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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 작 Mar 16. 2021

돼지곱창시켰는데 마시멜로가 나오면 어떡하니!

돼지곱창구이 좋아해?


소곱창은 많이 먹봤겠지만 돼지곱창구이는 일부러 찾아먹는 사람이 많지 않지.


돼지 특유의 냄새가 다른 부위보다 좀 세잖아.


보통의 돼지고기를 다루는 식당 리뷰에서조차 "돼지냄새가 안 나서 좋았어요"라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돼지니까 돼지냄새가 나지...돼지에게서 샤넬 no.5냄새가 나야 별 다섯개를 받을 수 있는걸까?


하지만 이해해. 특히나 곱창은 냄새가 쎄거든. 맛있는 돼지곱창집일수록 곱창 특유의 냄새를 잡기위해 사력을 다하니까 말이야.


가정집 거실에서  키우는 '쏘써윗'한 애완돼지baby에게서는 아마 이런 은은하고 맛있...아니  기분좋은 돼지향기가 나지 않을까?


그래서 꼭 널 데리고 충남 홍성으로 가고 싶어.


인근의 예산에 돼지곱창구이의 원조집이 있지만, 내가 여기서 먹은 느낌을 똑같이 전해주고 싶어서 그래.

 

우선 주문을 하면 곱창집에서는 예상치 못하는 숯불이 나와. 많은 가게들이 직화가 아니라 가스를 이용한 전용팬을 쓰거나, 그게 아니면 가스직화팬을 쓰거든.

그게 편하기야 하지만 맛에서는 숯불과 비교가 안돼.

숯위로 떨어진 곱창의 기름이 타면서 숯향을 머금은 연기가 돼. 그리곤 다시 올라와 곱창주위를 한바퀴 낼름 핥은 후, 네가 싫어하는 돼지냄새를 껴안고 하늘로 사라지는 걸 어떻게 이겨.


이제 아주머니가 초벌로 익힌 곱창을 가지고 나와.

그 초벌은 그냥 빈 냄비에 곱창을 넣어서 다그닥다그닥 달구는 거야. 곱창에서 물이 나오면서 아주 살짝 데쳐지지.


오동통한 곱창을 숯불위에 와르르 쏟고 나면, 그때부턴 쉬지않고 휘적거려야 돼. 콩을 볶듯이 말이야.


그 말이 이해가 안 된다면... 어떻게 설명해야하나?...니가 나를 들볶듯이??


그렇다고 거칠게 휘저어서 안에 든 구수한 곱을 허무하게 쏟아내면 안 되고.


쏟아내야 할 건 막 잠 깬 너의 '눈에 붙은 곱'정도일까...


그렇게 조심스럽게 오동통한 곱창들을 이리몰고 저리 몰고 있다보면, 겉이 맛있게 타기 시작해.


젓가락으로 슥슥 문지르면 가르륵가르륵 소리가 나는 그 바삭함의 정도로 말이야.


심지어 곱이 빠져나오지 않아서 통통한 채로.


그럼 절대 가위로 자르지 말고, 하나를 통채로 입에 넣고 바스슥 부서지는 겉면을 씹으면...


이거 뭐야? 반으로 잘라서  바삭하게 구워진 고등어구이의 배 쪽 겉면! '먹어봐, 이거 과자같애~'라며 생선 싫어하는 아이에게 건네는 바로 그 부분이 떠오르는 거야!


그러고 이어서 부드럽고 촉촉하고 따스하고 구수한 곱이 입안을 가득 채우지.


아!! 그래 이건 정말 캠핑장에서 구워먹는 마시멜로야. 겉면의 바삭함과 말랑한 속이 어쩜 이리 똑같을까?!


다만 차이가 있다면 마시멜로에는 우유가 필요하지만, 여기에는 소주가 필요하다는 것 정도?


손님도 없는 한적한 평일 낮시간에 너랑 단둘이 이 돼지마시멜로앞에 앉아 캠핑을 즐기고 싶다.


언제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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