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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명찬 Jul 08. 2022

식당이나 해볼까? #02

계약-1


가장 급한 것은 가게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매물로 나온 가게 리스트를 어느 정도 정리한 후에는 하루에 한 곳을 꼽아 직접 가보았다. 낮에도 가보고 밤에도 가보고 가게가 잘 보이는 곳의 카페에 자리 잡아 유동인구를 관찰했다. 노트를 펴고 이런저런 계획을 끄적거리며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살폈지만 가게를 직접 들어가 보지는 않았다. 후에 실제로 가게 주인과 인사를 하게 될 경우, 가게를 미리 살펴봤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아서였다. 난 그런 게 신경 쓰인다.


맘에 드는 가게가 매물로 나왔다고 해서 바로 찾아가 이리저리 물어볼 수 있는 성격이 아니었다. 여러 면에서 나는 워밍업이 필요했다.


맘에 드는 가게를 발견했다. 합정동에 있는 가게였는데 저녁에 간단한 요리와 와인을 파는 곳이었다. 사진으로 본 가게 느낌이 너무 맘에 들어 이리저리 재지 않고 바로 주인과 시간 약속을 한 후 가게를 살펴봤다. 실제로도 맘에 들었다. 그냥 그대로 인수하고 시작을 해도 손색이 없는 곳이었다. 다만 점심 장사가 애매했다. 엄마와 함께하려면 점심 장사도 할 수 있는 곳이어야 했는데 합정에 있는 가게는 위치, 가구, 인테리어 모든 것이 저녁 장사에 맞춰져 있었다.  


보증금 3000만 원, 권리금 3,000만 원


금액도 예산과 어느 정도 가까웠다. 점심장사만 포기한다면 당장이라도 계약금을 걸고 싶었다. 그곳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 내가 상상이 됐다.


그날 저녁, 아내와 상의를 했다. 결론은 그 가게를 포기하기로 했다. 우리가 가게를 시작하는 가장 큰 이유를 잊지 않기로 했다.


엄마와 함께할 수 있는 공간!

그것이 가장 첫 번째 이유여야만 했다.


며칠간 가게를 다시 알아보는 것에 흥미를 잃었다. 정말 하고 싶었던 가게를 포기했기 때문이었다. 합정동에서 봤던 가게만큼 맘에 드는 가게를 발견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다시 맘을 다잡고 가게 리스트를 만들었다. 이번에는 리스트업이 더욱 까다로웠다. 그냥 가게가 아니라 점심도 함께 할 수 있는 곳이어야 했다. 그러다 ‘피터팬의 좋은 방 구하기’에 올라와 있는 한 곳을 발견했다. 대략적인 조건만 쓰여 있었고 궁금하면 직접 와 보라는 주인의 소개였는데 사진으로 얼핏 봐도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게다가 점심과 저녁 영업을 동시에 하고 있는 곳이었다.


가게를 찾아가기 위해 홍대입구 3번 출구에 내렸다. 평일인데도 이상할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연남동!


몇 년 전에 약속이 있어 한번 와본 곳이었다. 연남동이 소위 말해 핫한 동네로 떠올랐다고는 하지만 사람이 많을 것 같아 그리 오고 싶은 동네가 아니었다. (걷는 건 좋아하지만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도망치듯 그곳을 벗어나고 싶어져 인파가 붐비는 곳에 가는 걸 꺼리는 편이다.)


‘연트럴 파크’라고 불리는 경의선 숲길 곳곳에는 사람들이 앉아서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외국인도 많았다. 중국인들이 많은 명동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다양한 인종의 외국인을 짧은 골목에서 여럿 마주쳤는데 골목을 걸으면서 나는 이곳이 어쩌면 한국의 ‘카오산로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인파가 붐비는 곳을 꺼려하지만 막상 가게 주인의 입장에서 보니 그 정신없고 복잡한 풍경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연남동이 갑자기 흥미로워졌다.


미리 살펴본 가게가 보였다. 가게 근처에 한참을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살폈다. 어떤 조건의 매물인지도 정확히 몰랐다.


여러 가지를 알기 전에 진정한 ‘첫인상’을 느끼고 싶었다.


7계단 올라가야 있는, 2층이라 하기엔 애매한 1.5층의 가게. 넓은 창으론 가게 안이 어느 정도 보였다. 작은 공간이어서 테이블이 옹기종기 모여있었지만 그 느낌이 불편하기보다는 아늑한 맛이 있는 가게였다. 가게를 지나 작은 골목에 들어섰다. 가게가 제법 멀어질때까지 걸어가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피터팬 보고 전화 드렸습니다. 가게 내 놓으셨죠? 대략적인 조건을 알고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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