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성적인 회사원 Mar 24. 2023

[1]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응급실에 실려갔다

내 생일에서 4일 후... 스트레스성 실신으로 회사에서 정신을 잃었다

지금부터 쓰는 이야기는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시련을 극복하여,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다. 언제나, 어디에서나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힘이 강한 자가 약한 자를 괴롭히는 이야기이다. 이것은 나의 '직장 내 괴롭힘' 이야기이면서도, 전국에 존재하는 다른 수많은 '피해자' 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내가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려 저 밑바닥까지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나서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힘이 약한 내가 강한자에게 맞서 싸워서 이기는 이야기 이다. 물론 그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다. 몇번씩이나 포기하고 싶었던 때가 많았다. 지금 이 글을 적고 있는 상황에도 당시의 기억이 떠올라 정말 너무 힘들다. 




상담을 하다보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하여,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고통 받는 분들이 정말 많다. 그 분들께 이 이야기가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내가 힘들 때마다 스스로 읊조리던 말로 나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나를 죽이지 못한 것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_니체



─────────────────────────────────────


오후 2시경, 회사 의자에 앉아있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다 그만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사실 쓰러진 과정이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잠깐의 기억으로는 목 뒤쪽이 뻣뻣하게 긴장되더니, 눈앞이 껌껌해지고 기억을 잃었다. 들은 이야기로는 약 10초간 정신을 잃었다고 한다. 정신이 들었을 때는 누군가 내 뺨을 계속해서 때리고 있었다. 동료 직원이 나를 깨우기 위해 내 이름을 부르면서 나의 뺨을 때리고 있던 것이었다. 



"....."

"일어나!!!"

"일어나라고!!!" 



'일어나'라는 소리가 서서히 들리기 시작했고 점점 커져갔다. 정신을 차렸지만, 여전히 의식이 몽롱했고,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입이 벌어지지 않았고, 혀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우물쭈물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주변에 사람들이 엄청 많이 모여있었던 것은 기억이 난다. 웅성웅성 소리가 많이 났기 때문이다. 그 후 나는 몽롱한 의식을 가진 체, 동료직원의 부축을 받으며 응급실에 실려갔다.




날짜는 정확히 2022년 2월 8일. 내 생일이 2월 4일이므로, 생일에서 4일 지난 후 발생한 일이다. 




그 해 생일에는 기쁜 일이 있었는데, 나의 여자친구가 나를 위해 정성스레 버터 전복 구이도 해주고, 미역국도 끓여준 날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좋은 기억들이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경험 단 한 번에 덧칠해졌다. 이제 내 생일이 다가오면, 즐거웠던 기억보다는 괴롭힘에 의한 실신으로 앰블런스에 탄 후, 삐용 삐용 소리를 들으며 응급실에 실려간 기억이 더 강렬하게 생각난다.




내가 실신하는 사고는 한 번에 발생한 것이 아니다. 이미 내 몸은 나에게 이상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예민해진 정신, 불면증, 소화불량 등으로 말이다. 내 정신은 괴롭힘을 당하던 6개월간 서서히 무너져 내려갔고, 2월 8일에 사건이 터진 것이다. 




나 자신의 마음이 무너지다 보니, 주변을 신경 쓸 겨를이 없더라. 그래서 주변에 소홀하게 되었다. 이 사건 이후 미역국을 끓여준 여자친구와도 헤어지고, 지인들과도 삐꺽삐꺽하게 되고, 가족과의 관계도 어긋나 갔다. 




의지할 수 있는 곳이 단 하나도 없었고, 나의 정신은 점점 바닥으로 깊게 가라앉아 갔다. 아마 이야기 초반에는 나의 정신이 바닥으로 깊게 가라앉아가는 이야기가 대부분일 것이다. 읽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의지할곳이 단 하나도 없었다는 이야기에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주변에 나의 이야기를 하였을 때 돌아오는 건 상처 밖에 없었다. 내 표현방법이 적당하지 못했는지, 사회 문화가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제일 많이 들은 말은 "너가 잘 참지 그랬어" , "아니 몸이 그렇게 망가지기까지 왜 대들지 않았어!!" 이러한 이야기다. 



이러한 이야기는 나에게 상처로 돌아왔다. 무언가 '내탓' 을 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고슴도치처럼 온몸에 가시를 세우고 주변에서의 접근을 막았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해보겠다.




다시 돌아와서 나는 동료직원, 관리 직원 이렇게 세 명이서 엠블런스를 타고 지역 종합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의사의 말로는 이러한 갑작스러운 실신의 경우, 뇌 또는 심장에 이상이 있을 수 있다고 하여, 할 수 있는 모든 검사를 진행하였다. 뇌 또는 심장이라니 불안한 마음이 올라왔다. 검사 항목은 다음과 같다.



● CT

● X-RAY

● 심전도 검사

● 혈압 검사

● 피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데 동료직원이 근처로 왔다. 부축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기다려주고 있던 것이었다. 정말 너무 고마웠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동료 직원에게 내가 정신을 잃고 쓰러질 때 자세한 상황에 대해 물어보았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대로 쓰러졌고, 바닥에 쿵! 하고 머리를 박았다고 하였다. 너무나도 큰 소리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내가 엎어져 있었다고 하였다. 엎어져서 쓰러졌길래 숨을 못 쉴까 봐 나를 뒤집었고, 정신을 차리게 하기 위해 뺨을 계속 때렸다고 하였다.  쿵!! 하는 소리에 놀란 사람들이 주변에서 몰려들어 왔고, 정신을 잃은 시간은 약 10초가량이라고 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니 갑지가 오른쪽 광대뼈가 심하게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런 적 있지 않은가. 자신이 다친 줄도 모르고 행동하다가 상처를 보고 나면 갑자기 통증이 올라오는 그런 현상 말이다. 통증이 오른쪽 광대뼈에서 나는 걸 보니 아마 오른쪽 광대뼈가 땅에 부딪힌 듯하였다. 오른쪽 뺨을 만지작 거리면서 통증을 가라 앉혔다.



매우 심각한 상황이었지만 나의 동료는 '내 몸이 무거워서 뒤집기가 힘들었는데, 자신이 헬스를 해서 뒤집을 수 있었다' 등 농담도 같이 얼버부리면서 분위기 전환을 해주었다. 나는 킥킥 거리며 웃었다. 그리고 근처에 위험한 게 있었는데 땅에 그대로 떨어져서 천만다행이라는 위로도 전해주었다. 



늘 느끼는 거지만 정말 말에 있어서는 다재다능한 동료다. 이런 상황에서 농담으로 분위기 전환을 하고, 안심시키기 위해 상황을 긍정적으로 말하는 위로까지 하다니, 지금 생각해 보니 정말 고맙다.



동료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치료 결과가 나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든 수치가 정상으로 나왔다. 여기서 단 하나의 수치라도 정상적으로 나오지 않았다면, 나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늘 그렇듯이 '내 잘못이구나, 건강관리를 더 잘해야겠구나' 하고 자책을 했을 것이다. 




사실, 나는 자책을 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이러는 것이 사람들과의 갈등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만하게 인간관계를 맺기위한 나만의 방법이였다. 갈등을 회피하려는 나의 성향이 가해자들에게는 아주 좋은 먹잇감이라는 것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이것도 나중에 다시 자세히 이야기 해보겠다.



이번에도 자책을 하면서 상황을 똑바로 바라보지 않았다면, 여전히 괴롭힘을 당하면서 회사 생활을 하고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병원에서 검사한 결과 수치가 모두 정상적으로 나왔다. 내가 정신을 잃고 쓰러진 것은, 나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원인이 있는 것이다. 나는 늘 하던 나에게 책임을 돌리는, 습관적인 자책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쓰러진 건 내 책임이 아니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이 추가로 말씀을 하셨다.



"이렇게 갑자기 쓰러지는 경우 '미주신경성 실신'이라고 볼 수 있어요. 안타깝지만, 이것에 대한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무슨 말씀을 드리기가 조심스럽네요. 일단 환자분은 모든 수치가 정상이에요. 컨디션이 좋지 않으셨던 것 같아요"



사실 요즘 불면증도 있었고, 컨디션이 그다지 좋지는 않아서 그런가 보다 하고 수긍하였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이 말한 '미주신경성 실신'이라는 단어를 검색해보았다. 궁금한 마음 반, 다음부터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을 하기 위한 마음 반이었다. 원인을 정확히 알아야지 예방을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가해자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정말 멍청했다. 우선 미주신경성 실신이 무엇인지 말해보려 한다. 갑자기 전문적인 이야기가 나와서 흐름이 끊길수도 있는데,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 넣어둔다.




■ 미주신경성 실신이란?


극심한 '신체적 또는 정신적 긴장'으로 인해 혈관이 확장되고, 심장 박동이 느려져 혈압이 낮아지는 현상입니다. '기립성 저혈압'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급격히 낮아진 혈압 때문에 뇌로 가는 혈류량이 감소하여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는 것을 말합니다. 질병이라기보다는 증상에 가깝고, 대부분 저절로 회복되기 때문에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눈에 띄는 단어가 보였다. 극심한 '신체적 또는 정신적 긴장'이라는 단어이다. 이 단어를 보고 생각나는 단 한 명의 사람이 있었다. 나에게 신체적 또는 정신적 긴장을 주는 사람이 있다. 거의 매일 같이 말이다.




그 사람은 내가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날 2월 8일 오전, 내 자리로 찾아와 나를 위협하고 돌아갔다. "앞으로는 너 때문에 회의에 참석 하지 않겠다!" 나를 죽일듯한 눈빛과 목소리로 나를 위협하였다. 그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이 사람은 6개월간 나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던 그 '가해자'였다.


────────────────────────────────────────────


첨부 1. 응급실 진료비 영수증


이전 01화 [0]저는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입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