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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성적인 회사원 Apr 16. 2023

[15] 직장 내 괴롭힘 조사가 진행되었다

가해자는 얌전히 있지 않았다. 가해자가 움직였다.

본격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 조사가 진행되었다.



나는 인사과와 면담 이후 목격자 들은 하나하나 찾아갔다. 혹시나,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그들에게 진술을 잘 해달라고 부탁하러 간 것이 아니다. 



나는 '사회성'이 뛰어난 편은 아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사회부적응자'에 가깝다. 사회성을 기르기 위해 노력하는 INTP이다. 혼자 다니는 것을 좋아하고, 말을 유창하게 잘하는 것도 아니며, 공감능력도 뛰어나지 않다. 내가 사회생활을 잘했으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맡은 바 일은 열심히 하고, 주변에 피해를 안 주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사회성이 부족하지만 모두와 같이 원만하게 지내려고 신경을 많이 썼다. 



나는 주변에 피해를 주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다.



그래서 신고 후 목격자들을 하나하나 찾아가서 양해를 구했다. 나 때문에 피해를 보게 된 것은 그들이기 때문이다. 이제 그들은 인사과에 불려 다니면서 면담을 하게 될 것이다. 인사과가 갑자기 부르면 당황할 수가 있어서 미리 상황 설명과 사과를 하였다. 



"제가 현재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어요"

"신고 문서에 목격자로 적었는데, 저 때문에 인사과와 이야기를 하실 수도 있습니다"

"갑작스레 인사과에서 연락이 오면 당황하실 것 같아 미리 말씀드려요. 정말 죄송합니다"



나중에 인사과에서 나에게 "목격자들을 만나서 이야기한 적이 있나요?"라고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그래서 미리 가서 사과와 양해를 구했다고 말을 하였다. 인사과에서는 나에게 이러한 행동도 조심하라고 하였다.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청탁이나 뇌물로 말이다. 그래서 이 말을 들은 이후로는 목격자들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하지만, 가해자는 그런 것이 없었다. 이 인간은 오해를 사는 것에 상관없이 목격자들에게 접근을 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말이다. 나도 전해 들은 이야기이다. 



가해자는 목격자들에게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가해자가 어제 저에게 전화 와서 한 시간 동안이나 신세한탄하고, 나는 그런 사람아니라고, 너는 알지 않냐고, 자기는 너무 억울하다고 하더라고요. 중간에 끊을 수도 없고, 너무 힘들었어요" 



가해자는 감성팔이를 하면서 목격자들에게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였다. '가정이 있다느니' , 'ㅇㅇㅇ대리 가 민감하다느니', '이상하다느니', '피해망상 이라든지' 이런 식으로 말이다. 중간에서 이간질을 시작하였다. 어떤 사람은 전화가 아니라 매일 같이 불려 가서 한, 두 시간 이야기를 들어줬다고 한다. 



"내가 그런 적 있냐?? 너 기억나?? 나 그런 말 한 적 없잖아!!"

"그 새끼 나 몰아내려고 지금 생쇼 하는거야!!"



이런 식으로 말이다. 피해 사실에 대해서 목격자들이 기억하고 있는지 하나하나 확인을 한 것 같다. 이렇게 가해자는 목격자들에게 접근을 하였다. 만날 수 있는 사람은 만나고, 전화로 가능한 사람은 전화를 하면서 말이다. 가해자의 이 행동이 목격자 진술에 어떻게 작용할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불안했다.



가해자는 현재 부서에 오래 있었고, 나는 부서이동으로 온 지 얼마 안 된 사람이기 때문이다.



가해자를 두려워하는 목격자들이 과연 제대로 진술을 해 줄까 걱정이 많이 되었다. 지금 와서 하는 말이지만, 다들 최선을 다해서 진술을 해주었다. 정말 고맙다. 가슴 깊이 고맙다. 이것을 알게 된 것은 나중에 내가 민사소송을 하게 되면서이다. 원래는 목격자 진술서를 내가 보지는 못하는데, 민사소송을 하면 볼 수가 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민사소송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다시 말을 하겠다.



조사는 정말 여러 사람들은 지치게 하였다. 왜냐하면 나는 증거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괴롭힘을 당했다는 '주장'만 있고, '증거'가 없었다. 그래서 나 같은 경우 목격자의 진술이 중요했다. 목격자는 가해자와 나와 같이 일을 하던 회사 동료이다.



다만, 목격자들은 나와 같이 보낸 시간보다 가해자와 보낸 시간이 더 많았다. 




최소 4년, 최대 10년까지 다양했다. 이것은 변수였다. 당시의 내 마음은 '나는 피해자자나'. '나는 가해자에 의하여 정신을 잃고 쓰러져 죽을뻔한 사고를 겪었잖아'. '그리고 나 말고도 가해자에게 괴롭힘을 당한 사람들도 많잖아'. 그래서 목격자 진술이 잘 진행되어 조사가 무난하게 흘러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인 생각도, 가해자가 목격자들에게 접근하고 다닌 다는 것을 들은 이후로 불안감으로 바뀌었다. 정말 쌍욕이라는 쌍욕을 일주일에 3회 정도 들었는데, 녹음파일이 하나도 없다는 게 아쉬웠다. 그리고 화가 났다. 왜 내가 증명을 해야하는지 이해 할수가 없었다. 나는 피해자 인데 말이다. 녹음을 하나도 안한 나 자신을 자책하며 스스로 때리기도 하였다. 불안함을 기반으로 한 감정이 소용돌이 쳤다.



나는 이 불안감에 늘 위축되어서 회사생활을 하였다. 너무나도 힘들었다. 어깨를 움추리고 다니고, 주변 눈치를 보면서 조심히 걸어다녔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목격자 진술을 하고 온 사람들이 자리에 와서 한숨을 쉬는 것을 들으면 죄책감이 밀려왔다. 목격자 진술이 보통 한 시간에서 두 시간가량 진행된다고 하더라. 나 때문에 일하는 도중에 한~두 시간씩 조사를 받고 오는 것이다. 지치지 않으면 이상한 것이다. 목격자 들이 내 탓을 하지 않으면 이상한 것이다. 




그리고, 가해자가 추가로 한 행동이 있었는데, 가해자도 나처럼 임원분들에게 메일을 보냈더라. 억울하다고 말이다. 정말 반성이라는 것을 하지 않는 인간이다. 지독하고, 독하다. 진짜 독종이다. 가해자의 행동 이후로 나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더 이상해졌다. 아프고 힘들었다.




참 재미있는 게, 더 글로리라는 드라마에서도 가해자들은 단 한 명도 반성하지 않는다. 마지막 까지도 반성하지 않는다. 그들은 모두 무조건 '남 탓'을 한다. 자신의 잘못은 단 하나도 없다. 남에게 피해를 줘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절대 가지 않는다. '대체 뇌 속이 어떻게 되었는거지 이 인간들은'



결론은 쓰레기 놈들이다



내가 오픈 채팅방에서 약 200 명이 넘는 사람들과 상담을 하였는데, 반성한 가해자는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다. 반성하는 척 속여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멈추게 한 후, 피해자를 더욱더 괴롭히는 악랄한 인간도 본 적이 있다. 이전보다 괴롭히는 방법이 진화해 가지고, 정말 교묘하게 괴롭히더라. 



개쓰레기 놈들이다



후... 가해자 욕은 그만하겠다. 시간 낭비이다. 어차피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 물리법칙만 통하는 짐승들이다. 약육강식의 이치로만 움직이는 단순한 놈들이다.




나는 내가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하고 나서, 이 정도까지 힘이 들 줄은 몰랐다. 그래도 나로 인해 발생한 모든 일들은 내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행동으로 인해서 주변이 바뀐 것이니 때문이다. 내가 만들어낸 파도에 사람들이 휩쓸리기 시작했다. 휩쓸린 사람들은 자연스레 '내 탓'을 하였다.




나는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려고 했는데, 너무나도 아팠다.



나의 죄책감,

다른 사람으로부터의 원망의 시선, 

목격자 분들의 한숨, 

나를 슬슬 피하는 사람들,

매서운 눈초리들,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려고 했는데, 너무나도 아팠다. 



죄책감에 의하여 마음 구석구석 찢어지듯이 고통스러웠다. 시선에 의하여 온몸이 따가웠다. 한숨에 의하여 나 자신도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나를 피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너무나도 미안했다. 매서운 눈초리에 의하여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하루하루 의기소침 상태에서 회사를 다녔다. 주변을 안 보려고 고개는 축 처지고, 팔다리에는 힘이 없어서 발을 질질 끌면서 걸어 다니고, 산 송장처럼 살았다. 좀비가 적당하겠다. 



그러다가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 피해자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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