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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이 Dec 04. 2022

Self 주유

백수 체험

월화수목금금금 생활에 지쳐있는데

마침 약한 몸살이 찾아왔다.


뜨근한 만둣국이 먹고 싶었는데 집에 손만두가 없어서 비비고 만두를 넣었다. 오. 거의 뭐 해장용이다. 어제 술 마신 것도 아닌데 속이 좀 편해졌다.


감기약을 먹어야 하나 싶은데 집에는 나와 강아지 세 마리뿐. 한 놈이라도 지갑 물고 약국이라도 다녀오면 좋으련만. 세상 도움 안되게 나가자고 조른다.

산책은 너네끼리 좀 다녀오면 안 되겠니?

13년, 7년 키웠으면 좀 알아서 다녀올 때도 됐잖아.


ㅇㅈ?

두통에 시달리다 누워서 졸다깨선 익숙하게 배달앱을 열고 주꾸미를 시킨다. 그 와중에 리뷰할 테니 김말이를 달라는 요구도 잊지 않는다.



반도 채 못 먹고 다시 누워 설명회 스크립트를 읽다가 환멸이 온다. 스크립트 내용들을 Usb 꽂듯이 머리에 꽂고 싶다. 안 외우고 싶다.  안 외워도 너스레 떨며 잘할 수 있는 사람이면 얼마나 좋을까.


이번 생일에 선물 받은, 내 돈 주고는 절대 안 살, 동글납작한 우유 뚜껑만한 크기이나 매우 비싼 배스 밤 한 덩어리를 욕조에 넣고 뜨듯한 물에 몸을 담가본다.



노곤 노곤해져서는 다시 침대에 눕는다.

어제 설명회 연습하던걸 녹음한 음성파일을 듣다가

이내 꺼버리고 오늘 하루는 그냥 백수처럼 살겠다 다짐해봤다.


자동차로 치면 기름 다 떨어져 가는 거 같은데

계속 달리다가 엔진 나가겠다.


셀프 주유라는 단어가 갑자기 마음에 든다.

나이 마흔 가까이 먹었으면 이젠 좀

내가 나한테 주유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나.


고급유는 못 넣어줘도,

주유 경고등 켜졌으면 가득은 못 채워줘도

5만 원어치라도 넣어주자.


요즘 연비가 형편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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