고 밥 사줄 돈도 안 되는 몇 십 년째 동결된 부장 수당, 그래도 몇 해 전 2만 원 오른 쥐꼬리 담임수당, 호봉은 매년 한번 오르는데 물가는 한 달에 한 번씩 오르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으로 이제 교사라는 직업도 경제적인 매리트는 없다고 하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하지만 교사라는 직업이 어디 돈 몇 푼에 그 가치를 논할 것인가 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인간이 인간을 가르친다는 것은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인가?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할 수도 있는 교사라는 직업은 정말 소명의식을 가지고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직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금의 소위 MZ 교사들은 좋은 선생님이란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예나 지금이나 가르침의 진리는 아마도 아이들에게 따뜻한 배움과 지혜를 가르치는 어른이 아닐까 한다. 아이의 아픔에 공감해 주고 웃어른과 친구들과 동생들에 대한 예의를 알려주고, 아프고 다치지 않게 보호해 주며 새로운 것을 알고 배워나가는 것에 즐거움을 알도록 해주는 선생님이 좋은 선생님이라는 것을 후배들도 꼭 알아주길 바란다. 

 이미 나의 자녀세대들이 신규교사가 되어 현장에 나오고 있으니 시간이 많이 흘러 세대차이가 당연히 있는 게 사실이겠지만 이런저런 생각들이 나와는 다르구나 생각하면서 그게 그들의 생각이구나 하고 받아들여야 하는데 쉽게 맘이 그렇게 되진 않아서 걱정이다.  그들도 다 생각들을 하고 판단을 하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걸 테니 나의 생각을 강요하진 말아야 하겠다. 특히 학교의 관리자라는 직함을 달게 되는 선배라면 말이다.

 내가 어렸을 때는 청소년 인기 시간에 방송되는 ‘호랑이선생님’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을 무섭지만 따뜻한 마음이 있는 선생님이 아이들과 잘 풀어나가는 이야기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호랑이 선생님이었다가는 좀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왜 우리 애 기를 죽이고 그래욧~!’ 하며 득달 같이 달려드는 무개념의 학부모가 어디에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고 정책적으로 잘못한 말과 행동을 하는 아이,  학급의 수업에 방해를 주는 아이를 제지하고 생활지도 하기가 참으로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루빨리 교사의 생활지도권(이런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조차가 안타깝지만)등 교사의 정상적인 생활지도와 학생지도가 무책임하고 무례한 일부 학부모와 학생에게 침범당하고 어려움 당하지 않도록 정치권과 행정이 하루빨리 조치하여 우리 교육이 더욱 어려워지기 전에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아직도 학교는 열심히 따스한 가르침을 주려는 선생님들과 열심히 배우고 노력하려는 학생들이 훨씬 더 많고 전쟁의 폐허 속에서 몇십 년 만에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게 만든 우리나라 사람들의 부지런하고 선한 에너지가 있기에 작금의 어려운 현실도 잘 헤쳐 나가리라고 본다.   

좋은 선생님은 태어나지 않는다. 단지 열심히 노력하고 만들어지는 것일 뿐!

그런 좋은 선생님들을 위해 이 사회가, 학생들이, 학부모님들이, 학교가, 교육청이, 정부가 지원하고 보호하고 그 선한 뜻을 이뤄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 우리나라가 더 행복한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선생님이 좋은 학생을 만들고 좋은 나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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