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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a May 14. 2023

[또또 - 5]




[또또 - 5]      




                                                            또또               






                                                                                                                 시아





  집은 하루 만에 뚝딱 완공되었다. 바닥에 나무 데크까지 깔아 놓았다. 폭풍우에도 끄떡없다며 푸가 말했다. 아직 이틀 더 있어야 집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바닥에 방수페인트를 칠해 놓아서 말라야 한다는 거였다. 105만 원짜리 개집이라니! 나는 혀를 내둘렀지만, 푸는 눈을 빛냈다.     



  “이제 안심이에요. 비바람이 몰아쳐도 다리 뻗고 자겠군요!”

  그러니까 푸는 그동안 비가 오면 개집 안으로 비가 들칠까 봐 어지간히도 걱정했던 거였다. 만족한 듯 활짝 웃는 푸를 바라보며 나도 덩달아 웃었다. 어쩌겠는가. 푸가 기뻐하고, 또또한테 덕이 된다면, 나도 좋을 수밖에!      



 이튿날 입주식을 거행했다. 내가 먼저 집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아직 페인트 냄새가 나고 있었지만 견딜 만했다. 진갈색 바닥과 천장! 완벽했다. 이보다 더 좋은 개집이 있으면 나와 보라 그래! 하고 큰소리칠 정도였다! 본격적인 입주식은 오늘의 주인공 또또가 집안으로 한 발을 내딛는 순간 시작되었다. 푸와 나는 박수를 보냈다. 축하합니다! 또또의 입주를 축하합니다!     



  푸는 특별식을 꺼냈다. 연어 통조림을 또또 밥그릇에 부어주었다. 코를 박고는 집이고 뭐고 거들떠보지도 않고 오로지 먹는 삼매경에 빠져든 또또! 그 모습을 보면서 푸와 나는 또 박수를 보냈다. 입주식의 주인공이 그렇게 잘 먹고 있는 동안 바깥 울타리 문을 잠갔다. 안녕, 또또야! 리모델링한 집에서 첫 밤, 잘 자렴!     

  또또는 달콤한 잠을 잤을까? 아니면, 너무 럭셔리한 집이라서 잠을 설쳤을까? 모든 궁금증이 다음 날로 몰려있었다. 일정을 마치고 오후에 가보니, 또또가 없었다. 대개 낮 동안에는 집 울타리 문을 열고 목줄을 길게 해서 마당에 있게 하는데,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건물 현관으로 들어서자, 거기에 있었다. 왜 여기 있어? 



  또또는 꼬리를 흔들며 반길 뿐이었다. 새로 지은 멀쩡한 집을 놔두고 여기 있다니! 푸가 사정 얘기를 했다. 옆 건물 원룸에 사는 노인이 오늘, 내일 하는 눈치라는 거였다. 간병인인지 아들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남자가 또또가 짖는 것을 보고 고함을 지른다고 했다. 해코지라도 할까 봐 걱정된다는 거였다. 그 남자 목소리를 나도 한번 들은 적이 있었다.      



  “이놈의 개새끼! 당장 쳐 죽여 버린다! 아가리 안 닥쳐!”

  분노의 광기가 철벅대는 소리였다. 식칼이라도 들고 와서 찔러버릴 기세가 서려 있었다. 푸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또또가 그 사람이 그렇게 하면 더 짖더라고요. 이참에 욱이한테 갖다줘야 하는 건지...”

  욱이는 푸의 제자인데, 외곽지역에서 개 유치원을 하고 있다. 처음에 또또를 데리고 왔을 때 푸는 욱이한테 먼저 연락했다. 그가 키우기 힘드시면 언제든지 맡기라고 했다는 거였다. 그곳은 너른 평야와 수십 마리의 개들이 있는 곳이니 또또가 가면 즐겁게 지낼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발끈했다.      



  “갖다 주긴 뭘 갖다 줘요! 또또는 우리 가족이에요! 이리 키우나 저리 키우나 함께 살아야 해요!”

  푸는 딱한 표정을 지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또또가 당분간 새 집으로 가는 것을 보류하기로 했다. 현관에 머물면서 추이를 지켜보자는 것이 푸가 내린 방법이었다. 분통을 터트렸지만, 그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아, 내가. 그 목소리 임자를 좀 만나려고 부러 큰소리로 그랬지요. 야, 또또. 네 목을 칼로 베어버린다고 하는 작자가 있네? 어떻게 그딴 짓을 하는지 한번 보자! 어디 나와봐! 그래도 그 일 층 사람은 또또한테만 버럭 욕설을 내뱉고는 나오지도 않더라고요.”

  언제까지 그렇게 현관에 지내야 하는지 답답한 노릇이었다. 참다못해 며칠 지나서 내가 다시 채근하자 푸는 이렇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알아보니, 고함지르던 이는 노인 아들이래요. 평상시는 간병인이 오고, 주말에는 아들이 와서 보살피나 봐요. 그런데 옆집 건물 주인과 얘기를 해봤는데 이내 이사 갈 거라고 하네요. 그러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봅시다!”

  그 말에 나는 그럼, 고함쟁이 아들이 없는 월요일에는 또또를 마당에 내놓는 것이 어떻겠냐고 했다. 더할 나위 없이 화창한 봄날에 마음껏 푸른 공기를 마시지 못하다니, 이거야말로 못 할 노릇이었다. 푸가 마지못해 그러자고 했다. 드디어 월요일에 또또는 집 앞마당에 있게 되었다. 이제 태어난 지 일 년이 다 되어 가는 또또. 처음에는 성대 수술을 한 것은 아닌지 의심될만큼 얌전하던 또또. 그런 또또가 너무나 명확하고도 쾌활하게 의사 표현을 잘하고 있었다.      



  굴러가는 모든 것들, 휠체어, 리어카, 오토바이를 보면 일단 기본으로 짖는다. 맞은편 공원에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이를 보면, 어김없이 짖는다. 근처에 있는 길고양이 급식소로 드나드는 고양이한테도 역시 짖고 본다. 지팡이를 짚고 가는 이, 다리를 절뚝이면서 가는 이도 짖는다. 어쨌든 짖는다. 때로는 짖을 거리가 없는 데도 짖기도 한다. 짖기는 진화라도 하는 것일까? 일 층에 사는 푸의 제자인 화가 전씨는 외로워서 그렇다고 했다. 누가 곁에 있으면 안 짖는다는 거였다. 그렇다고 또또 옆에 바짝 붙어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마당에 나간 또또는 영락없이 또 짖기 시작했다.      



  “미친놈의 개! 당장 배를 갈라 죽여 버린닷!”

  또 시작되었다. 푸는 후다닥 내려가서 또또를 공원으로 데리고 갔다. 덩달아 나도 쫓아 내려갔다. 월요일에도 고함쟁이가 있을 줄은 몰랐다.      



  “그래도 우리 또또는 영리해요. 처음과 달라요. 오토바이 타는 사람들도 다 짖는 게 아니고요. 딱 한 사람한테만 짖어요. 그 사람이 방금 저 고함쟁이처럼 욕하고 덤벼들거든요. 그러면 또또가 그 사람한테만 짖더라고요. 오토바이를 안 타고 걸어오는데도 그 사람을 또또가 알아보고 짖었어요.”

  인근에는 퀵 배달 서비스 오토바이들의 아지트가 있었다. 배달 오토바이가 자주 앞을 지나가곤 한다. 또또가 처음과는 달리 오토바이마다 다 짖는 게 아니라는 거였다. 그러니까 또또는 자신한테 공격적인 사람한테 굴하지 않고 짖어댄다는 것이다. 그러니 고함쟁이의 고함은 또또한테 아무 소용도 없는 셈이었다. 용감무쌍한 또또! 어쨌든 또또는 현관 신세를 면할 수 없게 되고 말았다. 










 * ‘또또이야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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