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려고 했던 사람. 그가 떠나고 14년.
이 사진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8년 2월 대통령에서 퇴임하고 그의 고향마을 봉화로 귀향하고 난 뒤에 우리 가족이 우연히 봉화마을에 들렀던 때 내가 직접 찍은 노무현 대통령의 사진이다.
2008년 5월.
어버이날을 즈음하여 가족들과 함께 울산 처갓집에 갔다가 한번 들러볼까 하고 들렀던 봉화마을. 노란 리본과 풍선들이 많았던 아직 정리되지 않아 어수선했던 그 마을에서 그를 만났다. 고졸출신 대통령, 인권변호사 출신 대통령, 재벌에게 당당하게 소리친 국회의원 출신 대통령.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려던 대통령을 좋아했다.
국가가 또 정부가 국민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고민했던 대통령, 강대국들에게 굽실대지 않으려고 애썼던 대통령, 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사랑했던 대통령. 지금까지의 대통령 중에 국민에게 군림하지 않고 권위주의와 재벌위주의 경제체제에서 벗어나려고 고민했던 대통령, 검찰, 경찰, 국세청, 국정원 등 권력기관을 잘못을 바로 잡으려 했던 대통령은 이제 우리 곁에 없다.
그래서 더 그립다.
사람냄새나던 국민을 사랑하고 국민을 먼저 생각한 노무현 대통령이 그립다.
내가 이 사진을 찍은 날 노무현 대통령은 밝은 얼굴로 관저를 찾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려 나섰다. 편안하고 사람 좋은 미소로 시민들과 허물없이 질문을 주고받고 농담을 하던 대통령은 일 년 뒤 2009년 5월 23일 우리 곁을 떠났다. 그리고 14년이 지났다. 그동안 4명의 대통령이 바뀌었고 지금에 이르렀다.
오늘 그의 추모행사의 글귀가 참 가슴에 와닿는다
'역사는 더디다. 하지만 진보한다.'
봉하에 갔었을 때 대통령을 만날지도 몰랐다. 찾아오는 시민들을 보러 나오는 줄도 모르고 갔었는데 가서 얼마 되지 않아서 대통령이 시민들을 만나러 나온다고 해서 대통령을 처음 보았고, 수수하고 털털한 인사와 이야기 속에 참 편안해 보인다고 생각을 했었다. 수수하게 입고 반갑게 인사를 전하는 대통령을 보고 우리나라의 최고 권력을 가졌던 사람이 퇴임하고 이렇게 편히 지내서 좋다. 앞으로도 이런 대통령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잠시 인사를 하고 들어가시기에 우리 가족은 관저 뒤에 있는 부엉이 바위 쪽이나 올라가 보자 해서 나들이 겸 올라갔다 내려오는 길에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대통령을 만났다. 그 자리에서 영광스럽게도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둘째를 집사람이 임신했을 때 선명하게 노무현 대통령 꿈을 꾸었었다. 그래서 대통령의 태몽을 꾸었다고 노무현 대통령에게도 말했었다.
' 아. 그래요. 훌륭한 사람 되겠네.' 하시면서 덕담을 해주신 기억도 난다.
사진을 찍고 비서진들과 자전거를 타고 관저로 돌아가시는 뒷모습을 보면서
"대통령님! 행복하세요!"
를 외쳤더니 뒤돌아 보며 인사해 주시던 인자한 미소가 떠오른다.
그렇게 우리 가족과 인사를 했던 그 노무현 대통령은 일 년 뒤 세상을 떠났다. 우린 큰 스승, 국민을 생각하던 리더를 잃었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
그가 떠나고 14년이 지난 오늘.
나는 문득 깨어있는 시민이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