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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a Apr 16. 2023

[또또 이야기 - 3]

      


                                                                 또또               

          


                                                                                                                                        시아




  집에 들어가지 않는 또또! 깨끗하게 씻고 닦은 수고를 무시하듯 거들떠보지도 않는 또또. 바닥에 푹신한 방석을 넣어줬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윽박질러도 소용없었다.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푸는 집 주위를 청소하기 시작했다. 건물 옆, 한갓진 그곳은 숨어서 담배 피우기 딱 인 곳이었다. 기역 자로 구부러져 들어간 곳도 있어서 밀담을 나누기도 좋았다. 주로 십대 아이들이 그랬을 것 같은 무수한 담배꽁초를 푸는 쓸어 담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또또를 데리고 공원을 산책했다. 몇 바퀴를 돌아도 푸의 청소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공원 벤치에 앉아서 기다렸다. 헬멧을 쓰고 온통 검정 옷차림의 남자가 공원을 가로질러 갔다. 그때였다. 갑자기 또또가 짖기 시작했다. 그것도 맹렬하게!      



  “또또야! 너 짖구나! 성대수술한 게 아니었어!”

  놀랍고 반가워서 또또를 꽉 끌어안았다. 그게 시작이었다. 또또는 목소리를 자주, 많이, 마음껏 내기 시작했다. 하도 짖지 않아서 불쌍하게 여겼던 것이 무색했다. 짖기 시작한 역사적인 사건에 대해 나는 미화하기를 서슴지 않았다.      



  “그러니까 말예요. 또또는 나를 지켜주려고 한 거예요! 위협적으로 보이는 사람으로부터요!”

  푸는 어이없다는 듯이 물끄러미 나와 또또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또또는 똑똑했다. 집에 들어가지 않는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청소를 다 마친 뒤 푸는 에프킬라를 들고 집 안에 뿌리기 시작했다.      



  “모기가 많더라고요. 그러니 요 녀석이 들어가지 않은게지.”

  똑똑한 또또! 아직은 햇살이 따가운 시월이었다. 약을 뿌려도 그때뿐인 듯했다. 아마도 추워지면 알아서 들어갈 것이다. 그때쯤이면 모기들도 저절로 사라질 테니까. 사료를 부어주면 또또는 순식간에 마구잡이로 먹어치웠다.      



  “게 눈 감춘다는 말이 딱이네!”

  푸는 이 말을 몇 번이고 했다. 한창 왕성하게 클 나이의 또또. 처음 또또를 만났을 때 우리는 놀랍게도 각자의 나이만큼 또또의 나이를 짐작하고 있었다. 동물 병원에 가서야 알게 되었다. 고작 태어난 지 사 개월이 된 또또. 인간으로 치면 다섯 살 정도인 아이. 주눅 들어 얌전하던 또또의 기질은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일단, 푸의 거처를 정했으나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건물 옆에 덩그렇게 개집과 또또를 놓고 퇴근하자니 뒤가 켕겼다. 누군가 또또의 리드 줄을 낚아채서 사라질 수도 있었다. 옥상 청소는 사흘 뒤에 오기로 했는데, 그동안은 어떻게 해야 할까? 난감했다. 또또가 온 첫날은 푸의 작업실 위 층계에서 또또를 재웠다. 이튿날은 위험 부담을 안고 그냥 새로 마련한 개집-한사코 집 안으로 들어가기를 거부하는 또또는 집 옆, 바닥에서 엎드려 잤다-에 두었다. 앞으로 사흘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다려야 할 판이었다.      



  “참, 이 녀석. 운이 좋아요!”

  다음 날, 푸가 전화로 알려왔다. 청소업체 사람한테 연락이 왔다고 한다. 내일 바로 가서 청소를 해주겠다는 거였다. 마침 다른 일정이 취소되어 바로 갈 수 있다고 한 것이다. 푸가 내게 알려오는 순간에는 벌써 청소를 시작하고 있었다. 이제 옥상으로 거처를 옮기면 되니, 한시름 놓은 셈이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푸가 다시 연락을 해왔다. 푸는 청소를 마친 뒤에 또또를 올려놓았는데, 영 분위기가 좋지 않더라고 했다. 옥상은 빗물이 새는 것을 막기 위해 지붕을 씌웠는데, 바로 그것 때문에 어둡기 짝이 없었다. 약간씩 들어오는 햇살은 터무니없이 적었다.      



  “이대로 두면 우울증 걸리겠어요. 다른 보금자리를 알아봐야겠는데......”

  푸의 판단이 옳았다. 나는 일정을 마친 뒤 도착해서는 바로 옥상부터 올라가 보았다. 뛰어놀 공간은 되겠지만, 어두컴컴하기 짝이 없었다.      



  “밖에 있어야 사람도 보고 지나가는 개나 고양이도 보고 할 텐데... 여기 우두커니 혼자 있다가는 병이 나겠어요.”

  푸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처음에 개집을 뒀던 그 공간에 울타리를 쳐서 보금자리를 마련해주자고 의견을 모았다. 그러니까 주차 공간인 안쪽을 기준으로 삼 분의 이 정도를 막아서 그렇게 하자는 것이다. 아주 멋진 생각이었다. 문제는 비용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들까? 푸는 언젠가 화방을 운영했던 인연으로 푸와 알고 지내는 강사장한테 부탁했다. 강사장은 대번에 아는 분한테 연락을 취했고, 그 업자가 연락을 해왔다. 전문 업자가 일을 맡고 실제로 일을 하는 것은 꽤 시일이 걸리기 마련이다. 놀랍게도 그 업자는 그날 오후에 직접 방문했고, 내일 당장 해주겠다고 했다. 비용도 즉석에서 결정되었다. 55만 원! 만만치 않은 금액이었다.      



  통장에서 55만 원을 인출해서 봉투에 넣었다. 한 달 생활비의 절반을 투자해야 하는 입장이라니! 그런데 또또란 놈은 억세게도 운이 좋다. 옥상 청소하는 분도 하루 만에 오는가 하면, 울타리 시설업자도 당장 달려와서 해주겠다고 하니!      



  “55만 원에 집이 한 채 생기다니! 싸고도 쌉니다!”

  나는 큰소리로 웃으며 또또를 안았다. 이제, 제대로 된 집이 생기는 거야. 축하해! 









                                                          

 * ‘또또이야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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