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이는 그 누구도 이길수 없다

by 구름마중

도저히 힘들어서 안 되겠다. 서둘러 설거지를 마무리하고 9시에 잠을 청했다.

고요한 어둠 속 어디선가 울음소리가 난다. 몸을 뒤척이며 꿈인가? 아침인가! 휴대폰 시계를 보니 11시 30분이다. 그리고 그 울음소리는 화장실을 타고 들어오는 다른 층에서의 아이 울음소리다. 한밤중 엄마와 무슨 시간을 보내는지 울음소리에 힘이 실린 걸 보면 자기 싫어서거나 고집을 부리는 것 같다. 열려있는 화장실 문을 닫고 다시 잠을 자려고 하는 순간 오늘 길 한가운데서 울었던 달님이를 떠올랐다.


가을 날씨는 무척 좋았다. 좋다 못해 등에 땀이 맺히듯 더웠고 입고 있던 겉옷을 허리춤에 묶어 아이들과 사과 따기 체험을 시작했다. 농장주인이 알려준 방법대로 사과를 따야 했지만 3살 아이들이 뭐 자기 따고 싶은데로 따지 않겠는가! 빨간 사과, 초록 사과, 상처난 사과 손에 닿는 대로 사과를 신나게 딴다. 그래도 스스로 해보겠다는 달님이와 친구들 의지가 얼마나 기특한지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동시 원장님 눈치가 보인다.

"선생님들 한번 따면 그대로 집에 가져가야 하니 절대 상처 난 건 따지 말아 주세요!!"

예쁘고 단단하고 멀쩡하고 큰 사과를 골라 아이들이 따보게도 하면서 "달님아, 별님아" 아이들 따는 사진도 찍어야 하니 손과 발, 몸, 그리고 휴대폰 카메라까지 무척이나 분주하다. 우여곡절 속에서도 우리는 바구니 한가득 빨갛고 못났고 먹음직스러운 사과가 채워졌다.


사과 따기 체험을 마무리하고 읍성으로 이동한다. 엄마표 간식을 먹고 우리는 드 넓은 잔디밭과 푸른 하늘 뭉실뭉실 구름사이에서 신나게 뛰어논다. 들판을 보자마자 달님이는 나를 보고 달릴 자세를 한다. 뛰자는 이야기다. "자! 준비 차렷 땅" 구호를 외치니 달님이와 곁에 친구들이 우르르 달린다. 9월보다 빠르게, 7월보다 더 빠르게.


노래를 들려주면 자동 춤사위가 나온다.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달님이도 어디서 춤을 배웠을까? 이주일 아저씨 저리 가라 하는 몸동작 혀를 내밀며 눈은 흰자만 두 손은 주먹 쥐고 배꼽 잡는 귀여운 춤으로 우리의 나들이가 더 빛이 났다.


그 빛과 동시 잠잠이가 올 시간이다. 낮잠을 잘 시간이란 말이다. 세상 무거운 아이들의 눈꺼풀의 무게만큼 점점 아이들은 짜증과 선생님 말을 듣지 않을 테야라는 각오가 스물스물 올라오기 시작할 때쯤 원장님이 돌아가자는 신호를 보낸다. 버스가 들어올 수 없는 장소여서 우리는 300미터를 걸어가야 한다.


아이들마다 가방을 메고 순응하는 아이, 먼저 가겠다고 고집부리는 아이, 선생님 손만 잡겠다고 하는 아이, 그런 아이들 중 달님이가 바닥에 주저앉는다. "싫어"


싫음과 동시 달님이의 잠 전쟁이 시작되었다. 좋아하는 캐릭터, 곤충, 지렁이 다 소환해도 필요 없다. 달님이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피곤하고 졸리고 그냥 싫은 거다. 답이 없다. 안고 가면 좋으련만 한 손엔 선생님 껌딱지 초코송이를 잡고 다른 한 손엔 가방보다 작은 체구의 친구를 잡고 있다. 잘못했다가는 가방에 깔릴 것 같다. 달님이에게 사정한다. "가자"

평소라면 동생들 손을 잘 잡아주고 정 많은 우리 달님이지만 도저히 안 되겠는지 "안아줘"

아이들을 버스로 순간이동 시키고 싶다. 아니 팔이 두 개만 더 있더라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겨우 10미터 걸었을까! 달님이가 울기 시작한다. 대성통곡한다. 바닥에 앉는다. 울음의 강도를 알기 때문에 마음이 더 조마조마하다. 제발 길바닥에서 눕지만은 않기를 보다 못한 원장님 "선생님 그냥 두고 다른 아이들 먼저 태우세요"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비슷한 상황을 겪었을 지난날을 회상하듯 안타까워하며 미소 짓는다. 내 마음은 타들어 간다. 달님이가 앉아있는 저 먼발치 볕은 왜 이리 강렬한지 달님이는 바다 한가운데 앉아있듯 아지랑이가 아른거린다.

달님이가 바닥에 눕지 않기를 간절히 바래며 양손 가득 그리고 어느새 아이들의 가방은 어깨와 내 양팔에 들려있고 놓치지 않으려는 내 손은 10센티는 길어진 것 같다.


먼저 도착한 선생님이 도움을 주러 와서 달님이의 울음은 끝이 났고 무사히 버스에 안착을 했다. 버스가 출발하기 무섭게 달님이는 버스에서 곤히 아주 평온히 잠이 들었다. 그날밤 나도 편히 잠이 들었다. 금요일 출근을 위해서!!

이전 01화들켜버린 겨드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