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잘 지내고 있니?
아들아 잘 지내고 있니?
아빠는.........,
비밀이 많아져서 대화가 적어져도 좋았고,
친구가 좋아 매일 새벽에 들어와도 집에서 잠들어 있음이 좋았고,
차에서 이어폰 끼고 대화에 참여하지 않아도 앞에 든든히 앉아있음에 좋았고,
어릴 적 모습과 달라져 징그럽게 컸어도 여전히 한편에 그 얼굴을 담고 있어서 좋았고,
동생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기 서툴러하지만 그래도 생일을 챙겨주고 싶어 하는 마음이 좋았고,
이렇게 어느새 훌쩍 커버렸지만 엄마 아빠에겐 늘 네가 우리의 아들이어서 좋았다.
엄마는 더 좋은 음식 챙겨주지 못해 미안했고,
아빠는 더 상냥한 말을 건네지 못해 미안했고,
생활비를 위해 꽃다운 시간 알바하며 지내게 해서 미안했고,
흰 운동화가 까맣게 될 때까지 신경 쓰지 못해 미안했고,
벌레 나오지 않는 좋은 자취방 해주지 못해 미안했고,
이렇게 뭐 하나 제대로 해주지 않았음에도 무탈하게 잘 커줌에 미안했다.
대학 들어가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많아 아쉬웠고,
집에 있어도 얼굴 보기 힘들어 아쉬웠고,
가족보다 친구의 일이 점점 더 우선순위가 되어감에 아쉬웠고,
간만의 저녁식사에 너만 빠지는 날이 많아 아쉬웠고,
이제는 다 커서 당연한데도 섭섭한 생각이 드는 나 스스로가 아쉬웠고,
앞으로 다시는 올 수 없는 순간들임을 알고 있어서 아쉬웠다.
그럼에도 건강하게 군인이 된 네가 자랑스럽고,
걱정 말라 얘기 전하는 네가 대견하고,
힘들고 걱정되는 부분이 있을 텐데 뭐 그 정도야 하며 넘어가는 네가 기특하고,
토요일 가족에게 먼저 전화 돌려주는 네가 고맙고,
형 편지를 읽고 마음이 좀 그렇다며 보고 싶다고 얘기하는 동생에게 그런 존재여서 흐뭇하고,
전화기 너머 엄마에게 여전히 수다 떨어주며 웃게 해주는 아들이어서 감사하다.
아부지는 이번 주말 멀리 광주에서 날아온 아들의 거무튀튀한 흰 운동화를 빨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