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초
2025.01.07.화
아파서 연차 쓰고 하루 종일 잤다. 아침, 점심, 저녁 먹을 시간에만 일어나서 오빠랑 밥을 먹었다. 동생이 본가에 가 있는 일주일 동안 오빠가 우리 집에 살았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오빠가 있고, 출근길에도 오빠랑 같이 손잡고 나간다.
2025.02.03. 월
1월은 정말 다사다난했다. 달라진 점은 J를 더 사랑하게 됐다는 것뿐이다. 우리는 사랑 못 해 죽은 귀신이라도 붙은 사람들 마냥 1분에 한 번씩 사랑 고백을 한다. 행복이나 사랑이나 영원 같은 단어들은 식상하고, 부족하고, 어딘가 가공된 말 같아서 한 번도 듣도보도 못한 소리를 내보려 하니 입만 달싹달싹하다 그냥 울어 버린다. 만약 모종의 이유로 내 인생에서 다시 한번 J가 사라지게 된다면, 나는 정말로 남은 인생을 제대로 살 자신이 없다.
7년 전, J와 사계절을 다 보내게 해달라고 하나님, 부처님, 알라신, 그리스 로마신들에게 빌었다. 세상 모든 것들에게 빌고 싶다. 내 생에 남은 모든 계절들을 그와 보낼 수 있게 해달라고.
2025.02.04. 화
어제가 입춘이었다. 오빠가 봄을 선물해 줬다.
봄이다. 아무튼, 결국 사계절을 모두 보내 보았다. 계절이 바뀌는 것도 모른 채 정신없이 사랑하고 있다.
2025.02.05. 수
오늘은 입사 이후로 역대급 힘든 날이었다. 이 일을 끝내기도 전에 저 일이 들어오고, 저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또 다른 일이 추가되는데 내가 지금 뭘 했고, 뭘 하고 있고, 뭘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는 상태. 누가 말만 걸어도 눈물이 나서 선배들이 뭐 물어보면 눈물 참고 말하느라 대답하는데 한참 걸렸다.
팀장님이 점심시간에 불러서 “빡세니?” 하시는데 아무리 참으려고 해도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어 그냥 고개를 숙여 버렸다.
붙잡고 알려주는 사람도 없고, 물어보면 화내고, 하나하나 꼬투리 잡고, 외워도 외워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근데 퇴근하고 나니 남자친구는 오늘 왜 이렇게 성의 없냐며, 폰 잠깐 볼 시간도 없냐며 뭐라고 한다. 어디 대자연 같은 데로 도망가고 싶다.
2025.02.11. 화
또 다닐만한 것 같다는 착각이 드는 시기가 왔다. 여전히 속으로는 쌍욕을 해대고 있지만, 나만 힘든 건 아니구나, 다들 버티고 있는 거구나, 하는 걸 요즘 들어 자주 느낀다. 퇴사자가 셋이나 나왔다. 그들 중 둘이 우리 팀 차장을 퇴사 이유로 댔다.
2025.02.25. 화
퇴사에서 휴직으로. 그리고 복직 후엔 부서이동 예정. 인생이 여전히 다이나믹하다. 복직 전 마지막 퇴근을 마치고 곧장 J 동네로 갔다. 가겠다는 말도 없이 동대문행 열차를 탔다.
홍보팀은 기자들 만나서 술 먹고 대접해야 한다는 건 또 어디서 본 건지, 잔뜩 불안해진 J를 달래러 가야겠다고, 몸이 아프고 힘든데도 그 생각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났다. 얼마나 기뻐할지 생각하면 힘든 것도 잊는다. 아니나 다를까 간다고 하니 고맙다고 눈물을 흘리는 수화기 너머의 내 사람.
정말 사랑하고 있다. 이 남자한테는 아까운 게 없다. 다른 누군가를 내가 이렇게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 그건 불가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