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이편을 마무리하고 위정편을 나갔습니다. 1장은 덕으로 하는 정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에게 덕으로 정치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물었습니다. 답변을 잘 못해요. 대답하기에는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예를 들었어요.
"우리에게 가까운 정치인은 누가 있을까요?"
"대통령이요" "국회의원이요." "강릉시장님이요"
강릉시장을 이야기하는데 한 아이가 어제 뉴스를 봤다면서 말합니다.
"강릉시장이 200억 부동산 투기를 했대요. 시민단체가 시위를 한대요."
저도 몰랐던 이야기를 하기에 기사를 빠르게 찾아봅니다. 한 정당에서 시장님이 투기를 했다고 주장을 하고요. 시장님도 이에 대한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https://www.shina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32853
엄밀하게 말하면 교사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게 아니라, 정치적으로 중립을 보장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예민한 문제는 이야기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번 강릉시장 부동산 투기에 대한 진실은 경찰이 조사하고 있으니 누가 맞는지 기다려보면 된다고 이야기했고요. 가상의 시장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고 가정을 하고 이야기를 나눴어요.
"어느 시의 시장이 부동산 투기로 200억 돈을 벌었다고 상상해봅시다. 괜찮은 일인가요?"
"시의 돈이 아니라 자기 돈으로 했으면 괜찮은 거 아닌가요?"
"맞아요. 일반 사람들도 돈을 벌려고 주식투자나 부동산 투자를 해요."
"자기 돈으로 했으면 문제가 없는 걸까요?"
"네. 선생님은 다르게 생각하세요?"
맨날 아이들에게 질문을 하니까 오히려 한 아이가 저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바로 답변을 하지 않고요. 저도 다른 질문을 던졌어요.
"정치인의 본질을 생각해봅시다. 정치인의 목적은 무엇인가요?"
"시민들이 잘 살게 해주는 거예요."
"잘 사는 게 뭘까요?"
"돈을 잘 버는 것이랑 잘 사는 거랑 다른 것 같아요."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편리하게 살고, 인간답게 사는 것도 중요해요."
"예를 들면요?"
"수돗물이 깨끗해야 하고요. 미세먼지도 적어야 해요."
"교통도 편리해야 하고요. 공원도 많으면 좋겠어요."
"맞아요. 시민들이 잘 사는 것은 단순히 돈만 많이 버는 걸로 끝이 아니에요. 시민들이 잘 살 수 있도록 돕는 일은 굉장히 많지요. 이런 모든 일을 돕는 것이 정치인이 할 일이에요."
"시장이 할 일이 이렇게나 많은데 부동산 투기를 한다는 것은 잘못됐다는 말씀이시죠?"
아이들이 제 생각을 짐작하는 수준이 되었네요. 아이들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투기와 투자는 무엇이 다를까요?"
"투기는 쓰레기 투기요."
"그 말도 있지만 한자가 달라요. 주식도 투자와 투기가 있어요. 차이가 뭘까요?"
아이들이 잘 몰라서 제 생각을 얘기해줬어요.
"자기 이익만 생각하면 투기고 자신의 이익과 회사의 이익을 같이 생각하면 투자예요. 부동산 투기와 부동산 투자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
"땅의 이익과 자기 이익을 같이 생각하면 투자고요. 자기 이익만 생각하면 투기예요."
"도박같이 한 방을 노리면 투기예요."
"맞아요. 그럼 정치인이 덕으로 정치를 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자기 이익이 아니라 시민들의 이익을 위해서 정치를 하는 것이요."
원래는 덕으로 정치하는 것은 정치인 자신도 매 순간 일신우일신하고 학습해야 한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한 아이의 이야기로 다른 길로 빠졌지만 오히려 아이들이 평소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었어요. 역시 수업은 상호작용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