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 백 일 남았다.
지금껏 치른 수많은 시험을 통해 디데이 100이 얼마나 빨리 지나가는지 알고 있다. 결혼이 시험은 아니지만 숙제처럼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무언가를 선택하고 사진 찍고 관리하는 초반 준비는 즐거웠다. 하지만 지금은 머리가 지끈할 뿐이다. 주말에 데이트다운 데이트를 한 지 오래됐다. 그저 함께 어떤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동료를 만나는 기분이다.
대화에 비싸다는 말이 자주 섞인다. 무언가를 자꾸 재고 따지고 포기하게 된다. 여유가 있었다면 이 모든 게 좀 더 재미있었겠지.
아직 거처가 정해지지 않았다. 집을 계속 알아보고 있다. 물론 나보다 짝꿍이 훨씬 더 많은 수고를 한다. 평소와 다르게 자꾸 멍을 때리고 혼자 딴 얘기를 한다. 온 신경이 다른 곳에 가 있다.
마침 주일 예배에서는 무엇을 마실까 입을까 걱정하지 말라는 말씀을 하신다. 그래,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더니 너는 걱정을 좀 해줘라고 장난치듯 말한다.
사실 나는 늘 맨입으로 세상 편하게 무언가를 얻었던 것 같다. 내 몫까지 누군가 더 걱정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동산처럼 바라보던 세상이 이제야 실정에 맞게 보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