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17
선생님에게도 드디어 그날이 왔다. 한 주의 마무리. 금요일
금요일 아침은 어느 때보다 바쁘다. 다음 주의 행사들과 교육활동들을 최종적으로 확인하여 학생들의 주간학습안내를 작성하고 이번주에 있었던 다양한 일들을 정리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번주에 결석한 친구는 없는지, 아픈 친구는 없었는지, 각종 수업과 평가는 잘 마무리하였는지 정리하고 학생들의 일주일을 마무리해주는 하루가 되겠다.
금요일 아침에는 아이들도 표정이 밝다. 지금의 학교는 작은 분교이기에 모든 선생님들이 아침 일찍 출근하면 학교 현관에서 아침 맞이를 하며 아이들을 맞는다. 12명, 유치원 2명을 합치면 14명의 학생들이 등교를 하게 되면 비로소 하루가 시작된다. 학생들은 작년까지는 학교 건물의 뒤편에 있는 주차장으로 학부모 차량을 타고 등교하여 학교 뒤편의 현관으로 들어오는 동선이었는데 작년 건물 뒤편 노후된 주차장을 학생들을 위한 탄성코트 포장을 하여 아이들의 순수한 놀이장으로 만들어 주고 학교 정문 입구 쪽에 주차장을 새로 만들어 학생들이 정문으로 올라오면서 아름다운 학교를 바라보며 등교하게 되었다.
학생들이 등교하는 모습을 보면 그날의 컨디션을 바로 알 수 있다. 금요일까지 열심히 공부하고 놀고 배웠던 아이들은 금요일은 다들 컨디션이 좋아 보인다. 다음날이 휴일이라는 것이 오늘 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은 교사도 그렇지만 학생들도 비슷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금요일은 오전 수업이 빡빡하게 있어도 금세 지나는 느낌이 든다. 급식 시간에도 즐겁게 식사를 하게 되고 마지막 한두 시간을 마무리하게 되면 한 주를 마무리하면서 퇴근할 수 있게 된다.
최근 선생님들의 금요일 조퇴가 화두가 된 적이 있었다. 교사의 조퇴는 연가를 사용하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5년 차 이상이 되면 약 21일의 연가를 쓸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교사가 수업을 하는 학기 중에 연가를 쓰기에는 참 어려운 점이 많다. 수업이 있는 날 연가를 쓰게 된다면 내 학급의 수업을 누군가 대신해 주어야 하는데 갑자기 누군가 연가를 쓴다면 전담 수업을 하는 전담교사가 수업을 대신해야 하는 보결 수업을 하게 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렇게 보결을 전담이 들어가게 되면 전담수업이 있었던 담임교사는 본인이 전담수업까지 해야 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게 되는 것이다. 기간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병가등은 학교에서 미리 시간제 강사를 구해 할 수 있게 하거나 기간제를 구하는데 연가등은 급한 일이나 사정에 따라 쓰는 것이다 보니 쉽게 구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이렇게 교사가 정해진 연가를 학기 중, 수업 중에 쓸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 평일 조퇴를 하면서 연가를 이용하게 된다. 그런데 교사는 다른 일반 공무원에게는 있는 연가를 사용하지 않았을 시 보상되는 연가보상비가 없고, 방학중 41조 연수라는 정해진 학교 외 연수를 허락해 주는 조금은 특별한 상황이 있다 보니 최근 공정성과 자신의 권리를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는 MZ 세대들은 내 연가를 방학 때 쓰는 게 아니라 학기 중 써먹을 수 있는 조퇴를 이용해 연가를 소진하고 내 권리를 찾겠다는 의식이 무척 강한 것 같다. 지금의 나이스 복무결재 시스템은 보통 교감선생님이 나이스 처리를 하면 승인이 되기 때문에 선생님들은 금요일 오후 의례히 조퇴하는 것이 일반화되듯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일부 학부모들과 학교의 현장을 바람직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교사들 편한데 금요일마다 조퇴하여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겠느냐 하면서 불만을 표하거나 민원을 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헌데 교사는 방학중에만 연가를 써야 한다는 규정은 없기에 평소 본인이 사용해야 하겠다고 하는 인사적 권리를 어떤 식으로든 제지하면 안 된다고 본다. 나 역시도 아직까지 금요일 오후 대다수의 선생님들이 조퇴하는 것은 바람직하게 보이진 않는 것이 사실이다. 나는 그렇게 조퇴를 하지도 않았고 나름 9 to 5 시간을 잘 지키려고 노력했었다. 내가 그렇게 한 것은 책임감이었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금요일에도 교직원들이 회의도 할 수 있고 교육과정에 대하여 준비하거나 대비할 협의나 회의도 가능하다고 보는데 지금의 현실은 금요일 조퇴교사가 너무 많다 보니 금요일 오후 일정은 대부분 잡지 않는 것이 일반화되었다고 생각해도 될 듯한 분위기이다. 나의 결론은 그렇다. 인사 권리는 중요하고 책임과 자신의 역할을 모두 했으면 금요일 오후 조퇴도 문제 되지 않는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연가일수 소진을 위해 조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꼰대라고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무조건 꼰대의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생가하는 것도 젊은이들의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이해를 바라듯 그들도 어려운 시기 여러 가지 경험을 하면서 이 학교를 지키고 있었던 선배들을 이해해 주는 면도 있어야 한다.
그들의 지혜와 경력에서 오는 혜안을 요즘 젊은이는 잘 모르고 정말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너희들도 곧 우리처럼 되는 거야. 너무 이기적으로 살진 말자. 학교에서 양보와 이해정도는 학교 문화를 만들어가는데 무척 중요한 사안이다.
금요일 오후. 누구나 자유롭지만 책임 있는 자유로움을 추구하자.
선생님의 일주일. 오늘도 이렇게 바쁜 선생님의 일상이 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