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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란아이 Oct 14. 2023

언어의 비밀, 표현의 차이로 말하다

원서와 번역본의 차이 

“원서로 읽는 거랑 한국어로 읽는 거랑 뭐가 달라요?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잖아요.”     


잠시 멈칫거리며 시간이 지난다. 

우리는 모국어인 한국어를 읽고 쓰고 듣고 말한다. 


그렇다면 굳이 왜 영어 원서를 읽고 있을까? 

여기에 시원하게 답해줄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쉽게 이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좀 있어 보여서? 

영어를 막 잘하는 것처럼 보여서? 

그것도 아니면 영어 공부를 하고 싶어서?      


“영어와 한국어” 이 두 언어 간의 미묘한 차이를 이해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한국어로는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들도 영어로는 표현해 내기 힘들다.

       

예를 들면 로알드 달의 매직 핑거에 나오는 이 표현을 살펴보자.

‘There was a thin yellow moon over the trees on the hill, and the sky was filled with stars.’ 

한국어로 직역하면 

‘언덕 위의 나무들 위로 엷은 노란 달이 떠 있었고, 하늘에는 별들이 가득했다.’     


언덕 위에 나무가 있고 엷은 초승달이 떠 있고 그 옆으로 별들이 가득한 밤하늘을 말하고 있는 것을 상상할 수 있다.       

이것이 한국어로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해석이 아닌가 싶다.      


이 두 표현에서 미묘한 차이를 느낄 수 있는가? 


번역과 해석은 정말 다르다. 

번역은 어떤 언어로 된 글을 다른 언어의 글로 옮기는 일이고, 

해석은 문장이나 사물 따위로 표현된 내용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일이다.      


원서는 책이다. 

글자 그대로를 번역을 하며 읽어나가면 중간에 재미도 없고, 완독 하기도 힘들다.       

다른 언어로 읽는 다른 것. 

다른 언어를 느낀 다는 것. 

소설이면 소설로서의 감정 이입이 필요하고, 비문학이면 비문학대로의 분석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원어로 읽으며 번역본이 주지 못하는 매력에 빠진다. 

물론 처음 원서를 읽을 때는 읽고 해석하기 바빠 주인공들의 심리와 배경에 빠지는 것이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한국어가 한국어 고유의 느낌을 가지고 섬세한 표현을 할 수 있듯이 영어라는 언어가 주는 새로움과 미세한 감정은 원서에서만 느낄 수 있다. 


마치 마법의 문이 열리는 열쇠처럼 말이다.


영어로 책을 읽는 것은 우리를 색다른 언어의 세계로 인도한다. 

글이 주는 풍경과 느낌을 오롯이 상상 속에서 느끼며 언어 간의 미묘한 차이를 이해하게 한다.     

어색함과 새로움 사이에서 발견하는 깨달음과 언어가 주는 미묘한 차이를 즐긴다면 왜 원서를 읽고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원서에서 느껴지는 작가와의 교감은 언어를 뛰어넘는 새로운 시야를 만들어 줄 테니까 말이다.      


그럼 이제 원서 읽으러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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