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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a May 15. 2023

[또또 - 6]



[또또 - 6]



                                                                  또또  

             


                                                                                                                              시아          




  또또가 사라진 적이 있었다. 아침과 오후 산책과 먹이를 담당하는 푸가 당부해왔다. 이박 삼일로 서울에 가야 한다는 거였다. 그동안 푸가 하던 일을 내가 맡기로 했다. 나 말고 누가 맡겠는가. 푸는 거듭 미안하고 고맙다고 했지만, 그 말을 그만하라고 했다.      



  “당연히 내가 할 일을 할 뿐이잖아요. 나는 또또 엄마인걸요!”

  푸는 고개를 끄덕이며 겸연쩍은 듯 슬쩍 웃었다. 그렇게 자신 있게 말했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집에서는 구순 노모를 챙겨야 하고, 부리나케 또또를 챙기고 일하러 가야 했다. 이리저리 뛰어다녀도 시간이 부족할 지경이었다. 그래도 행복했다. 산책시킬 때면 생일 축하 노래 가사를 바꿔서 ‘또또송’을 불렀다.      



  우리 또또 사랑해우리 또또 행복해사랑하는 우리 또또우리 또또 사랑해!     



  가사를 가지를 뻗쳐서 온갖 긍정감정을 다 갖다 붙이면서도 불렀다.      



  우리 또또 즐거워우리 또또 기뻐요행복한 우리 또또우리 또또 기뻐요!     



   그렇게 무사히 일정을 소화했다. 푸를 대신한지 이틀째 되던 날이었다. 먹이 줄 시간인 오후 네 시를 도저히 맞출 수가 없었다. 어머니 저녁을 차려 드리고 부랴부랴 달려갔다. 몸은 녹초가 되었지만, 또또를 볼 생각에 신이 났다. 그때만 해도 고함쟁이가 없던 시기여서 또또는 마당에 있었다. 게다가 울타리 안으로 들여다 놓지 않은 이유는 또또 팬을 생각해서였다.     



 일곱 살부터 노년층까지 또또 팬들은 다양했다. 초등학생들은 일부러 간식거리를 사 가지고 와서 나름 훈련 시킨다고 이렇게 외치곤 했다. “또또, 손! 손! 옳지, 잘한다!” 또또가 앞발을 들어주면 아이들은 간식을 내밀곤 했다. 등하굣길에 꼭꼭 들러서 또또를 만나고 가는 아이들도 서너 명 정도 되었다. 우르르 몰려오는 아이들도 두서너 팀은 족히 되었다. 그중에 몇몇 아이들은 아예 바닥에 엎어져서 또또와 뒹굴기도 했다. 푸가 너, 그러다 엄마한테 혼나겠다! 그러면 아이들은 헤헤 웃으면서 괜찮아요~ 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렇게 뭉쳐 다니는 초 5인 여자아이 3명이 한 대화를 푸는 두고두고 들려주곤 했다. 한 아이가 또또야, 너는 좋겠다. 나도 이담에 개로 태어나서 이렇게 귀여움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 그랬더니 다른 한 아이가 하는 말이, 야! 또또 정도가 돼야 귀여움받지, 너는 개로 태어나봤자 아무도 귀여워하지 않을 거야! 네 생긴 걸 봐라 라고 했고, 그랬더니 그렇게 개로 태어나고 싶다는 아이가 그런가? 암튼 또또야, 난 네가 부러워 라고 했다는 거였다.      



  인근 한의대에 다닌다는 커플 대학생 팬도 꼬박꼬박 찾아와서 또또와 놀다가곤 했다. 마치 또또가 유일한 낙이라도 되는 양, 환하게 웃는 모습을 몇 번이고 봤다. 한번은 푸가 혀를 끌끌 차면서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아, 글쎄. 또또를 데리고 공원에 앉아있는데 말요. 한 남자가 차를 타고 가다가 갑자기 멈추더니 내려서 또또야~ 이렇게 부르더라고요. 갑자기 또또가 그 남자 쪽을 향해 앞발을 다 들어 올리고 가겠다고 난리지 뭐요. 그래서 이 녀석이 왜 이러나 싶어서 데리고 가봤지요. 그랬더니 그 남자한테 가서 반갑다고 꼬리를 치고 엉겨 붙고 난리지 뭐요. 나, 원 참. 누가 주인인지!”

  푸는 두고두고 이 말을 했다. 그냥 지나가다가 잠시 들리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건 숫제 차를 멈추고 아는 체를 하니, 그 작자가 또또를 데리고 가지는 않을까 걱정이라는 거였다. 그때 나는 지금 질투하는 거냐며 키득거렸다. 그랬다. 푸의 질투는 보통을 넘는 수준이다!      



  일과를 끝내고 느긋하게 또또와 놀 작정을 하며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걸어갔다. 또또가 없었다. 또또야~~~ 아무리 불러봐도 소용없었다. 앞이 캄캄했다. 어둠이 담긴 빈 그릇만 덩그렇게 놓여 있었다. 나는 자책하기 시작했다. 좀 더 일찍 와야 했지 않았을까. 어머니 밥을 차려주는 것보다 먼저 또또한테 들러야 하지 않았을까. 이제 어쩌면 좋지? 답이 나오지 않았다.     



  리드줄의 가장 윗부분이 끊어져 있었다. 줄을 끊고 달아난 또또. 너무 배가 고파서 그랬을까? 조금만 기다리면 내가 올 텐데. 자주 다니던 산책길을 가봤지만 또또의 그림자도 발견할 수 없었다. 급기야 서울에 있는 푸한테 연락을 해서 화가 전씨를 호출했다. 그와 함께 동네를 한 바퀴 돌았지만, 또또는 없었다. 전씨는 후배 욱씨한테 연락해서 유기견 보호소에 개를 찾는다는 소식을 남겼다. 그런 다음에 당장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애를 태우면서 무작정 기다려보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죄인이 된 것만 같았다. 처음에는 또또가 없어졌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숨바꼭질하고 있다가 나타나서 꼬리를 흔들 것만 같았다. 또또를 못 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자꾸 눈물이 났다. 답답한 마음에 후배 샨티윤한테 전화해서 사정을 얘기하자 그가 말했다.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자유로울지! 또또는 자유를 찾아 간 거예요!”

  그 말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도움이 되었다. 줄을 끊고 뛰어나가는 또또를 상상해보았다. 얼마나 신났을까! 하늘을 마음껏 날아가는 줄이 없는 연처럼 홀가분했을 것이다. 우연히 만났던 또또, 그리고 별안간 가버린 또또. 뭐가 문제란 말인가. 우리에게 인연이 있다면 다시 만날 것이다. 그러지 않더라도 모든 것을 운명이라고 여길 따름이다. 이렇게 머리가 차갑게 나를 진정시키려고 애썼지만, 가슴은 그러지 않았다. 자꾸만 눈물이 났다. 시골 개들은 아예 풀어 놓고 기르지 않나? 배가 고플 때가 되면 잘도 알아서 집에 돌아오지 않는가? 우리 또또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발정이 나서요. 나가면 안 들어올 겁니다. 암컷 냄새를 맡고 나갔을 거예요.”

  매몰차게 전씨가 말했다. 벌써 그렇다는 건가? 이제 겨우 태어난 지 구 개월 된 또또가?      



  “예전에 전주에서 잃어버린 개가 경기도에서 찾은 적도 있다고 하니, 어쨌든 기다려보지요.”

  전씨도 어지간히도 또또를 귀여워했다. 원룸 일 층에 사는 화가인 전씨는 최근의 유일한 낙이 또또인 듯했다. 자주 또또와 놀며 웃음이 온 얼굴에 퍼지던 전씨. 나는 돌아와서 또또에 대한 글을 쓰면서 나를 달랬다. 글을 쓰면서도 울었는데, 그래도 잠은 잘 잤다. 



  또또가 사라진 나흘째 되던 날이었다. 그 사이 푸가 돌아왔고, 푸는 대번에 이렇게 말했다.      



  “이건 고의입니다. 누가 줄을 끊고 데리고 간 거예요!”

  푸는 화가 난 탐정처럼 유추하기 시작했다. 예의 차를 끌고 왔던 질투남한테 화살을 돌렸다. 아무래도 수상쩍다는 거였다. 급기야 또또의 집 앞에 다음과 같은 글귀를 써 붙이기까지 했다.                          



  그동안 또또를 늘 사랑해주셨던 어린이와 어른모두께 감사드립니다

  2023년 3월 23일 목요일 오후 4시에서 6시 사이에 누군가 또또를 데리고 갔습니다

  그동안 가족처럼 아끼고 키웠는데 많이 속상하고 슬픕니다

  사랑하고 욕심나서 데려가셨다면 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간곡히 부탁드립니다기도하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다시 또또를 데리고 와주시면 반드시 신이 축복해 주리리라 믿습니다

   -주인 백-



  이 공지를 보고 제보가 쏟아졌다. 먼저 정육식당 주인이 그날, 한 젊은 여자가 또또를 데리고 가더라며 인상착의는 주방 이모가 잘 봐뒀다고 했다는 사실을 알려왔다. 질투남은 자신의 회사 경리가 한 여자가 또또를 데리고 가는 걸 봤다고 연락을 해왔다. 그러니, 질투남은 아닌 셈이었다. 그 모든 제보가 단 한 사람을 가리키고 있었다. 바로 나였다!     



  그날, 또또가 사라지기 두 시간 전, 나는 잠시 또또를 데리고 산책을 했다. 그걸 두고 하는 말이었다. 이 어처구니없는 제보에 푸는 그래도 흐뭇해했다. 인심이 살아있다는 거였다. 그리고 사건 해결을 위해 박차를 가했다. 범인이 잡힐 거라며 푸는 장담 했다. 혹시라도 학생일까 봐 걱정된다고도 했다. 경찰에 바로 연락하면 절도죄가 성립될 것이고, 학생의 인생이 망가질까 봐 염려된다는 거였다. 그러니까 또또를 데리고 간 가상의 범인은 다만 얄미운 게 아니라 불쌍하기까지 한 셈이었다. 또또를 자진해서 데려다주는 것으로 모든 일이 마무리되기를 바란다며 푸는 짐짓 넓게 아량을 베푸는 말을 하기도 했다.



  푸는 옆 건물 주인한테 연락해서 CCTV를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건물 주인은 지금 서울이라며 며칠 기다리라고 했다. 그러다가 사안이 급한 것이 전달되었는지 오후에 연락을 다시 해왔다. 휴대폰을 쥔 손을 힘없이 떨어뜨리며 푸가 말했다.     



  “혼자서 그랬대요. 또또가 혼자서 뛰쳐나가더래요.”

  그러니, 모든 가정은 죄다 틀린 셈이었다. 가상의 범인, 이미 용서받았으니 돌려만 주면 되는 학생 범인은 물거품이 된 채 사라져 버렸다. 뭐가 뭔지 뒤죽박죽이었다. 나는 또 다른 가상의 시나리오를 돌려보았다. 혹시, CCTV에 찍힐까 봐 멀찍이서 와라고 신호를 보내며 기다렸다가 데리고 간 것은 아닐까요? 푸는 그야말로 무슨 소설을 쓰냐는 식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게 뭔 말이요? 그럼, 또또와 한통속이 되어서 저기서 만나자고 약속이라도 했단 말이요? 이제, 이렇게 되면 차원이 달라졌어요. 또또는 가출한 청소년이 된 거란 말이요.”

  푸는 또또에 대한 섭섭함과 체념과 분노가 뒤범벅인 채 한마디 덧붙였다.      



  “그러기에 내가 잘 보라고 했잖아요!”

  이 극도의 감정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우리는 함께 상실의 아픔을 정면으로 통과하는 중이었다. 그랬는데 이상했다. 더 이상 눈물이 나지 않았다. 또또가 사라진 지 사흘째 되던 날 밤에는 은근한 설렘과 기쁨이 마음에 스며들기까지 했다. 그 이유가 밝혀진 것은 나흘째 날, 아침이었다. 또또의 다른 팬인 길고양이 맘이 전화를 해왔다. 푸한테 연락을 하니 전화를 안 받아서 하는 거라고 했다. 그 길고양이 맘은 푸가 아침마다 또또를 데리고 산책을 할 때 늘 마주치는 분이었다. 또또가 유기견이었다는 사정을 들은 그분은 또또를 위해 간식거리, 애견용품을 자주 챙겨주곤 했다. 푸는 세상이 이렇게나 아름답다며 그분의 선행에 감탄하기도 했다. 그분은 유기견보호를 담당하는 동물병원에서 공지를 올렸는데 아무래도 또또 같다며 연락해보라고 했다. 나도 유기견 관련 홈페이지를 샅샅이 살펴봤는데도 없었던 터였다. 그날 아침에 새로 공지가 올라왔고, 마침 그분이 그걸 보고 바로 연락을 해 온 거였다. 감사하다고 하고는 곧장 확인해보았다. 또또였다!  



  그렇게 또또를 찾아왔다. 알고보니 녀석은 줄을 끊고 나가서 5분 만에 근처에 있는 개 유치원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이틀을 머물다가 유치원 원장이 또또를 동물병원에 데려다주었고 병원에서 이틀을 지낸 것이다. 또또가 스스로 찾아간 곳은 호화로운 호텔급 개 유치원이었다. 럭셔리한 곳에서 편안하게 놀다 온 또또! 우리의 온갖 예상을 뒤흔들고 만 또또.                       










 * ‘또또이야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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