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별일 없는 아침의 선물
올해 들어 딸아이는 학교에 수시로 가지 않겠다고 했다. 아침마다 “배가 아파, 머리가 아파”라는 말로 버티는 날이 늘었다. 이유를 물으면 “그냥 재미가 없어”라는 대답뿐이었다. 아침에 못 일어나 등교를 놓치거나, 결석으로 하루를 보내는 경우가 잦아졌다.
학원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몇 번을 옮겨봤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자다가 안 가고, 아프다며 빠지고, 이번 주만 해도 화요일 수업은 “늦게 가겠다”던 말이 결국 가지 않음으로 끝났다. 어제도 오후 다섯 시 수업이었는데 전화를 받지 않아 급히 퇴근해 집에 가보니 여전히 자고 있었다. 화를 내고 겨우 일으켜 세운 뒤, 저녁 7시 반쯤에야 겨우 학원에 나가 한 시간 수업만 듣고 돌아왔다.
그런 날들이 이어지니 마음이 늘 불안했다. 출근길에도, 회사에서도, 수십 통의 전화를 걸며 “제발 일어나서 가라” 애가 닳았다. 학교에서 전화가 오면 ‘오늘도 못 갔구나’ 하는 체념이 밀려왔다.
그런데 오늘 아침, 욕실에서 출근 준비를 하는데 딸아이가 말했다.
“엄마, 학교 갈게.”
그 말이 그렇게 반갑고 행복할 수가 없었다. 다른 집에선 평범한 일상일 텐데, 내겐 너무 큰 선물이 되어버린 순간이었다.
방학 내내 집에서 뒹굴며 무기력해하던 모습이 겹쳐 떠올랐다. 검색해보니 청소년 우울증의 전형적인 증상과 닮아 있었다. 어른들의 우울증이 깊은 침묵과 단절로 드러난다면, 청소년은 조금 다르다고 했다. 좋아하는 분야에서는 활발하게 보이지만, 학교나 학원 같은 일상에서는 무기력해지고, 이유 없는 결석이나 지각을 반복한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작은 일에도 짜증을 내거나 예민해지며, 때로는 신체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딱 우리 아이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마침 학교 상담 선생님에게도 전화가 왔다. 아이가 요즘 무기력해 보인다며, 약을 조금 먹는 게 낫겠다고 조심스레 권유하셨다. 아이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다행히 이 약은 중독성이나 후유증이 없고, 언제든 중단할 수 있다고 했다. 아이도 “괜찮아, 이건 아픈 거니까 치료해야지” 하듯 받아들였다. 예전처럼 정신과라는 단어가 낯설고 무서운 게 아니라, 마음이 아프면 병원을 찾는 게 자연스럽다는 걸 이해한 것 같았다. 그 점이 무엇보다 다행이었다.
물론 불안은 여전히 있다. 혹시 심각한 진단이 나오진 않을까, 앞으로도 학교를 버거워하진 않을까. 하지만 동시에 안도감도 있다. 적어도 아이가 병원에 가는 걸 거부하지 않았으니까. 그 한 걸음이 앞으로의 길을 열어줄 것 같았다.
직장 싱글맘의 하루는 여전히 전쟁이다. 회사 일도 압박이 심해 숨이 막히지만, 오늘 아침처럼 아이가 “학교 갈게”라고 말해주는 순간이 있기에, 또 병원이라는 낯선 길을 함께 걸어갈 수 있기에, 나는 하루를 버틴다. 평범함이 가장 큰 축복이라는 걸, 요즘 새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