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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 작 Mar 20. 2021

100년전부터 단골손님이고 싶어

1915년에 부여와 강경을 오가는  황산나루터에 젊은 촌부가 주막을 세웠.

같은 해에 지구 반대편에서는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발표했지만, 나루터의 촌부는  금강에서 난 황복을 끓여 손님을 상대했지.

106년이 지난 지금,  그 촌부의 4대째 젊은 손자가 아직 장가도 못가고 어쩌냐는 그 위 3대 어머니의 잔소리를 들으며 복어냄비를 들고 오더라


황복을 끓여 팔다가, 밀복과 참복을 팔고 멸치의 사촌인 웅어를 팔기까지 식당에는 아마도 수많은 일들이 지나갔겠.


1915년 그 나루터 주막은 독립운동가들의 접선장소였을지도 몰라.

펄펄 끓는 복어탕을 먹고 있으면, 나까무라 순사가 느닷없이 들어와 몸수색을 했겠지.

하지만 똑똑한 박동지가 군자금 지폐뭉치를 잘 펴서 미리 뜨거운 냄비밑에 깔아두었

수상함을 느낀 나까무라가 냄비를 들어 바닥을 확인하려 할 때, 김동지가 복어국물 한 숟갈을 재빨리 떠서 나까무라의 입에 밀어넣는거야.

놀란 나까무라가 소리를 버럭 지르지.


"칙쇼! 조센징 빠가야...오..오이시이~!!! 스고이네!! 단순히 맑은 복어탕이 나이데쓰요! 직접 담근 조센간장의 묘한 감칠맛이 느껴지무니다!이 국물 전부 내 입안으로 이랏샤이마세!"


6.25가 터지고 북한군의 탱크가 금강을 넘었어.

연합군은 낙동강 전선을 구축할 시간을 벌기 위해 대전에서 어마어마한 전투를 벌였지.

강경은 폐허가 되었고, 끝내 연합군은 후퇴했어.

포탄이 하늘을 날아도 가게는 먹고 살아야 했기에, 있는 재료로 복어찜을 만들어 식탁위에 올렸을거야.

연합군을 추격하려던 북한군의 탱크가 황산나루터에 있는 가게를 그대로 밀고 지나가려다가 멈춰섰어.

멈춰선 탱크안에서 두 병사의 다투는 소리가 들렸어.


"복어찜 좀 먹고 가자우! 내래 뱃가죽이 달라붙어 뒤지가써!"

"미쳤네? 당장 추격해야디 먹을 시간이 어딨다고 그러는기야?!

"밥까지 볶아먹자는 것도 아니고, 그냥 찜만 먹고 가자는거 아이가~ 우리가 언제 또 강경에 와 보가써!


잠깐의 정적이 흐른 후, 탱크의 윗문이 열리고 젊은 북한군 병사가 얼굴만 내민채 주인에게 말하지.


"...포장... 됩네까?"


1974년,  황산나루터는 사라졌어.

금강을 휘젓던 황복도 사라졌어.

하지만 가게주인은 먹고살기 위해 그 강에서 무엇이든 잡고, 무엇이든 썰어야 했지.

밀복...참복...웅어..

 

초가집을 무너트리고 슬레이트지붕을 올리느라 하루종일 땀을 뺀 김씨와 박씨는 새마을 모자위에 하얗게 내려앉은 석면가루를 털면서 가게에 들어와 뼈째 썬 웅어회와 무침에 탁주한잔을 시원하게 들이켰겠지.

탁주사발을 내려놓은 박씨가 김씨에 대한  감탄을 쏟아내.


"하여튼! 성님은 참 누구보담 앞서나가는 양반이여."


"하이구 또 내가 뭘~"


"다들 게을러 터져서 꼼짝도 안할 때, 우리 마을에서 제일로 먼저 초가집을 최신식 슬레이트로 바꾸셨잖여!"


"그까이거 그냥 뭐 대충하면되지 뭐."


"하여튼 대단혀!  말이 나왔으니까 하는 말인디 성님의 조부님도 참 남보다 행동이 빨렀잖유!"


"...그만혀"


"아녀유~ 피는 못 속이는겨. 그만큼 조부님도 남보다 늘 한발 빨랐으니께~"


"...그만혀"


"니께 남보다 빨리 창씨개명을 해가지구 이름을 나까무라로 바꾸셨잖유. 복어국 먹고 눈물 줄줄 흘리던..."


-딱!




노포(老鋪)


왜 좋아하냐구?


어제 생긴 식당에선  이런 상상을 할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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