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 한 점의 시간

남자 셋의 식탁에서


저녁은 참치회였다.
아버지, 나, 그리고 서른 살 조카.
남자 셋이 마주 앉았다.

아버지는 “이건 대뱃살이냐?”며 젓가락을 들었고,
나는 “아버지, 그건 가격이 다릅니다.”라며 웃었다.

조카는 “삼촌, 이건 유튜브에서 본 데보다 색이 예쁘네요.” 했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이 밥상엔 시대가 세 겹으로 겹쳐 있었다.
한 세대는 추억으로, 한 세대는 책임으로,
그리고 한 세대는 처음의 설렘으로.

참치회 한 점을 입에 넣었다.
혀 위에서 사라지는 그 찰나가
이상하게 인생 같다.

살짝 차갑고, 부드럽고,
삼키기도 전에 사라진다.

인생도 그렇다.
그 순간은 짧지만,
그 맛은 오래 남는다.

아버지는 참치 위에 간장을 떨어뜨리며 말했다.
“이게 제일 비싼 부위라더라.”
조카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진을 찍었다.

나는 그 둘을 보며 생각했다.
‘참치의 비싼 부위는 금세 녹지만,
이 장면은 오래 남겠다.’

참치는 냉장고에서 나왔지만
그날의 식탁은 따뜻했다.

세대가 다르고, 속도도 다르지만
참치 한 접시가 우리를 잠시 같은 온도에 앉혔다.

그게 가족의 맛인지,
시간의 맛인지 모르겠다.
다만, 그날의 간장 위엔
각자의 인생이 살짝 비쳐 있었다.

우리는 늘 서로 다른 바다를 헤엄친다.
아버지는 과거라는 바다를,
나는 현실이라는 바다를,
조카는 미래라는 바다를.

그리고 어느 저녁, 잠시 같은 식탁 위에서
한 점의 참치를 나눠 먹는다.

그 짧은 시간이
삶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그 안에는 삶의 맛이 다 들어 있었다.

참치는 녹았지만,
그날의 온도는 아직 남아 있다.

“참치는 사라졌지만,
그날의 시간은 아직 입안에 남았다.”
— 이창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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