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성적인 회사원 Apr 21. 2023

[18] 상담사와 자살충동에 대해 이야기 하다

마음이 힘들 때는 꼭 전문 상담사를 찾아가자. 돈은 나중에 또 벌면 된다

지난번에 정신과 약을 먹는 회사 동료이야기를 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 동료의 추천으로 전문 상담사를 찾아가 보았다. 나에게 이 걸 알려준 그 동료는 대체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여튼, 확실히 전문 상담사는 다르더라. 중간중간 고개 끄덕끄덕 리엑션과 감탄사가 정말 엄청나다. 정말 편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하고 조언을 얻었다. 



이 녹음파일을 보여주지 못하고 글로 전달해야 하는 게 아쉽다. 근데 녹음 파일을 들어보니 너무 어버버 말하기도 하고, 울먹이면서 말하고 있어서 도움이 될 것 같진 않다. 중간중간에 대화에 흐름에 상관없이 그냥 내 이야기만 하는 부분도 있는데 그냥 그대로 넣었다. 아마 대화의 흐름이 일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



대략 20분가량의 녹음파일이다. 내가 가급적 글을 읽기 쉽게 적으려고 하긴 했으나, 녹음에 따라 거의 대화체 그대로 넣었기 때문에 읽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양해 부탁한다.






상담사: 상황을 한번 자세히 이야기해 주세요.

 : 2월 8일쯤에, 그러니까 저번 주 화요일쯤에요. 한 오후 2시경에 자리에서 업무 보고 일어났는데 뒷목이 쭉 당기더니 기억이 없더라고요. 근데 일어나 보니까, 누가 저를 계속 때리면서 깨우는 거예요. 그리고 이제 그대로 이제 응급실 실려가서 검사 다 받았어요. 엑스레이 ct 피검사 심전도 이거 다 받았는데 모든 수치가 다 정상이 나왔고요



상담사: 아이고... 그랬군요

: 의사는 이게 미주 신경성 실신이라고 하는데요. 그냥 물 많이 먹고 컨디션 조절하라고 하더라고요. 신체에는 이상이 없다고 했어요. 



상담사: 정말 다행이네요.

나 : 맞아요. 이게 운이 좋았어요. 근데 집에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제가 이대로 쿵 쓰러졌는데, 바로 바닥에 머리를 박아서 다행이지. 근처 모서리나 눈이나, 여기 , 이빨이 박았으면 정말 큰 사고로 이어질 것 같아서 되게 무섭더라고요. 



상담사: 많이 무서웠겠어요.

나: 그래서 이게 왜 이런 일이 발생했나 생각해 보니까, 이게 심각한 정신적 긴장감이 있을 때 발생한다고 하는데 직장에서 저를 되게 괴롭히는 사람이 있거든요. 저희가 월요일마다 회의가 있는데, 그 사람이 당일에 오전에도 와서 "앞으로 너 때문에 나는 회의를 안 들어가겠다" "네가 나의 안 좋은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이렇게 막 위협을 하고 갔어요. 아마 그때부터 긴장감이 되게 심해서 사고가 발생한 게 아닐까 생각을 하고 있어요.



상담사 : 그분은 어떤 분인데요?? 회사 직급이 높나요??

나 : 직급이 엄청 높지는 않아요. 그냥 회사 선배예요. 워낙 관련해서 문제가 많아서 지금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도 좀 약간 동떨어져 있는 사람이에요. 새로운 사람들을 계속 괴롭힌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부서이동으로 현재 부서로 왔거든요



상담사: 아 그렇군요. 현재 부서에는 언제 오셨어요?

 : 원래는 저기 ■■■에 있다가 작년 6월쯤에 지금 부서로 왔어요. 그때부터 폭언, 폭행...



상담사: 폭행이요? 때렸어요?

나: 맞은 적도 있습니다.



상담사: 신고 안 하셨어요?

나: 신고는 지금 준비하고 있어요. 그동안은 부서이동으로 온 지 얼마 안 돼서 사고 안 치려고 참고 있었어요. 근데 이번에 큰 사고당하고 나서 목숨이 위험하겠다 싶어 가지고, 지금 신고 준비 중에 있어요. 근데 담당 인사과 직원이 지금 코로나 확진 되가지고 다음 주부터 진행을 해 주겠다고...



상담사: 인사과에 이미 이야기하신 거군요.

나 : 네, 제가 집에서 메일을 썼어요. 이런 일을 겪었다. 근데 몸에 이상이 없다. 정신적 이상 같다. 내 생각에는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괴롭히던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사고 당일 오전에도 나를 위협을 하고 가서 이게  스트레스가 되어 사고가 발생한 것 같다. 이렇게 메일을 보냈었어요. 



상담사: 그래요 잘하셨어요.

나 : 참다 참다 메일을 보냈는데요. 지금 신고는 신고대로 진행되고 있는데, 사실 좀 그게 있어요. 뭔가 지금 불안 증세랑, 우울증이랑 올라오고요. 그냥 막 깜짝깜짝 놀라는 게 있어요.



상담사: 예를 들면 좀 어떤 식으로 놀래요?

나: 갑자기 큰소리 나면 원래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는데,  이제는 소스라 치거나, 덜컥 놀라고 그래요. 온 신경이 곤두 서거나 그래요.



상담사: 예민해진 거군요.

나 : 그리고  제가 휴가를 쭉 썼는데요. 사고 나고 나서부터요. 한 번은 집에 있기 너무 답답했어요. 제가 책 보는 거 좋아해서 책 사러 나갔어요. 운동도 좀 할 겸 걸어서 30분 거리를 다녀왔거든요. 근데 좀 가다 보니까 막 숨이 안 쉬어지고 그랬어요. 눈물도 나고 불안하고 뭔가가 막 올라오더라고요. "이겨내자 이겨내자" 하면서, 못 이겨내고 돌아왔는데 비슷한 게 계속 남아 있어요.



상담사: 공황 비슷하게 오셨나 봐요

나: 오늘도 회사 오기가 되게 힘들었어요. 어제는 괜찮았는데 오늘은 너무 힘들어서 집에 다가 말을 했어요. 너무 힘들다고. 제가 부모님이랑 같이 사니까 지금 상황을 부모님이 알긴 하시는데, 옛날 분이다 보니까 "네가 잘 참았어야지" 



상담사: 옛날 분들은 그냥 참아라 이렇게 말씀들 하시죠

나 : "회사 생활이 원래 그런 거다 네가 잘 참았어야지", "오늘도 그냥 가서 이겨내야지"  이러셨어요. 저는 너무 힘들다고 하고 안 가려고 했는데, 억지로 막 밖으로 나왔어요. 이때는 왜 사나 이런 생각도 많이 들었어요. 아무한테도 이해받지 못하고 있어서요. 그리고 막 충동이라 오더라고요 



상담사: 어떤 충동이 왔어요? 

나 : 막 그냥 살고 싶지 않다는 충동이요. 그게 오늘 오전에 좀 많이 들었어요. 그전에는 이렇게 까지는 아니었거든요.




자살충동이 왔다고 하니까 상담사가 움찔 하였다. 상담할 때 사람들이 쉽게하는 이야기는 아니겠지... 상담사에게 미안해지기도 했다. 지금은 나도 직장내 괴롭힘 관련하여 상담을 하고 있다. 오픈카카오톡을 통해 질문을 받고 답변을 해준다.  




상담을 하다보면, 정말 가지각색의 피해자들과 대화를 하게 된다. 오랜 시간 동안 가스라이팅을 당해 정신이 망가진 사람들이 나에게 자주 하는 말이있다. 그들은 이야기 하는 도중 나에게 '너무 힘들어서 죽고 싶어요' 라고 말한다. 그때 마다 나도 할말이 없더라. "죽으면 안돼요!!" 라고 말해본적도 있고, "왜 그렇게 생각했어요?" 라고 물어본 적도 있다. 



그들에게 무슨 말을 하든, 모두 다 소용이 없었다. 너무 힘들어서 죽고 싶다는데 어쩌겠는가. '퇴사를 하면 그만 아닌가?' 라고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분들은 퇴사도 하지 못한다. 책임져야할 가족이 있다던지, 평생을 몸바쳐온 직장에서 도망치듯 나오기 싫다든지, 여러가지 이유들이 있다. 



'죽고 싶어요' 라는 말을 들을때 마다 참 할말이 없다. 어떻게 해야할지 당황스럽다. 나의 상담사도 같은 마음이였을까? 그런데 나는 그 당시 너무나도 죽고 싶었다. 그냥 삶의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별거 아닌 일인데, 당시에는 이 사건이 나에게 정말 크게 다가왔다. 



오랜시간 가해자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해서 였을까... 글을 쓰고 있자니, 당시의 상담사의 마음은 어떠했을지 궁금해진다.


 




다시 원래 이야기로 돌아가겠다. 상담사는 굳은 표정으로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상담사: 그런데 이 자살 충동에 그 배경이 되는 생각들이 있을 것 같아요. 이야기를 들어보면 순전히 피해자신데, 이게 또 어떻게 자살충동 까지까지 이어졌는지요.

나: 제가 기록하는 걸 좋아해서 기록을 쭉 해놓거든요. 그날그날 기록을 했는데 그 기록들을 보다 보니 이런 생각이 많이 들은 것 같아요. 


'내가 거의 반평생 회사를 가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 왔는데', 

'그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았는데'

'학업 경쟁부터 시작해서, 하고 싶은 거 안 하고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그런데 거의 죽을 뻔한 사고를 당했으니까, 뭐가 맞는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대체 내 지금까지의 삶은 무엇이었나 하는 그런 생각이에요



상담사: 그러면 허망하겠어요

나: 지금은 약간 복수심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상담사왜 그렇죠?

나 : 억울해요. 이런 사람을 회사에 내버려두어가지고요, 이분은 직장 내 괴롭힘 비슷한 걸로 인사과를 이미 몇 번 다 여온 사람이거든요. 


상담사: 피해자가 한두 명이 아니겠네요. 나이가 좀 있는 사람이에요?

나 : 저랑 점심도 같이 먹어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47살 그 정도 같아요. 지금 부서 왔을 때도 사람들이랑 친해지니까 "저 사람 진짜 조심해야 해요" 이런 조언을 엄청 해줬어요. 다른 사람 이야기 들어 보니까 새로 온 사람은 무조건 그렇게 기를 죽이고 욕하고 막 그런다고 해요. 근데 당하는 사람이 강하게 나가면 멈추고, 또 새로운 사람 오면 또 하고요. 



상담사: 되게 나쁜 사람이네요. 

나: 근데 저는 당할 때 크게 반발을 못 했으니까.... 반발하는 성격도 아니고 그러다 보니까.... 하.... (눈물 이 나서 말을 더 못 함)



상담사: 고생 많으셨어요.

: 지금은 불안 증세가 되게 심한 것 같아요






상담사: 그게 단순히 이제 쓰러졌던 날 있잖아요. 그 사건만이 아니고 그전부터 이 엄청난 스트레스가 계속 있었던 거예요. 지금 증상은 본인도 이야기했지만 지금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에 준하는 증상들이에요. 되게 예민해져 있고, 관련 자극에 대해서 되게 거부감이 들고 화가 난다거나 또는 죽고 싶은 생각도 있고요.

 : 맞아요. 너무 충동적입니다. 이게 그러니까.... 막 가서 때리고 싶어요. 그분을요. 지금 너무 충동적이에요.



상담사: 너무나 당연한 감정이고요. 그거 다 이렇게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다 극복될 수 있어요. 그리고 그만큼 내가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했구나 그렇게 이해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스스로의 마음을요. 병원 가서 진단받거나 하신 적은 있어요?

나 : 정신과를 금요일 다녀왔어요



상담사: 금요일에 가셨군요. 어느 병원 혹시 가셨어요.

나: 제가 사는 곳 가까운 데로 갔어요. 보통 들어보니까 정신과는 이렇게 이야기하는 끼보다는 약을 처방해 주는 게 우선이더라고요. 의사 선생님께는 오늘 이야기한 상황을 이야기를 해줬어요. 관련 사항을 얘기하니까 그분도 당황하셨는지 '혹시 목격자 있냐고' 그러니까 진술해 줄 사람이 있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진술해 줄 사람이 있다"라고 이렇게 말하니까, 그러면 일단 항 우울제랑, 진정제 주고 mmip 2 검사지를 줬어요. 660개짜리요. 그거 다 하고 이번 주 토요일에 다시 가기로 했어요. 



상담사: 집 근처예요.? 

나 :집에서 한 20분 30분 걸어가면 돼요.



상담사: 일단은 꾸준히 가시는 게 좋아요. 지하철 타는 것도 좀 힘들 수가 있으니, 걸어갈 수 있는 데로 가요.

나 :  






상담사: 그리고 일단 지금 급성 상태예요. 쉽게 말해서 정신과적인 질환도 일반 다른 신체 질환과 마찬가지예요. 초기에 뭔가 확 올라오기 시작할 때 이렇게 투약해 가지고 증상 잡아주는 거 되게 중요하거든요. 그러니까 지금 병원도 가신 거 잘하셨어요. 스스로 판단해서 잘 방문하셨고요. 토요일에도 꼭 가셔가지고 처방해 주는 일단 당분간 꾸준히 드시는 게 좋아요.

나 : 약 먹으면 진정이 되더라고요



상담사: 그래야 뭔가 이제 좀 마음을 진정을 하고, 현실적인 대응이 가능해지거든요.

나 : 뭔가 그냥 맹한 느낌이 들어요. 정신이 끊겨서 맹한 느낌이 들어서 이게 진정이 되는 건지 뭔지 잘 모르겠다는 그런 느낌이에요



상담사: 일단은 이게 트라우마죠. 그러니까 트라우마틱한 스트레스가 겪고 나면 되게 기억이 파편화돼요. 그러니까 뭔가 정리가 안 돼요. 간단히 말해서 이 상황이 정리가 안 되고 혼란스럽거든요.

 

그런데 어쨌거나 그걸 정리가 되어야 뭔가 대응도 되고 나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고, 그렇게 되는 거거든요.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투약도 굉장히 중요해요 이렇게 또 한 1~2주 꾸준히 또 그 이상 또 드시다 보면 뭔가 이제 좀 안정이 되면서 대응도 잘 될 것 같아요.


 

어쨌거나 지금은 또 현실적인 대응 상황도 생긴 거잖아요. 또 인사과에서도 이제 뭔가 이런저런 이야기도 물어볼 거고 아마 그럴 거예요


나 : 맞아요. 저한테 미리 작성해 놓으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당일에 말하면 말을 잘 못할 수도 있으니까 뭐 사건 같은 거 기억나는 사건이라든지 목격자 날짜 등이요.



상담사: 기록 같은 거 잘 적어 놓으신다고 하셨죠? 분명히 그런 것도 활용이 될 거예요

나 : 그저 큰 사건만 적어놔서....



상담사: 피해자세요. 피해자 이시고 본인 잘못은 하나도 없습니다. 너무 자책할 필요가 하나도 없고요.

나: 이게 자책하니까...  제가 막 중고등학교 때도 괴롭힘을 많이 당했거든요. 그래서 막 그 생각도 나고 그래요.



상담사 : 그때 정말 막 올라왔겠어요.

나 :  그 사람이 저를 구타 유발자라고 하면서 괴롭히거든요. "너 이 새끼는 이상하게 좀 구타유발하는 것 같아". "구타유발자야 이 새끼야" 하면서 괴롭히거든요. 근데 뭔가 내가 진짜 구타유발자인가.... 이런 생각이 들어요. 어렸을 때 중고등학교 때 괴롭힘 당했다는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자책을 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상담사 : 상처가 있으니까 더 아프셨겠어요. 그 자체가 전혀 현실적으로 말이 안돼요. 생각해 보시면 아시잖아요.  구타유발자가 세상에 어디 있겠습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고요. 가해자들의 비겁한 생각들이에요. 그 사람이 나쁜 놈이에요.

나: 왜 인사과가 이 사람은 계속 가만히 두는지 잘 모르겠어요. 



상담사 : 그리고 이번에 어떤 처벌을 원하는 이런 질문이 있을 수도 있어요. 절대 합의나 이런 거 안 된다고 하세요. 나중에 또 다른 데 가도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길 거 아니에요. 

나: '저같이 내성적이고 이런 사람을 괴롭혀서 제2 피해자 발생하는 거 원치 않는다고 사직 요청한다' 그렇게 적어놓긴 했는데 권고사직이 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상담사: 그런 이유로 사직되는 경우가 제법 있어요. 그러니까 폭행, 폭행 건은 잘 모르겠지만, 성희롱 있잖아요. 성희롱 같은 경우에는 그냥 바로 사직되는 경우를 제법 많이 봤거든요. 이분이 그렇게 될지 안 될지는 저는 모르겠지만, 실제로 이런 폭행이나 성희롱이나 이런 사건들로 바로 한 일주일 만에 회사 나가시는 분들이 봤거든요. 어쨌거나 처벌은 강하게 받을 것 같아요 한 번이 아니니까 지금 



나 : 네 저도 이번에는 복수심이 되게 강하게 와서 뭔가 민사소송이나 형사고발까지 계속 공부하고 있거든요.

상담사 : 그것도 만약에 생각이 있으시다면 하는 거지요. 할 수 있어요. 그게 본인의 권한이에요.




나: 지금 생명의 위협을 크게 느껴가지고 그 생각도 많이 그 생각 때문에 잠을 못 잘 때도 너무 많아요. 근데 약 먹으면 또 괜찮더라고요

상담사 : 그거는 본인의 법적인 권한이에요. 회사에서는 아마 회유를 하겠죠. 그렇죠 그런 거는 하지 말라고요. 회사에서 징계해 줄게 이렇게요. 그런데 회사에서 징계하는 게 충분히 마음에 들었다. 그러면 그냥 편한 대로 가시는 거고요. 이건 아니다 싶으면 민사, 이건 폭행이라 형사건도 되잖아요. 



나: 네 맞아요. 

상담사 :잘 알아보시고 변호사 좀 알아보고 마음이 있으시면, 마음 가는 대로 하세요. 그런 처벌을 받을 만한 사람이라 그래요. 그리고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니까 예전에 있던 증거들이나 그런 것들 있으면 다 잘 챙겨두시고요. 다 유용하니까



상담사: 그렇게 대응을 하면 또 본인의 자존감도 좀 올라올 것 같아요. 지금 너무 짓밟혔던 것 같아요.

나 : 저도 그런 것 같습니다.






상담사 : 힘을 내시길 바라고 그래도 병원도 가시고 해서 다행입니다. mmpi 검사를 이미 다 실시하신 거죠.

나 : 다음 날 약을 먹고 다 했어요.



상담사 : 아마 사본받아오실 수 있을 거예요. 병원 측에 요구해 가지고 하나 가져오시면 저도 자세히 봐드릴게요. 비용이 혹시 발급받는 데 너무 비싸고 그러면 안 가져오셔도 되고요. 혹시 얼마 안 하면 한부 받아오시면 제가 더 자세히 좀 이해하고 설명드리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어차피 저희도 심리검사 쪽에 전문가기 때문에요. 

나 : 네 한번 가져와 볼게요



상담사 : 일단 지금, 오늘이 화요일이죠. 오늘이 화요일이거든요. 목요일쯤에 한 번 더 될까요. 지금 좀 급성 상태라서 한 번 더 짧게 한 번씩 또 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일주일 뒤에 보고 이러면 그 사이 또 어떨지 모르니까 목요일쯤에 시간이 대략 언제쯤이 편하실까요?

나 : 목요일도 지금 시간이 좋을 것 같아요. 



상담사 : 우선 예약해놓을게요. 오늘 오후든 내일이든 또 갑자기 또 너무 불안하다 좀 진정이 필요하다 하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걱정 마시고요.  바로 대응해 드릴 테니까 그리고 또 아까 자살 충동 이거는

나: 아침에 좀 세게 오더라고, 가족한테 그... 좀 그렇게 대우받으니까



상담사 : 누구나 들 수 있는 생각이긴 해요. 누구나 들 수 있는 생각이지만 그런 생각이 들 때는 괜히 혼자 감내하지 말고요 저한테 전화하세요. 바로 전화 그 낮이든 밤이든 한밤중에 그럴 수도 있잖아요. 이런 생각이 그럼 저한테 전화하세요. 새벽 3시에도 받을 테니까 네 전화하시고 그럼 제가 또 어떻게 대응할지를 다 알려드릴게요 같이 대응해 나가시면 돼요 또 괜히 본인을 위험에 빠뜨리면 안 되잖아요. 

나 : 네 알겠습니다.



상담사 : 그래요. 연락 주셔서 감사하고요,  혹시 상담은 누가 가보라고 하셨어요? 

나: 제 옆자리에 박대리가 저 힘들어하는 모습 보고 추천해 주었습니다. 제 옆자리에서 서로 지금 그냥 우스갯소리로 정신과 약 먹는 동지라고 하고 있어요. 



상담사 : 알겠습니다. 언제든 연락 주시고 우선 목요일에 뵙는 걸로 할게요

나 : 감사합니다. 






하... 녹음 파일을 몇번씩 들으면서 이거 다 쓰고 나니까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갑자기 코피가 뚝뚝 쏟아 졌다. 옷에 묻은 것 부터 지워야 겠다. 글을 쓰면서 코피를 쏟는게 이게 몇번 째 인지 모르겠다. 과거의 기억을 되새김질 하는 것이 정신에 무리가 오는것 같다. 



피의 맛은 언제나 시큼하고 별로다. 코 안쪽에서 터지는 듯한 느낌과 액체가 흐르는 듯한 느낌도 별로다.



나는 누가 직장내 괴롭힘에 대해 물어보면, 질문에 답하기 보다 정신의학과는 다니는지? 이것 부터 물어본다. 나에게 물어보고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아도, 행동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마음의 힘이 다 떨어졌끼 때문이다. 나는 늘 처음에 상담사랑 이야기를 하는걸 추천한다. 전문가가 나의 편이 되기 때문에 사라졌던 마음의 힘이 조금씩 생기기 때문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을 하자면, 상담사는 나에게 방향성을 알려준다. 보통의 정신 질환은 내가 상황을 컨트롤 할 수 없다고 생각할 때 발생한다. 마음도 내 마음이 아닌 것 같고, 상황도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일 때 좌절과 함께 우울증이 찾아온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고, 미래도 보이지 않고, 이 고통을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 드려야 하기 때문이다. 



고통이 너무 심해서 결국에는 포기해 버리는 사람들도 있다. 삶이든, 생각이든, 해결방안이든, 노력이든 등등 말이다. 포기하면 순간은 편하겠지만, 나를 둘러싼 모든 인간관계가 망가지게 된다. 나 하나만 망가지면 쉽게 포기하겠는데, 책임져야할 것이 많다면 포기하기도 어렵다. 




마음이 어지럽고, 머리속에서는 계속 안좋은 생각만 할 때, 전문 상담사는 방향을 제시해 준다. 




이게 맞고 틀리고는 상관이 없다. 모든 사람에게 알맞은 답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상담사가 제시해준 방법이 틀릴 수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가 본인의 경험을 가지고, 말해주는 방향성 자체로 마음의 위안이 된다. '말한대로 하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야' 라는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다. 내 노력으로 상황을 컨트롤 할 수 있다는 의지가 생기기 시작한다. 



중간에 상담사가 나에게 "대응을 하면 자존감이 올라올수 있다"고 말한적이 있다. "그 동안 너무 짓밟혔으니까" 한번이라도 용기내어 대응을 해본 다면, 닫혀 있던 자존감의 문을 여는 것이다 하면서 말이다. 



이 말은 정말 사실이다. 이건 사람의 성격 불문하고 정말 맞느 말이다. 문제 상황을 나 스스로 해결해 가는 과정을 겪다보면 자존감이 올라간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기 떄문이다. 




이렇게 비유해보면 어떨까. 우리는 삶이라는 도로를 달리고 있다. 자동차는 나 자신이다. 



그 동안은, 운전대 없이 달리던 자동차 안에서 너무 무서웠을 것이다. 다음에 어떤 것이 찾아올지 모르는 두려움 때문에 공포에 떨었을 것이다. 하지만 용기내어 운전대를 잡는 순간 자존감이 정말 엄청나게 올라간다. 이건 내 경험담이다. 물론, 운전대를 잡고 운전하는 과정은 엄청나게 고통스럽다. 




그래도 고통을 그냥 고통으로 받아드리는 것보다, 고통속에서 어떻게든 의미를 만들어 보면 고통이 생각보다 약해진다. 내가 지금 겪는 고통이 나의 미래를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해버린다면 말이다. 




물론 고통을 경험하는 순간에서는 찾기 힘들다. 너무 아파서 주변이 보이지 않으니까. 하지만, 결과가 어찌 되었든 모든 것이 마무리 되고 나면, 하나하나 고통속에서 숨어 있던 값진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고통속에서의 찾은 의미에 대한 이 이야기는 나중에 또 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코피가 다 멎었다. 이번에는 생각보다 많이 나온 거 같다. 부모님이 걱정하실게 분명하니 피 묻은 휴지를 안 보이게 잘 버려야 겠다.










이전 18화 [17] 회사에서 가해자를 마주쳤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