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혼자인데 혼자가 아니었던 밤

by 에이프릴

3화. 혼자인데 혼자가 아니었던 밤

강릉, 봄.
바닷가 민박.
조용하고 소박한 숙소였다.
창을 열면 소금기 섞인 바람이 솔솔 들어왔다.

도착한 저녁, 공동 주방에서 김밥을 꺼내려던 찰나.
수줍은 얼굴의 여자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한국어는 잘 못하지만... 같이 먹어도 돼요?”
나는 반가운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홋카이도에서 온 유카였다.
그리고 다섯 살쯤 되어 보이는 아들, 하루.
하루는 장난감 자동차를 들고 주방 바닥을 달리며

신나게 뛰어다녔다.
유카는 쑥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내 옆자리에 앉았다.

“첫 해외여행이세요?”
조심스럽게 물었다.
유카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혼하고 나서 처음이에요. 하루랑 단둘이.”

그 말에 나는 살짝 웃었다.
“저는요. 회사 그만두고 혼자 왔어요.
혼자 여행은 처음이라, 저도 사실 좀 겁났거든요.”

유카는 놀란 듯 나를 바라봤다.
“진짜요?”
“네. 혼자 뭔가를 해본 게 거의 없었거든요.”

우리는 김밥을 나눠 먹으며
어설픈 영어, 일본어, 그리고 웃음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언어는 조금씩 어긋났지만, 마음은 잘 맞았다.

밤이 깊었다. 하루는 금세 잠들었고,
나는 작은 와인 병을 꺼내 유카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잔 할래요?”

유카는 수줍게 웃으며 소파로 다가왔다.
우리는 작은 테이블 앞에 마주 앉아

잔을 조심스럽게 채웠다.

“언제 제일 외로워요?”
내가 물었다.

유카는 와인잔을 두 손으로 감싸쥐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 애가 잠들고 나면요.
방 안이 너무 조용해지면...
‘이렇게까지 혼자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어요.”

그녀는 조용히 와인잔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근데요, 그 순간을 지나고 나면…
내가 나를 다독일 수 있어서 좋아요.”

나는 그 말을 들으며 눈을 감았다.
회사 사람들, 남편, 아이.
모든 걸 챙기느라 정작 나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몰랐던 시간들.

나는 와인잔을 들어 보이며 웃었다.
“유카 씨, 전 응원해요. 혼자여서 더 멋져요.”

유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툭, 하고 잔이 부딪히는 소리가
밤의 적막 속에 부드럽게 울렸다.

창밖에는 바닷바람이 조용히 지나갔다.
그저 그렇게, 서로의 용기를 축복하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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