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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울림 Oct 12. 2023

초등학교 놀토 간식 편식기

1. 편식의 역사: 초등학교 급식지도 연대기 (1)


유년기의 기억은 원래 온전치 않고, 특정한 기억들만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게 초등학교 기억들 중 두드러졌던 건 저학년 때와 고학년 때의 담임선생님 급식지도였는데….


그 당시의 난 정말 정말 편식이 심했다.(물론, 지금도 엄청 모든 걸 잘 먹는 건 아닌 것 같지만…)

그냥 야채를 아예 안 먹는 수준이었다. 김치는 물론, 쌈채소(상추 등), 나물, 샐러드, 양파, 토마토……. 뭐 하나 가리지 않고 야채라면 다 안 먹고 봤다.


지금의 내게 왜 그랬는지, 묻는다면.

그건 나도 모르겠다.


가끔 어렸을 때의 꼬마였던 내가, 그리고 10대였던 내가, 정말 남인 것처럼 이해 안 가고 어색하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그것들도 마찬가지다.

왜 그토록 야채를 안 먹었던가. 그건 모르겠다. 지금의 나도 이해할 수 없다.


마치, 마트에 갔을 때 엄마한테 장난감 달린 사탕을 사달라고 떼쓰지만 엄마가 어차피 안 쓰고 버릴 거라며 안 사줬을 때.

조르던 그 사탕을 어른이 된 지금, 내가 보면서.

‘엄마가 안 사줄 만했네.’ 하고 대개는 엄마의 판단이 맞았다고 생각되는 것처럼 말이다.



다시 초등학교에서 편식하는 아이로 살아가는 것으로 돌아가서 이야기해 보자면,

지금에 와서 성인이 되어 보니, 열혈 교사로서 아이의 식생활 개선을 교육하고 싶었던 담임선생님들의 입장에선 꽤나 골칫덩어리였을 것 같다.

지금의 나라면, 아이가 고기만 먹고 야채를 일체 싫어한다면 나 같아도 각종 성인병이 걱정되긴 할 것 같으니까.

그러니, 그 당시엔 선생님의 급식지도를 피하고만 싶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진정한 선생님이셨던 것 같다.


내가 초등학교를 다닐 적에는 ‘놀토’라는 게 있었다. ‘노는 토요일’을 줄여서 한 말인데, 지금이야 주 5일이 당연하지만.

나 때는 주 6일 학교를 다니고, 회사를 다니던 시절이 존재했으니까.


놀토가 아닌 주에는 초등학교가 12시인가 12시 반쯤 끝났다. 오전 수업만 하는 셈이었다. 딱 점심시간에 맞춰 끝나지만, 급식은 나오질 않으니 보통 친구의 생일 파티에 가기도 하고. 방방(트램펄린)을 타러 가기도 했다. 방방을 타고, 슬러쉬를 먹는 코스는 초등학교 아이들의 필수 코스였으니까.


그리고, 놀토가 아닌 주의 토요일에 있는 또 다른 이벤트.

그건 토요일에 반 친구들의 부모님이 반에 넣어주시는 간식이었다.


지금은 책거리니 뭐니, 안 된다고 들었지만. 그땐 놀토가 아닌 주에 간식을 넣어주면, 12시 반쯤 수업을 마치고, 선생님이 종례 전에 아이들에게 간식을 나눠주고, 그걸 함께 먹고 학교를 마치는 게 하나의 이벤트 같았다.

학부모회에서 간식을 주시기도 하고, 반장 등 학급임원의 부모님께서 간식을 넣어주시기도 했다.


아무튼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 그 시절 내가 가장 좋아하던 간식은 콜팝이었다. 야채가 한 조각도 들어가지 않은 간식.

그리고, 가장 좋아하지 못했던 간식은 햄버거와 피자.


지금 생각해 보면, 어이가 없을 정돈데. 그때의 난 햄버거에 들어간 양상추도 못 먹었다. 그래서, 그 햄버거에서 양상추를 빼고 먹거나, 집에 가져가서 언니를 주곤 했다.

그리고, 피자. 피자에 조금 들어간 그 채소들도 먹지 않아서, 피자도 싫어했다. 근데 또 언니는 피자를 좋아해서, 피자를 시키면 항상 치즈 크러스트가 들어있는 피자 끄트머리를 가위로 잘라서 그것만 따로 모아서 먹었을 정도(…)


하지만, 이런 간식들은 항상 콜팝이나, 치킨, 빵 이런 것들이 아니면 서운했던 적이 있다(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아깝다….)


그래도, 이런 토요일의 간식 이벤트는 자율이었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간식을 모두 먹는 지까진, 체크하시지 않으니까.


하지만 급식은 달랐다. 초등학교 급식의 하이라이트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었는데. 하나는 눈치라곤 하나도 없는 내가 귀신같이 ‘눈치 보기’였고, 그리고 ‘수요일 잔반 없는 날’, 4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만든 ‘급식 특별지도반’이 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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