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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성적인 회사원 Mar 26. 2023

[2]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의 위협

공포와 두려움으로 인한 스트레스

응급실에서 집으로 돌아왔다. 내 몸에 이상이 없다면, 원인은 다른 곳에 '반드시' 있어야 한다.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큰 사고를 당했는데, 이를 꼭 예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고는 잘못하면 장애가 생기거나 생명에 위협을 받을 수 있는 큰 사고이다. 마트에서 갑질을 당하던 직원이 집에 돌아와서 쓰러져 숨졌다는 뉴스 기사가 생각이 나면서 더욱 불안해졌다. 원인을 찾기 위해 부단히 고민을 하였다.



사실 원인은 전부터 알고 있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뿐. 원인은 나를 6개월간 지속적으로 폭언, 욕설, 위협, 폭행을 가하며 회사에서 괴롭힘을 가했던 '가해자'이다. 가해자는 내가 쓰러진 그날 내 자리로 와서 나를강하게 위협하였다.



앞서서 간단하게 이야기 했지만, 내가 응급실로 실려간 2/8일 오전의 이야기를 자세히 해보겠다. 가해자는 내 자리로 와서 나를 위협하고 돌아갔다. 가해자는 잔뜩 화난 표정의 얼굴과 낮게 깔린 목소리로 나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



"너 때문에 앞으로 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 너로 인해 과거의 안 좋은 기억들이 떠오른다"



나로 인해 과거의 안 좋은 기억들이 떠오른다니?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게 회의를 참석하지 않는 것과 무슨 상관이지. 이해가 안 되는 가해자의 말로 인해 불안함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가해자가 한 말의 의도를 생각하느라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뒤돌아서 돌아가는 가해자에게 질문을 하였다.



"과거의 안 좋은 기억들이라니요?"



가해자는 다시 돌아서서 나를 쓱 바라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시 본인 자리로 갔다. 가해자의 눈빛이 너무나도 위협적이고, 무서워 다시 물어보지는 못하였다. (이 말의 의도는 나중에 민사소송을 진행하면서 알게 되었다)



'대체 내가 무슨 잘못을 한 건가?' 

'대체 무슨 이유로 나 때문에 회의를 안 들어온다는 거지?'



라는 생각과 함께 너무 나도 불안했다. 무언가 내가 잘못한 것 같았다. 가해자와 나의 직급차이는 2단계가 차이가 나고, 적어도 10년 이상의 경력 차이가 난다. 내 직속 상사의 상사이다. 직급 차이가 많이 난다. 가해자에게 밉보이면 회사 생활은 끝이다. 



정말 힘들게 들어온 회사다. 회사생활이 꼬이고 싶지 않아 지금까지 가해자의 비위를 맞춰주고 또 맞춰주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나 때문에 ~하지 않겠다"라는 말을 듣는다는 게 참 억울했고, 회사생활이 이대로 꼬이나 하는 걱정이 앞섰다. 정확히는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공포'와 '두려움'이었다.




혹시, 사람이 '공포'나 '두려움'을 언제 강하게 느끼는지 고민을 해본 적이 있는가?




나는 경험해 봐서 알고 있다. 사람은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공포나 두려움을 느낀다. 보통 깜깜한 어둠 속,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 무엇이 있는지 모르는 공간 등에서 혼자 있게 되면 공포를 느낀다.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알 수 없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면 공포나 두려움을 점점 크게 느끼게 된다. 부정적인 생각이 상상력으로 이어지고, 이는 끊임없는 '망상'을 만들어 낸다. 내가 만들어내는 이 '망상'이 바로 공포이고, 두려움이다.



즉, 공포의 근원은 '모르는 것에 대한 망상'이다. 



내가 딱 이러 상황이었다. 가해자가 한 말이 무슨 소리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가해자가 앞으로 나에게 무슨 짓을 할지 너무나도 두려웠다. 아무리 고민하고, 주변 동료에게 가해자의 의도를 물어봐도 알 수가 없었다. 나를 응급실에 데려가준 동료에게도 물어보았다.



"뭔 소리인지 모르겠네요, 굳이 신경 쓰지 마요"



당사자인 나도 모르겠는데, 다른 사람은 알턱이 있으려나. 가해자의 위협에 대해 망상에 망상을 더하면서 스스로 두려움을 키워나갔다. 내가 만든 이 두려움은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나를 매시간 긴장하게 만들었다. 결국 그날 오후 2시 나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가해자의 그날 오전 위협이 내가 정신을 잃고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간 사고의 원인이다. 




원인을 알았으니 나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해결을 해야 한다. 해결방법은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통해 가해자와 업무를 분리하는 것이다. 신고를 하면 해결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이것으로 해결이 되면 다행인데, 해결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결국 법원까지 가는 민사소송을 진행하였다)



하지만, 쉽사리 신고를 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신고를 한다면 뒷감당을 어떻게 해야 할지 두려웠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미친개'라고 소문난 가해자인데 신고를 하면 나에게 무슨 짓을 할지 불안했고, 추가로 나에게 돌아오는 사회적인 시선이 무서웠다.  



한국 사회에서 내부 고발적인 신고는 '낙인'이 찍혀 버린다.



'사회부적응자'

'회사 생활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

'참을성 없는 직원'



혹여나 소문이라도 난다면 이직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소문이 나지 않더라도 회사에서 모든 사람들이 나를 어려워할 것이다. 회사 생활이 꼬여버리는 것이다. 신고를 한다면 이직을 해도 문제, 회사생활을 그대로 하는 것도 문제였다. 



그래서, 내가 쓰러진 이유가 가해자의 괴롭힘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애써 무시했다. 다들 이렇게 산다며 스스로 자기 합리화를 하였다. 부당한 일을 당해도, '그럴 수 있지' '내가 더 잘하면 좋아지겠지' 하면서 자기 합리화를 하는게 내 버릇이다.




길고 긴 고민 끝에 결국 신고를 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신고를 하면 나에게 더 큰 피해가 올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피해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나만 참으면 돼!' 라는 생각으로 그냥 넘어가려고 하였다. 죽을뻔한 사고를 겪었는데도, 이러한 생각을 가진다는게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다. 




현실 도피를 한 것이다. 늘 그렇듯이 갈등을 회피하였다. 남들에게 밉보이기 싫기 때문이다. 머리에서는 신고를 하라고 하는데, 마음에서는 참으라고 한다. 마음속에서 올라오는 강한 경고를 참고 또 참았다.  이 마음과 머리가 따로 노는 '인지부조화'가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 그래도 어떻게든 참아 내었다.




때 마침 장사를 마치시고 부모님이 집으로 돌아오셨다. 두 분은 저녁 늦게 같이 들어오신다. 지금까지 내 생각에 빠져 나만 바라보고 있었는데 나에게는 가족이 있었다. 평생을 늦은 밤까지 장사를 하시면서 나를 정성스레 키워주신 부모님이 계신다. 



'가족'을 보고 나니 더 이상 참을 수가 없겠더라. 마음은 "더 이상 참지 말라"고 말했다. 그렇다.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나 하나면 참을 수 있었는데, 나에게는 내가 책임져야할 가족이 있다. 나에 대한 사고나 피해는 온전히 가족에게 슬픔으로써 전달이 될것이다.



이번 사고가 운이 좋아서 크게 안 다쳐서 다행이지, 눈이나 머리 같은 중요부위가 책상 모서리나 의자 다리에 부딪혔 쳤다면, 나는 장애를 얻거나 생명이 사라졌을 수도 있다. 이 영향은 소중한 '가족' 에게 고스란히 가게 되어 있다. 



내가 큰 사고를 당했을 때, 남아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속상할까 상상이 되지 않았다. 속상한 것을 넘어서 '부모님'이 앞으로는 어떤 마음으로 어떠한 삶을 살아갈까 생각하니, 눈물이 끝도 없이 흘러내렸다. 내가 편하자고 신고를 하지 않겠다고 생각한 나는 정말 이기적인 놈이었다. 나는 멍청했다. 나는 정말 바보였다. 나는 또다시 자책을 하고 있었다.

 


나의 마음을 속이는 행동은 가능했으나, '가족'을 향한 나의 마음을 속이는 것은 불가능했다. 나는 스스로를 지킨다기보다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행동했다. 이제 타협점은 없다. 뒷일은 생각하지 않겠다. 두렵지만 신고를 진행해야 했다.



나는 회사에 휴가를 내고, 직장 내 괴롭힘 신고 문서를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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