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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a Feb 09. 2023

[호모룩스 이야기-1]     
아바타2, 치유의 물길

[호모룩스 이야기-1]      



                        아바타2, 치유의 물길               


                                                                                                                           

                                                                                                                                                                                                                                  시아




       

  물은 답을 알고 있다. 물의 결정체를 나타낸 에모토 마사루의 책 이야기가 아니다. 2022년 12월 14일에 개봉한 영화 ‘아바타2’는 물에서 펼쳐져서 물에서 끝난다.     

  제이크 설리와 네이티리의 가족은 단란하게 살고 있다. 네이티리의 고향인 숲 오마티카야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는 날들을 보낸다. 전편에서 죽은 마일즈 쿼리치가 사망 전 복제해둔 DNA로 나비족이 되어 새롭게 진영을 꾸려서 쳐들어온다. 제이크는 부족을 지키기 위해 족장 자리를 내놓고 바다로 간다. 메케이나 부족은 바다에 탁월한 생김새나 타고난 능력을 갖고 있다. 그에 비해 숲 종족의 체형은 형편없다. 고향을 등져야 하는 네이티리는 서글픔과 원한이 가득하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방인의 삶이 시작된 것이다. ‘이방인’은 영화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제이크가 “가족 자체가 우리의 요새야!”라고 아무리 외쳐봐도 위태롭기만 하다. 타향살이가 얼마나 외로운지, 주눅 들고 비참한지, 겪어본 이들은 안다. 사실, 제이크 설리는 애초부터 이방인이었다. 그의 정체는 나비족 형상을 갖춘 아바타에 불과했다. 이제 제이크 설리의 가족 모두 ‘이방인’이 되고 말았다. 그 꼴로 어떻게 바다 생활을 한 것인지 놀림감이 되고 비웃음을 당해야 했다. 그나마 메케이나 족장이 받아줘서 살고 있지만, 처량한 더부살이 신세다.      



  한편, 보랏빛 표지가 발랄하고 산뜻한 ‘하와이안 드림’은 ‘착해 보이는’ 책이다. ‘하와이로 시집간 딸이 아이를 낳는다. 딸한테 따뜻한 엄마 노릇을 할 절호의 기회! 엄마의 꿈은 이뤄질 수 있을까?’라는 띠지의 글조차 뻔해 보인다. 뭐, 그렇고 그런 책이겠네. 여기서 ‘그렇고 그런’은 적당히 지지고 볶고 갈등이 있다가 그래도 서로 토닥거리고 이런 결론을 내릴 것이라는 추측이 담기는 것을 뜻한다. ‘그래도 가족이잖아. 뭐, 어쩌겠어.’ 이 착하고 뻔한 책과 아바타2는 희한하게도 닮았다. ‘이방인’이라는 코드 때문이다.       

  산후조리를 해주겠다고 하와이에 간 소설 속의 ‘나’는 이방인으로 전락하고 만다. 집안일을 잘하는 가정주부 역할은 젬병이고, 딸과의 사이도 썩 좋지 않다. 키울 때 못 해줬던 사랑을 표현하려 하지만, 딸은 그런 엄마한테 쐐기를 박는다. “정말 필요할 어릴 때, 엄마는 내 곁에 없었어. 지금 이런다고 달라져?” 감정도 행동도 똘똘 뭉친 사위와 딸 앞에서 ‘나’는 이방인이다. 하와이에 있는 52일간 주로 해야 하는 일은 요리. 가장 자신 없는 것을 도맡아 할 처지다. 요리 못하는 장모는 장모도 아니다. 물의 나라에서 제대로 물 먹는 격이다.      

  ‘아바타2’ 영화 속 제이크 가족들이 공격을 받고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큰아들이 죽는다. 엄청난 슬픔을 느낄 사이 없이 인질로 잡힌 아이들을 구해야 한다. ‘하와이안 드림’의 ‘나’는 서글픔을 느낄 겨를 없이 손자가 태어나고, 아기 똥이 묻은 옷가지를 손으로 빤다. 영화 속 제이크의 입양한 딸 키리가 에이와의 심장 소리가 들린다고 했을 때, 제이크는 묻는다. 그래, 에이와의 심장 소리는 어떠니? 책 속의 ‘나’가 하나님의 말씀을 들었다고 했을 때 사위가 묻는다. 그래요? 하나님이 대체 뭐라고 하시던가요? 키리가 측두엽 이상에 의한 간질 발작으로 환각을 경험하는 거라고 의사들이 단언할 때, 메케이나 부족장 토노와리의 아내인 로날은 그들을 물리치고 주문을 외운다. 책 속의 ‘나’는 오래전 접했던 하와이 치유법 ‘호오포노포노’의 핵심어를 네 가지를 읊어댄다. 미안합니다. 용서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결말은 뻔하다. 제이크 가족은 적을 물리쳤다. 큰아들을 잃었지만, 평화가 찾아온 것이다. 책에서 ‘나’는 계획했던 일수를 채우고 귀가한다. 태어난 손주를 가슴에 담고 일상으로 돌아온다. 영화나 책의 배경은 모두 ‘물’이다. 물은 이방인을 이방인이지 않게 하는 유일한 판이다. 생명은 물 없이 버틸 수 없다. 조건과 상황이 다른 생명체조차 물 안에서 하나가 될 수밖에 없다. 탄생과 죽음이 자연스럽게 존재하고, 생성과 소멸이 뒤엉켜 일어난다. 물은 만물을 포용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물길은 치유의 길이자 용서의 길이다. 물이야말로 고향이다. 그렇지만 정작 본향은 물 밖에 있다. “고향을 감미롭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직 허약한 미숙아다. 모든 곳을 고향으로 느끼는 사람은 이미 상당한 힘을 갖춘 사람이다. 그러나 전 세계를 타향으로 느끼는 사람이야말로 완벽한 인간이다.” 12세기 유럽의 신비주의 철학자, 빅토르 위고(Hugh of Saint Victor, 1096~1141)의 말이다.      



  아바타2의 흥행 여부가 후속작의 존립을 결정한다고 한다. 후속작의 제목은 이미 결정되어 세간에 알려져 있다. 마지막 격인 아바타5의 제목은 ‘에이와를 찾아서’다. ‘에이와’는 영적 존재로 나비족의 생명과 의식을 주관한다. ‘하와이안 드림’은 ‘푸른 침실로 가는 길’의 후속작이다. 글쓴이는 감성과 감수성으로 치유하는 통합 예술과 문화 치유인 ‘심상 시치료’를 개발했다. 2013년에는 ‘마음의 빛을 찾아서’라는 이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마음의 빛’은 우주의 에너지이자 신이다. 이렇게 연결된 것은 우연한 일치일까? 억지로 꿰어맞춘 것일까? 혹은 놀라운 섭리일까? 하늘이 알고 땅이 알리라. 모르는 것에는 침묵할 뿐이지만, 그 침묵 안에서 장엄한 심장 소리가 물결치고 있다.        





  * 호모 룩스(HOMO LUX)는 빛으로서의 인간을 일컫습니다라틴어로 인간이라는 호모(HOMO)’와 빛인 룩스(LUX)’가 결합한 단어입니다  

  

  * ‘호모룩스 이야기는 치유와 결합한 시사와 심리예술과 문화에세이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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