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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이 Jul 18. 2023

취미가 피아노 치기라고 하고 싶어서

그렇게 우겨본다


피아노 치기가 취미라고 우기려면 이런 거 하나쯤은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비싼 장난감(?)을 들였다.

매일 연습실 가는 것도 좀 귀찮기도 하고.


강아지 세 마리가 쪼르르 앉아서 관중역할을 해준다.

지루한지 엎드려있는 매너 없는 관중들.

메트로놈처럼 박자 맞춰 꼬리라도 흔들어주면 좋으련만.

감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으나 아직 멀었다.

손가락번호 지키려다 음을 잃고

음을 지키려다 손가락이 갈 곳을 잃는다.


피아니스트도 아닌데 손가락이 저릴 때까지 띵동 거리 고있다. 그냥 일 빼고 다 하기 싫은가 보다.


지난주 주 7일 일을 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누가 시켰으면 안 할 텐데.

누가 시켰으면 쌍욕을 했을 텐데.

그러나  이 일 시키는 건 나고 나는 내 말을 잘 들음.


학원이 엉망이었는데 그간 흐린 눈 하고 있던 내가

한심해서 스스로 벌주는 느낌 동시에 벌 받는 느낌.

보너스라도 누가 안 주냐. 이 정도면 줘야지.


오랜만에 일에 영혼을 갈아 넣는다.


피아노 치기는 '일탈'이라 쓰고 보니

매우 건전하고 고급져 보이나

실상은.... 참혹한 현실도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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