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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명찬 Mar 30. 2024

입이 무거운 아침

한숨이 어때서?



어제 황사비가 내리고 나서인지 날씨어플을 보니 미세먼지가 '보통'으로 표시된다. 조금 걸어야겠다. 이번주는 좀처럼 걷지 못했다. 일어나니 술을 마신 것도 아닌데 머리가 무겁다. 어제는 근래에 들어 제일 말을 하지 않은 날이다. 말보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싶었다. 생각을 많이 하니 지금보다는 과거가 떠올랐다. 온통 후회뿐이다.


자기 전에 뭘 먹고 잔 것도 아닌데 혀에 백태가 가득하다. 경험 상 스트레스가 많으면 백태가 많이 끼는 것 같다. 속 어딘가에서 지펴진 불이 밤새 타올랐을 것이고 그 재가 위로 올라와 혀에 쌓여 있는 것 같다. 클리너로 박박 긁어냈다. 잡생각도 백태처럼 긁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식당을 시작한 후, 주말이 오면 괴로울 때가 있었다. 주말이면 매출이야 오르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주말을 즐기고 있는 그들의 즐거운 모습과 땀을 흘리며 일하는 내 모습을 비교하게 되었다. 지금이야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일하고 있지만 그런 마음으로 일할 때가 분명히 있었다.


어제는 엄마 퇴원을 시키느라 하루종일 밖에 있었다. 양쪽 무릎의 관절 수술을 한 엄마는 1월에 수술을 한 뒤로 두 달이 넘게 재활병원에서 재활을 했다. 아직 아주 조심스럽게 아장아장 걸어야 하며 계단을 오르내릴 땐 무엇인가를 짚어야 하지만 겉으로 보기엔 아주 성공적이다. 꽤 심했던 O자 다리가 쭉 하고 펴진 것. 키가 적어도 2cm는 커진 것 같다. 굽어 있었던 척추도 조금 펴진 것 같았는데 이 모습을 봤다면 좋아했을 아버지의 환한 웃음이 떠올랐다.


토요일이다. 오늘도 나는 식당으로 나간다. 내키던 안 내키던 해야 하는 일이 있다는 건 슬프고도 벅차다. 평소보다 훨씬 더 일찍 나가서 준비를 해야겠다. 마음이 어지러운 날은 일이 잘 안 된다. 그래서 더 많은 시간을 가지고 준비를 해야 한다.


칼을 다루다 마음이 겪해지면 칼질이 격해질 때가 있다. 마치 다치기를 바라며 아무렇게나 되라는 듯이.

그러니깐 마음을 잘 들여다보고 혹시 나도 모르게 피어난 부정적인 불씨가 있는지 아니면 이미 다 꺼진 줄 알았는데 남아 있는 작은 불씨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한숨이 잦아지면 마음에 불씨가 있는 것이다. 불이 타오르니 자연스럽게 환기구가 돌아가고 한숨으로 환기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한숨을 자꾸 쉬는 사람에게 '야. 땅이 꺼지겠다. 뭘 그렇게 한숨을 쉬냐'라고 묻지 말아야 한다. 한숨은 몸에 나쁜 연기가 가득 차고 있는 걸 가까스로 내보내는 행위다.


걸어야겠다. 걸으면 호흡이 가빠진다. 그러면 한숨이 한숨이 아니게 된다.


봄이다. 피어나느나 애들 쓴다.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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