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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화 Mar 09. 2022

먹는 게 세상 귀찮다

맥주와 거리두기

먹방 보며 나도 먹고 싶다~ 생각해보신 적 있나요?


먹는 게 세상 귀찮다면 어떨 거 같은가요?


먹방이 이해가지 않는 사람… 먹는 게 세상 귀찮은 사람… 커피가 끼니가 되는 사람 

한두 번 먹으면 당분간 그 음식을 먹지 않는 사람, 매번 눈에 보이는 음식을 안 먹는 사람. 

그게 제 식습관입니다.


예를 들어 저는 어렸을 때부터 사과를 좋아했습니다. 지금은 먹지 않습니다. 집에 항상 사과가 있기 때문이죠


이런 걸 이해 못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가끔 이런 식성을 부러워하는 분들도 계시죠. 


하지만 끼니를 매번 챙겨야 하는 게 즐거움이 아니라 매일 해내야 하는 숙제로 느껴진다면 생각보다 힘든 일이 됩니다.


작년엔 평소와 다르게 좀 심하다 싶게 먹기 싫고 살도 빠져서 병원에 가서 내시경, 초음파, 피검사까지 했습니다. 다행히 건강했고 의사 선생님은 스트레스가 많냐고 물어봤습니다. 심리적 요인인 것 같다 라는 뜻이었습니다.


잘 먹지 않아 예민해진 위를 가라앉혀주는 약을 먹으며 고민해보았습니다.

 

내가 스트레스받는 게 무었을까?  


스트레스가 없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람, 일, 금전적 여유 기타 등등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의 상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아!!     


지금 내게 가장 큰 스트레스.

바로 먹는 것이었습니다. 먹어야 하는 상황 그 자체가 스트레스였습니다.

먹기 싫을 뿐 배가 고프지 않은 건 아닙니다. 배고픈데 먹고 싶은 게 없을 뿐입니다.



그런 저에게 매일 아침에 커피 한잔과 저녁의 맥주 한 캔은 일용할 양식입니다. 


꽃 누르는 일을 하면서 맥주의 맛을 알게 되었고 언제부턴가 옆에 항상 있던 맥주는 그나마 먹고 싶은 음식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주일에 2~3번이었던 저녁에 맥주는 매일 저녁 없으면 안 되는 음료가 되었습니다.

매일 마시긴 하지만 딱 한 캔만 탄산음료처럼 마시는 게 습관이 되면서 콜라 좋아하는 사람들이 콜라를 끊지 못하는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하루 끝에 배고픔과 피곤함을 날려주는 시원한 맥주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걱정이 되었습니다.


너무 매일 마시나? 


라는 죄책감 아닌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괜한 걱정이었지요. 


잘 먹지 않는 식성이 절대 저는 알코올 중독이 될 수 없는 사람이구나 라는 걸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살기 위해 음식을 먹긴 하지만 맛이 없으면 먹지 않습니다. 그게 아무리 중독성이 강한 커피와 알코올 일지라 말입니다.


매일 먹던 저녁 맥주는 점차… 

일상이 되고, 고된 일을 끝내고 시원하게 마시던 때의 그 맛이 사라졌습니다.

단순히 배가 부른 음료가 되었어요. 미지근한 맥주처럼 맛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시원한 맥주와 저녁밥은 먹는 걸 좋아하지 않는 저에겐 낙이었는데… 지금도 일을 하다 보면 맛있는 맥주가 먹고 싶어 한 번씩 먹지만 그 맛이 나지 않습니다.


이제 다시 일주일에 1~2번 마실까 말까 하던 때로 자연스럽게 돌아왔고 일부러라도 마시지 않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꽃 누르는 일은 봄이 가장 바쁘고, 곧 무더운 여름이 올 거니 그때 다시 맛. 있. 는 맥주를 마시기 위해 잠시 거리를 두려고 합니다.


‘기다림의 미학’을 맥주를 통해 배우게 될 줄은 몰랐지만 즐겁게, 기분 좋게 맛있는 맥주를 마시기 위해 기다립니다.


여름에는 시원한 맥주를 마셨던 이야기를 신이 나서 쓸 수 있도록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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