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 작 Mar 31. 2021

오골계 숯불구이로 경험한 미각의 각성!


하아...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어. 강원도 양구에 갔을 때 일어난 일이야. 그 때의 충격으로 아직도 혀와 위가 떨려.


강원도 양구에 오골계로 숯불구이를 해 주는 집이 몇 군데 있고,  그 중에 원조라는 집을 찾아갔지. 하지만 별 기대는 없었어.

난 이미 춘천에서 내장까지 구워먹는 숯불닭불고기를 감동깊게 먹어보았기 때문에, 그것과 비슷하면 다행이고 맛이 떨어져도 침을 뱉지 않을거라 다짐하고 있었.

까맣다는 오골계가 뭐 별거야? 비싼 흑돼지냐,  덜 비싼 백돼지냐보다는 그 돼지의 어떤 맛있는 부위를 어떤 고급스킬로 굽느냐가 맛을 좌우하는거 아니겠어?

게다가 나만 느끼는 건 아닐꺼야. 직접 기른다는 토종닭 백숙 먹어보면, 첫 느낌이 이거잖아.

'...질겨.'

하지만, 낸 돈이 아까워 곧 정신승리를 하지.

"오! 굉장히 쫄깃쫄깃한 걸?!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진다는 닭과는 차원이 달라! 이거봐. 10분째 같은 걸 씹고 있는데, 씹을수록 깊은 맛이 나는것 같애!"


이런 경험들 때문에 특별하게 키워진 고기에 대한 기대가 별로 없다구.

그런데 숯불구이를 시켰더니, 기대는 고사하고 첫 비주얼부터 '잔인하게 난도질 당한 시커먼 정체불명의 생물잔해' 등장했지.



챔기름, 간장, 소금,파 같은 것에 버무린 이 '검은 잔해'를 보면서 생각했지.


 '으...사람들이 흑염소가 몸에 좋다면서 왜 자주 안 먹는 지 알겠어...검은데 보기좋고 맛있는 건 결국 짜장면밖에 없지'라고.


그리고 찾아온  또다른 난관! 너도 알다시피 우 치킨의 민족이잖아.  우리나라 성인 1인당 1년에 15.76kg의 닭을 해치운다구. 600g짜리 닭 기준으로 한 달에 두 마리  정도를 삶고 튀기고 굽고 볶고 찌르고 자르고 씹고 있단 말이야. 그러니 닭이 익었는지 안 익었는지는 냄새만으로도 알아야 할 수준 아니겠어?

그게 아니면 적어도 흰 살이 타서 까매지면 익었구나하고 알텐데, 이 놈의 살이 거무죽죽하니까 익었는지 안 익었는지를 도통 모르겠는거야.

그러니 사장님이 오셔서 이리저리 뒤집어 주실 때 잘 훈련된 반려견처럼 꼬리를 내리고 앉아있다가, 사장님이 "먹어!"외치면 "멍!"하고 허겁지겁 먹 수 밖에 없었지.

 

그런데 말이야...구워진 고기가 입에 들어가는 순간, 난 '한글'의 위대함을 알았어.

외국어중에선 이 식감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없을꺼야. 하지만 한글엔 있지. 바로...


[야들야들야들야들야들야들]


영어엔 없어. 부드러운 건 soft, 쫄깃한 건 chewy. 야들야들한 건? 없어. 없다구.

언어가 그 나라 식생활의 모든 것을 표현한다는 게 맞다면, 영어권 나라에는 야들야들한 음식이 없어서 그 식감이 뭔지도 모르는게 확실해.

만약 한글 배우는 외국인이 '야들야들'이란 단어를 이해못한다면, 혹은 "i can't understand. 야들야들? what's that? oh! i got it! 야~야~ 야들아~ 내말좀 들어라~여기도 짜가~저기도 짜가~ 할 때, 그 '야들'입니카??"라고 한다면..

그냥 이 구이 한 점을 입안에 넣어주면 돼.

앤 설리번 선생님은 핼랜켈러에게 글을 가르치기 위해 손바닥에 글을 썼지만, 진정한 뜻을 가르치기 위해선 혓바닥에 때려박아야 하는거야.


거기에다가 이 간단하고 무심한 듯 코팅된 참기름장 소스의 역할이 정말 놀라워. 마원래부터 이 오골계의 육향인것처럼,  구워진 고기에 너무나 자연스럽고 은은하게 배어 있 뭐야.


이미 좀 지난 일이라 얘기하는 거지만, 이 '오골계 숯불구이'라는 장르가  너무 맛있어서 사실... 양구의 또 다른 식당도 가봤었지.

보기엔 똑같이 나와.

그런데 '쫄깃'했지만 '야들야들'하지는 않고, 무엇보다 여기서 느꼈던 그 은은하게 밴 감칠맛이 안나는거야. 몇번이나 고개를 갸우뚱했었지.

그래서 다시 또 이 집으로 돌아와 사장님에게 이실직고했지. "다른 집을 갔는데, 이 맛이 안나요 ㅠㅠ"

사장님이 웃으면서 그러더라구. "그런 곳은 시판참기름을 쓰고, 우리는 직접 짠 기름을 써. 기름맛이 엄청 차이가 날꺼야.아휴 직접 짜면 비싼데~ 깻값도 올라가지구~비싸도 우린 그렇게 해왔으니까~ 해야지 뭐~ "


천국의 김밥위에 바르는 향미유가 포함된 저렴한 참기름. 그리고  신문지에 돌돌말아 가방에 한사코 찔러주시던 시골 어머니의 참기름이 뭐 별반 다르겠어?라고 지금까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나의 뒤통수에 참기름병을 후려갈기는 느낌이었어.

충격적으로 혀에 때려박는 야들야들한 식감!

순도 100%의 챔기름과 숯불닭이 펼치는 상상치 못한 고급진 맛의 콜라보!

놀랍도록 쫜득쫜득해서 이거 돼지껍데기 저민건가?하게 만들었던 검은 닭껍질까지!


오골계 숯불구이는 그렇게 나에게로 와서 100점 만점에 200점이 되었지.

당분간은 이보다 더한 맛의 충격은 없을거라 확신했어.

그런데...그런데... 바로 이곳에서 또다른 맛의 충격을 경험하고 정말로 할말을 잃어버렸지.

그건 바로...바로...


30초 후에 공개합....아니 다음 편에...

이전 07화 깨어난 포스! 된장찌개의 역습!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