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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 작 Mar 29. 2021

깨어난 포스! 된장찌개의 역습!


집에서 밥을 먹은 후 엄마가 "커피 한잔 타 오니라!"하시길래,  효도하는 마음에 유명카페 더티커피 스타일로 만들어드렸다가 쌍욕을 먹었어. 티커피 알지? 잔 밖으로 크림과 커피가 흘러넘쳐 지저분하고도 풍성함을 강조한, 아주 풴시한 요즘 커피 스따일!

하지만, 엄마에게 '더티커피'는 그냥 드러운 아들놈의 새끼가 시키는 거 드럽게 하기 싫어서 '다시는 커피심부름 시키지마쇼!'라는 뜻으로 드럽게 만든 커피 비슷한 쓰레기국물일 뿐이었던 거야.


사람의 마음은 참 '오늘의 메뉴'처럼 알 수가 없어.


어떤 레스토랑에서는 파리 한 마리  탁위에 앉아도 사과를 받기 위해 서비스로 1등급 와규등심스테이크를 요구하는데,  또 어떤 식당을 가면 식탁위 백열등에 걸린 거미줄이 낭만적이라며 인스타사진을 찍어대고 있으니 말이야.

어떤 셰프 완성된 요리가 나가기  현미경으로 겨우 보이는 접시끝에 묻은 소스자국을  세심하게 닦아내는가 하면, 어떤 식당 할머니는 흘러넘치는 냄비에 엄지손가락을 푹 찔러넣어 들고오면서 국물의 맛을 좌우할 육수를 손가락으로 뽑아낸단 말이야.


그런게 바로 [포스]란 거겠지?

역시 스타워즈에서 말한 "이 은하를 지배하는, 훨씬 거대한 그 무언가"를 나타내는 포스는 잘 되는 식당에도 존재하고 있었던거야. "미슐랭의 별을 받기위한 [쓰리스타-워즈]!! 바퀴벌레가 나와도 손님이 찍소리 못하고 먹을 포스가 함께하길!!"


그런데 놀라운 건, 우주를 지배하는 이 [포스]란 것은 쓰리스타 셰프같은 '사람'이나, 100년 노포같은 '식당'에만 있지 않다는 거야

 [포스]는 '그 이름을 유지하며 세월을 버텨온 음식' 그 자체에도 깃들어 있다는 거지.  바로 이 된장찌개처럼 말이야.


'된장찌개'라는 음식은 누구도 제압할 수 없는 포스를 가지고 있어서, 깨끗하고 정갈한 국그릇으로는 그 흘러넘치는 된장찌개의 기운을 감당할 수가 없어. 쓰리스타 셰프가 내오는 하얀 국그릇의 잡티하나 안묻은 된장찌개는 좁은 울타리에 갇힌 야생마, 티코를 탄 스모선수, 아침마당에 출연한 '박진영과 비'같은 느낌인거지.

'된장찌개'음식은 말이야, 이렇게 팔팔 끓는 된장국물뚝배기 밖으로 용암처럼 튀어올라되는 거였어! 그게 바로 된장찌개란 음식의 정체성이었던 거야.


서울 양평동의 식당에서 바로 된장찌개의 [깨어난 포스]를 확인하고야 말았지.

고기자체도 워낙 맛있는 고기집인데, 이 식당을 찾는 많은 손님들은 구워먹는 고기가 목적이 아니야. 바로 이 된장찌개를 먹기 위해 괜히 눈치보면서 비싼 소고기를 시켜먹다가 무심한척 본목적인 된장찌개를 주문하는거야. 그 사실을 손님도, 서빙 이모님들도, 주인 아주머니도 모두 알고 있지. 용감하고 뻔뻔하다면 고기를 1인분만 먹은 후 된장찌개를 주문할 것이고, 쫄보라면 3,4인분의 고기를 시키는 차이라고나 할까?


자투리소고기가 잔뜩 들어간 것만으로도 이미 남다른 맛이지만, 이 된장찌개의 엄청난 포스를 완성시키는 광선검은 따로 있어. 그게 바로 '냉이'야.

봄철에 브레이크타임인 줄 모르고 식당에 들어가면, 이모님들이 넓은 식당 가득 엄청난 양의 냉이를 다듬는 모습을 볼 수 있어. 고기집에 들어가면 으레 나는 그 비릿한 잡냄새 대신 냉이향기로 가득한 들판에 칼을 들고 냉이를 다듬는 조폭같은 소녀들이...  아... 취해서 그래...냉이향에 취해서...


그런데! 이 소녀들이 광선검을 소심하게 휘두를 것인가, 거칠고 용맹하게 휘두를 것인가!

용암처럼 끓어오르는 뚝배기위에 이 냉이를 오와 열을 맞춰서 소담하게 담으면, 그 순간 이 [포스]는 소멸하고 말꺼야.

그러니 한 웅큼을 집어 거칠고 용맹하고 급하게 집어던지듯이 넣은 모양새여야 진정한 완성인거지! 

오랜만에 만난 친구 가족과 헤어질 때, 친구의 거친 만류에도 불구하고 친구아들의 앙증맞은 주머니에 3만원을 급하고 우악스럽게 찔러넣어주는 듯한 느낌! 거칠고 따듯한 마음으로 "에헤~ 넣어둬! 넣어둬!"하며 냉이를 뚝배기위에 수북히 찔러넣어야된단 말이야.


난 그렇게 완성된 냉이된장찌개의 진정한 포스를 보고야 말았지.

네가 그 포스를 경험하고 싶으면 이 봄이 지나기 전에 시간을 내야돼. 이 봄이 지나고 나면, 냉이 대신 부추가 들어갈텐데... 그럼 광선검의 길이가 절반으로 뚝 떨어질테니까.


사랑도, 맛있는 음식도 언제나 타이밍이지.

Force to be with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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