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 떼는 도깨비방망이 나와라!

by 구름마중

걸어서 한 시간! 아이들에게 한 시간은 어떤 시간이었을까?


수변공원으로 산책을 다녀오는 날이다. 십분 남짓 큰 차도를 지나 초록신호를 기다리며 30초, 낙엽을 하나 줍는데 5초 햇님이는 공원까지 순조롭게 도착했다.


가을을 즐기고 놀이터를 뛰고 온통 아이들 세상으로 즐거움을 채운다.


"오늘은 아이들과 냇가를 한번 가보려고 해요! 경사가 심한 내리막이 있는데 어떻게 괜찮겠어요? 선생님들!"

원장님의 목소리다.

"네. 좋아요" 수신호를 보내고 아이들의 동선을 파악한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아이들을 하나둘 부르거나 직접 뛰어가 혹하는 제안을 한다.

"물고기 보러 갈까?"

세상 좋아하는 놀이터에 발걸음을 멈추고 '물고기'하며 마음과 생각을 따라 냇가로 걷는다. 오늘따라 순조롭다. 세 살 친구들은 원장님이 설명한 난간을 잡고 혼자서 발끝에 힘을 주고 내리막을 내려가기 시작한다.

밀치지 않도록 그래서 앞사람이 넘어지지 않도록 곁에 있는 아이들의 경호를 단단히 하며 한 손엔 햇님이를 잡는다.


안전하게 내리막을 내려온 아이들은 깜깜하지만 사방이 훤한 굴다리 아래 소리도 실컷 질러 보고 시냇물 흐르는 곳에 무엇이 살고 있을까 이야기를 하며 물소리, 새소리, 자연에 소리를 눈으로 귀로, 온몸으로 듣는다. 형님들 모습에 햇님이도 따라 한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먼 곳을 응시한다. 뭘 느끼는 순간일까!


햇님이는 자기 손보다 큰 돌덩어리, 나뭇가지, 풀잎사귀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을 "뭐어"하며 소통한다.

'뭐어" 하나하나 세상을 표현하는 햇님이다. 그렇게 이십여분이 지나고,


"자! 이제 점심 먹으러 돌아갑시다"


아이들의 탐색의 기준은 늘 어른의 시간에 움직여야 한다. 이것은 단체생활의 시작이다. 아쉽지만 또 식사를 하고 낮잠을 자고 오후 일상을 약속해야 하니 우리는 아이들을 다시 '밥 먹으러 가자'하며 아이들 표정을 살피고 격려를 하며 용기를 준다. 두 번째 제안을 세 살까지는 그래도 잘 받아들인다. 하지만 두 살 햇님이에게는 조금 어렵다.


햇님이 걸음으로는 이 가을이 다 가더라도 어린이집에 갈 수있을까? 앞으로 이십여분을 쉬지 않고 가야 한다. 햇님이에게는 이미 사십분의 시간을 사용했으니 앞으로 걸어가야 할 시간은 내리쬐는 가을볕에도 앞이 캄캄하다.


가는 길마다 눈에 보이는 것도 많고 만지고 싶은 것도 많고 마음 같아서는 안아주면 이내 갈 거리지만 한 손엔 햇님이를 잡고 다른 한손엔 손을 놓으면 마냥 신나 뛰어갈 초롱이와 그 손을 누나처럼 잡고 있는 별님이가 있다.


어김없이 후발대고 신호등앞에 먼저 도착해서 원장님을 비롯한 다른 친구들은 초록불에 건넌다. 때마침 바닥에 주저앉은 햇님이 엉덩이가 보도블럭에 찰싹 붙어버렸다. 이미 신호는 빨간불로 멈춰 버렸고 내 마음도 빨간불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했던가 '그래! 어쩌겠나, 천천히 가자! 점심이야 우리 셋이 먹으면 되지.' 마음을 다시 초록 불로 켜며 햇님이가 잘 걸을 수 있는 관심사를 끝임없이 제시한다. '금나와라! 은나와라! 도깨비 방망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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