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는 어렵기 때문에
지난 글에서 세일즈가 어려운 네 번째 이유는 대한민국 세일즈맨이 커뮤니케이션에 미숙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커뮤니케이션은 언어적인(verbal) 부분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세일즈맨과 구매자 간의 ‘소통’을 의미하며, 우리나라 세일즈맨의 99%가 소통을 잘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의 세 가지 세일즈 커뮤니케이션 원리 중 첫 번째(Beyond requirements to address Needs :니즈에 대응)에 대한 설명을 하였고,
이번 글에서는 두 번째(Not information but Messages : 메시지 전달)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 한다.
1) Beyond requirements to address Needs :니즈에 대응하라
2) Not information but Messages : 메시지를 전달하라
3) Easy to understand: 이해하기 쉬운 구조로 말하고 써라
두 번째 세일즈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은 정보가 아닌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다.
세일즈할 때 당신은 정보를 전달하고 있는가, 아니면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가? 아마도 당신이 말하는 것이 정보인지 메시지인지 구분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먼저 그 차이를 이해해보자.
사전적으로, 정보의 목적은 ‘상대방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지식 또는 사실을 제공’하는 것인 반면, 메시지의 목적은 ‘특정 목적을 가지고 상대방의 행동이나 감정적 반응을 유도’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정보는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고, 메시지는 설득을 목적으로 한다. 구체적인 차이를 정리해보면 다음 표와 같다.
'정보'는 그 자체로 객관적인 성격을 갖기 때문에 상대방의 주관적 해석이 필요하다. 그래서 세일즈에서 정보를 많이 전달할수록 성공할 확률은 낮아진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고객은 당신이 생각하는 만큼 당신의 세일즈에 관심이 없다. 고객은 당신이 전달하는 정보를 해석할 시간을 낼 만큼 마음의 여유가 있지 않다.
둘째, 정보만으로는 고객의 구매 동기를 유발하기 어렵다.
반면, '메시지'는 본래 주관적 성격을 가지므로 상대방의 해석이 필요 없다. 상대방은 메시지가 의도한 대로 판단을 하게 된다. 그래서 메시지 중심의 세일즈는 성공 확률을 높인다.
메시지는 세일즈에서 매우 큰 힘을 갖는다. 반면, 정보는 메시지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사용될 때에만 그 힘을 발휘한다.
배달 어플을 켜서 치킨을 주문하는 당신을 예로 들어 이해해 보자. 주말에 열심히 운동하고 집에 오자 배가 고프다. 한 주 동안 다이어트 식단을 성실히 지킨 당신은 스스로에게 보상을 주기로 결심하고, 기쁜 마음으로 배달 어플을 열었다. 그리고 치킨을 시키려고 한다.
이때 아래와 같은 메뉴 설명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위의 그림은 정보가 충실히 적힌 메뉴 설명이다. 순간, 당신은 자의적인 해석을 하게 되고, 그에 따라 다음 중 하나의 결정을 내릴 수 있다.
(1,000Kcal, 튀김이라는 문구를 보고) “한 주 동안 열심히 운동하고 식단도 했는데, 살 찌겠다. 참자.”
(23,000원라는 문구를 보고) “비싸네. 이 돈이면 두 마리 치킨을 먹는 게 낫겠다”
반면, 다음과 같은 메뉴 설명을 보면 어떻게 될까?
메시지가 분명한 메뉴 설명이다. 이때는 자의적인 해석을 할 필요가 없다. 본인도 모르게 메시지가 의도한 대로 판단을 내리게 된다. 그리고 그에 따라 다음 중 하나의 결정을 하게 된다.
(맛있는 치킨 사진을 보고) "우와, 맛있겠다. 시켜야지!"
*사진과 이미지는 그 자체로 메시지의 힘을 가진다. 단, 비주얼 요소와 구성이 쉽고 직관적이어야 한다.
(기름은 절반, 바삭하다는 문구를 보고) "그래, 다른 치킨보다는 살이 덜 찌겠네. 여기 시켜야지!"
(국내산 숙성 프리미엄 치킨이라는 문구를 보고) "비싼 게 맛있지. 오늘은 여기다!"
세일즈의 목적은 무엇일까? 바로 설득이다. 그래서, 세일즈에는 메시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99.9%의 세일즈맨 또는 세일즈 조직의 세일즈는 정보로 가득 차 있다.
내가 10년 넘게 컨설팅을 하며 봐온 수백 건의 기업 소개서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세일즈 조직은 다음과 같은 기업 소개서를 고객에게 보내고 있다.
이 예시는 항공기 구조물 제작 기업 소개서의 특정 슬라이드 내용이다.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618명의 직원과 74,000평이라는 문구, 그리고 공장 사진뿐이다. 과연 이 세일즈 조직은 고객에게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 것일까?
만약 당신이 이 기업의 고객이라면 이 소개서를 보고 어떤 판단을 내리겠는가? 새로운 업체를 찾고 있는 당신이 궁금해하는 점에 대한 답이 될까? 기존 거래업체와 비교했을 때, 이 업체와 일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 이 업체를 더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될까? 그렇다면 당신은 인내심 있고 너그러운 고객일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고객은 그렇지 않다. 이 소개서를 보고 나서, 많은 고객은 이 기업과의 비즈니스 기회 검토를 멈추게 된다.
이 기업은 내가 애정하는 고객중 하나로, 17년 연속으로 보잉의 항공기 구조물을 제작 및 납품할 정도의 기술력을 갖춘 국내 대표 기업이다. 이처럼 뛰어난 기술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고객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었다.
알고 보니, 위의 예시에서 고객이 실제로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다음과 같았다.
4개의 자체 공장 보유로, 가공부터 조립까지 전 공정을 안정적으로 수행
연간 2,000개 품목에 대해 최대 40만 개까지 생산 가능
공정별로 특화된 4개의 생산 공장 가동으로 효율적인 생산 체계 구축
총 74,000평 규모의 생산 부지 보유
부산 공장에 긴급 발주에 대응할 수 있는 여유 부지 확보
공장 간 거리가 가까워, 공정 간 생산 지연이나 손상 최소화
그리고 다음의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첫째,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너무 많다.
둘째, 이로 인해 무엇을 강조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내가 제안한 개선안은 다음과 같다.
두 번째 예시(개선안)가 첫 번째 예시(기존안)와 다른 점은 헤드 메시지가 명확하고, 본문 내용이 그 의도에 맞게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개선안은 메시지의 출발점이 명확하다.
즉, "가공부터 조립까지 4개의 공정별 자체 공장 보유로 안정적 생산 가능"이라는 헤드 메시지를 전면에 배치했다.
그리고 본문에서는 이 메시지를 뒷받침하는 구체적 데이터와 구조적 논리를 제시한다.
연간 2,000개 품목, 최대 40만 개 생산 가능
공정별로 특화된 공장 현황
헤드 메시지가 명확하다는 것은 말하고자 하는 의도가 분명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본문이 그 의도에 맞게 구성되었다는 것은 기존 상용 콘텐츠의 틀에서 벗어난 '기획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이 ‘기획’은 곧 다음 두 가지 초점이 반영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Customer Focus: 고객이 실제로 관심을 갖는 주제(생산 안정성)에 초점을 맞춤
Strategic Focus: 자사가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핵심 역량(공정별 4개의 자체 공장 보유)을 전략적으로 강조함
이렇게 고객 관점과 전략적 관점의 메시지가 분명한 세일즈 문서는 세일즈의 설득력을 높인다.
위에서 보여준 기존안의 문제는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하지만 하나의 슬라이드에 여러 개의 메시지를 담을 경우, 각 메시지의 임팩트는 약해지고 결국 어떤 것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한 슬라이드에는 하나의 메시지만 담는 것이 이상적이다. 그래서 핵심 메시지를 정의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핵심 메시지를 명확히 설정하는 순간,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효과가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1) 핵심 메시지 외의 내용은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된다.
- 4개의 자체 공장 보유로, 가공부터 조립까지 전 공정 안정적 수행
- 연간 2,000개 품목에 대해 최대 40만 개까지 생산 가능
- 공장 간 거리가 가까워, 공정 간 생산 지연 및 손상 우려 최소화
- 각 공장별 특화된 생산 공정으로 효율적인 생산 체계 구축
- 총 74,000평 규모의 생산 부지 보유
- 부산 공장의 여유부지 확보로 긴급 발주에 유연한 대응
(2) 핵심 메시지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데이터와 시각자료만 남고,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된다.
- 공장 내부 이미지
- 공장별 면적
- 공장별 수행 공정
- 전체 직원 수
- 공장 외관 이미지
- 공장 설립일
- 공장별 생산 인력
핵심 메시지를 중심으로 내용을 선별하면, 슬라이드가 간결해지고 메시지가 강해진다.
결국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정제되고, 전달력은 더욱 높아진다.
이는 작성자의 작성 효율성과 독자의 이해도 모두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방법이다.
이처럼 고객과 우리의 차별점 관점에서 메시지를 고민하고 내용을 기획하는 것은, 매우 귀찮은 작업이고 어렵다. 그래서 엄청난 학습과 실행의 반복이 필요하다.
이는 바로 앞전에 다른 게시글에서 내가 말한 '익숙한 현재의 장소를 떠나 말로만 듣던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여행' 인 것이다.
그래서 99.9%가 이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그래 놓고 선 Selling Document인 기업 소개서의 중요성을 간과한다. 그것을 단순히 편집 디자인을 입히는 작업으로, 또는 단순 paper로 치부한다.
그로 인해 수많은 잠재고객을 잃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말이다.
※ '세일즈는 본질적으로 변화이다 마지막편(4/4)' 은 다음 글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