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이과남자의 대화방법
이과남자와 오랜만에 만나 커피를 마시던 중에,
어떤 대화를 하다가 그가 무심하게 툭
저에 대해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방식이 너무 신박한 거예요.
비유만 보자면 꼭 그가 작가를 해야 할 것 같더라고요.
그 순간이 너무 기억에 남아
휴대폰 메모장에 몰래 적어두었었어요.
“넌 너무 자주 아프고 자주 울어.”
“내가 언제 자주 울었어. 억울해.”
“다 알아. 눈에 뭐 고이는 걸 한 두 번 본 게 아니야.”
“헐. 무심한 줄 알았는데 관찰력이 그렇게 좋았어?”
“내가 관찰력이 나쁘면 지금 하는 일을 못하겠지?”
(참고로 그는 전문직이자 서비스직...)
“맞네, 그랬었네...” (뒤늦은 깨달음)
“내가 너의 눈이 표면장력과 중력 사이에서 표면장력이 이기는 장면을 몇 번 봤지. 중력이 이겼으면 눈물이 주르륵 흘렀겠지. “
“아... 그런데 굳이 표현을 이렇게 이과적으로 해야 해? “
“이해하기 쉽잖아. 내가 모른 척했으니까 표면장력이 이길 수 있었던 거야. 괜히 알은 채 하면 중력이 이겨. 여자들은 꼭 그러더라. “
“아우~ 정말 못 말려. 연애 좀 많이 해봤나 봐?”
“안 들킨 줄 알았지? ㅋㅋㅋ”
“아, 몰라. 밥이나 먹으러 가자.”
그렇습니다.
그는 제가 아플 때도, 눈물을 꾹 참을 때도
다 알고 있었는데 모르는 척한 거죠.
울고 있을 때 이제 그만 울고 싶은데
누가 달래주면 참았던 눈물이 더 터지는 것처럼
울기 직전에 괜찮냐고 물어보면
꾹 참았던 눈물이 또르르 흘러버리고 말잖아요.
그는 이 원리를 아주 잘 알고 있었던 것 같았어요.
그래서 알고도 모른 척을 한 것이죠.
생각해 보니 그 이후에도
작은 다툼이 생길 것 같은 일이 생기거나
트러블이 생길 것 같을 때에
그는 언제나 알면서도 모른 체를 했습니다.
그러면 얼렁뚱땅 쓱 넘어가게 될 때가 많으니까요.
가끔 그런 그가 무심한 것 같아서 서운했는데
지나고 보니 살기 위한 나름의 지혜였달까요.ㅎㅎㅎ
그리고는 서로 기분이 좋을 때
위트를 섞어 자신만의 표현방식으로 이야기하는 거죠.
때론 이 방법이 좋기도 한 것 같아요.
대신 꼭! 위트를 섞어야 합니다. ㅎㅎㅎ
그는 그 위트를 이과적 표현으로 한 것이겠지요.
사랑은 서로 맞춰가는 과정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사랑에 불이 붙을 땐 무엇이든 맞출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서로가 가진 고유함이 드러나기에
서로가 조율하고 맞추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잖아요.
그럴 때 다툼보다는 위트 있는 대화가 훨씬 좋고요.
그러니 다툴 일이 생겼을 때 사용할 수 있는
나만의 필살기 하나씩 미리 만들어두는 건 어떨까요?
훨씬 더 관계도 부드러워지고
다툴 일도 적어질 거예요.
사랑은 원래 적당한 오글거림도
사랑이라 생각하고 감수하는 거니까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