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일기 4 - 변해버린 나

그리고 버텨내고 이겨낼 나

by 잠어

숨이 차다는 말이 남의 이야기인 줄만 알았다.


운동을 꾸준히 해온 나에게 '숨이 차다'라는 말은 남의 이야기인 줄만 알았다.

계단을 오르며 헐떡이는 일은 운동부족인 사람들의 얘기라고만 생각했다

체력은 어디서 지지 않았고 길을 걷다 숨이 차본 적도 없다.


고작 4달 만에 나는, 아니 정확히는 항암주사를 맞기 시작한 3개월 만에 나는


외출을 겁내게 되었다.


이제는 길을 나서기 전에 큰마음을 먹고 나서야 한다. 이것만큼 적응 안 되는 일이 없다.

이전 일기에서도 썼었지만 항암주사를 맞고 1주일 정도가 지나면 일상생활을 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운전도 하고, 일도 하고, 친구도 만난다.


그런데 이번에 문득 내가 너무 작아져 있었다.


몸도 마음도 낯설게 변해버렸다.

체구가 작아졌고 온몸이 힘을 잃은 느낌이다. 내가 소중하게 가꿔왔던 나의 몸이 망가져버렸다.

이 빌어먹을 암세포라는 놈을 없애려다가 오히려 내 체력이 떨어져 버렸다.

그러다 다시 운동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긴 했는데 이미 나락 가버린 내 체력이 문제였다.

여름 때문인가.

계절 탓을 하고 싶을 정도로 앉아있다가 일어서기만 해도 현기증이 났고, 계단을 오르는 것이 조금씩 버거워졌다.


첫 주사를 맞고는 변함이 없었다. 그렇지만 내 몸은 게임 속에서 독 대미지를 입은 것처럼 매일매일 체력이 깎여 나가고 있었나 보다. 고작 운동을 4달 하지 못했고, 주사는 4번 맞았을 뿐이다. 그런데 내 생각보다 항암주사라는 놈이 독한 놈이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사라지지 않은 내 암은 더 독한 놈이다. 정말 빌어먹을 놈이다.

진정하고, 어제 그래서 결국 집 앞에 헬스장을 찾아가서 회원 등록을 했다.

여름이라 그런가, 사람이 정말 많더라.

5분 사이클과 10분 러닝머신 걷기조차 몸에 무거웠다. 달린 것도 아니고 그냥 걸었다. 속도도 3 km/h 속도로 아주 천천히 걸었다. 정말 내 몸의 한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2 kg 짜리 아령을 들고 스쿼트를 해보았다. 숨이 찬다.


결국 운동은 30분밖에 하지 못했고 집으로 가기 위해 나섰다. 그 와중에 집에 가는 길이 너무 멀게 느껴지고 운동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내가 나를 잃고 있다.


나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그냥 아픈 건데 이렇게 달라지나 싶었다. 너무 서러웠다.


그럼에도 나는 포기할 수 없다.


현기증은 잠시 앉아 쉬면 된다. 숨이 차면 잠시 멈추면 된다. 그렇다면 운동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운동을 계속할 거다. 항암주사를 맞으면 1주일 동안은 움직일 여력도 없고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러다 기가 막히게 1주일이 지날 즈음 슬슬 움직여볼까? 싶다.


지금이 그 시기다.

움직여보자.

예전의 나로 돌아가자.


다시 운동을 시작하고, 원래의 나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나는 이겨낼 것이고 반드시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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