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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성적인 회사원 May 09. 2023

[24] 직장 내 괴롭힘 신고의 장점

주변 사람들이 깨끗해진다

가해자가 직장내 괴롭힘 신고를 인정 받고 나서, 어떻게 행동했는지 이야기 하기 전에 이 이야기도 하고 싶다. 좀 쉬어 가는 시간이라고 생각해도 좋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 한 후 퇴사를 한다.




이전 글에서도 말했지만, 피해자들이 퇴사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 후 모든 사람들이 나를 피하고, 못마땅해하고, 눈치를 주는 그 상황을 정신적으로 버티기 힘들기 때문이다. 회사를 더 다니고 싶자만, 마음고생 끝에 퇴사를 결정한다. 



가해자로 인하여 받은 상처도 크고, 이것이 회복되지 않았는데 다른 사람들의 눈치라는 새로운 상처를 받기 때문이다. 아픈 데를 또 찌르는 건 아닌데, 새롭게 아픈 곳을 만들어 준다. 회사에 출근하는 것 자체가 가시방석이다. 사람들의 눈에서 나오는 가시가 다 느껴진다. 대부분의 신고자들은 이것을 버티지 못한다.



참고로, 나는 퇴사를 하지 않고 회사를 지금까지도 계속 다니고 있다. 



내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서 퇴사가 나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아주 좋은 방법이다.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고 '인정'을 받은 다음에 퇴사를 할 경우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괴롭힘에 지친 나 자신에게 휴식과 안정을 주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가해자가 원하는 행동을 해주고 싶지 않아서 퇴사하지 않았다. 순전히 오기와 객기이다. 사실, 옆자리의 박 과장의 도움이 제일 컸다. 아마 박 과장이 없었으면 나도 다른 피해자들처럼 회사에서 오래 버티지 못하고 퇴사했을 것 같다. 회사에서 혼자 왕따 당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박 과장이 나에게 어떻게 도움을 주었는지는 [23] 화를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내가 퇴사를 안하고 꿈쩍도 하지 않고, 버티고 앉아 있으니 다른 사람들도 분명 당황했을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 하고 나서 1년이 지난 지금 느끼는 점이 하나 있다. '비가 온뒤 땅이 굳는다고 해야 할지' , '인생지사 새옹지마 라고 해야할지' 어떻게 예를 드는게 좋을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것은 있다. 




과거에 비해 오히려 회사생활이 상쾌해졌다는 것이다.




'아까 전만 해도, 사람들이 눈치를 주고, 피하는 게 너무 힘들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냐?' '앞에 한말을 벌써 잊어버린 것이냐?' '무슨 소리냐?'라고 의문을 가지실 것 같다. 앞에 한말은 사실이지만, 지금 한말도 사실이다.



 

중요하니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 하고 회사에 계속 남아 있을 경우 회사 생활이 상쾌해진다. 나는 그래서 직장내 괴롭힘을 신고한 다른 분들이 퇴사를 안 했으면 좋겠다. 끝까지 버텨보셨으면 좋겟다.




회사에서의 인간관계가 상쾌하게 바뀐다는 것을 느껴보셨으면 좋겠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래도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봐 주었으면 좋겠다. 상쾌해진다는 것은 인간관계에서 자정작용이 일어난다고 표현하는 것도 적절한 것 같다. 더러운 것은 물러나고, 깨끗한 것이 들어온다.



예전에는 다른 사람에게 위협을 하거나, 욕설을 하고,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어슬렁 거렸다면, 이제는 그러한 사람들은 내 근처에도 오지 못한다. 오히려 나의 눈치를 본다. 본인도 본인의 행동이 잘못된것을 아나 보다. 아마 직장내 괴롭힘으로 신고당할까 봐 두려워서 못 오는 것일 거다. 




이러한 사람들이 나의 눈치를 보는 것도, 참 신비로운 경험이다. 내가 늘 무서워 하던 사람들이 나의 눈치를 본다는 것이 말이다. 나는 과연 그동안 무엇을 무서워하고 두려워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렇게 해서 점점 더러운 것들이 멀어진다. 




더러운 것들은 회사에서 나를 못 건드린다. 한번은 본인이 말 실수를 하고 나서 "지금 혹시 녹음하고 있어요??" 라고 눈치를 보면서 나에게 물어보더라. "녹음 안하고 있어요" 라고 답변을 해주었더니, 상대방의 표정이 밝아지면서 이렇게 대답을 하더라. "미안해요, 마음에 담아 두지 말아주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사과를 받다니 하핫. 



타인을 괴롭히는 사람들은 사실 약한것 같기도 하다. 더 강한 힘에 쉽게 무릎을 꿇는다. 태세 전환이 아주 빠르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만만하지 않고, 자신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사람에게는 잘 대해준다. 



이렇게 약한사람에게 강하고, 강한사람에게 약한 이러한 행동들이 진짜 역겹다.



그리고, 가해자를 싫어했던 사람들, 가해자에게 피해를 보았지만 신고를 못한 사람들이 내 주변으로 하나 둘 몰려온다. 천천히 말이다. 그들은 조심스러운 사람들이기 때문에 조용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눈치 채지 못할 수도 있다.



정말 용기 있다며 나를 좋아해 준다. 

덕분에 회사 생활이 편해졌다고 고마워 한다.

술자리에서 응원의 한마디씩 해준다. 



이러한 응원들은 회사에서 눈에 띄지 않게 나를 배려를 해준다. 내가 어려운 일이 있거나, 업무에 지장이 있을 때 이분들이 나서서 도와준다. 



물론 이러한 장점들이 하루아침에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3개월의 시간이 흘러야 하는 것 같다. 물론 그 시간을 버티는 건 쉽지가 않다. 나도 내 옆자리의 정신의학과를 같이 다니는 박과장이 없었으면, 버티기 힘들었을 것 같다. 



그래도 이러한 장점이 있다. 다른 피해자 분들도 가능하다면 인간관계가 깨끗해지는 상쾌함을 한번 느껴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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