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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a May 29. 2023

[또또 - 7] 또또 이야기

[또또 - 7]      



                                                          또또 이야기               



                                                                                                                            시아          





  또또를 찾기 직전, 내게 스며든 행방을 모르는 기쁨을 기억한다. 도저히 기뻐할 거리가 없는데도 기쁨의 보푸라기가 날아왔다. 슬며시 미소가 삐져나왔지만, 나는 나무랐다. 이런 어처구니없기는! 지금 웃을 때야! 

  정확히 그랬다. 지금은 웃을 때였다. 현실의 시간보다 더 앞서 알아차린 마음의 현명함이라니! 이성적 판단이라는 잣대를 꽉 잡고 있던 머리는 늘 한 수 뒤다. 이제, 이쯤 되면 머리가   내뱉는 잔소리는 듣지 않을 때도 되지 않았냐고 나는 따지려 들지만, 그렇게 하는 것도 머릿속이다. 내 가슴은 그저 너그럽게 웃고 있다. 그럴 수도 있어. 자신을 그만 다그치렴!       



  또또를 찾아오던 날, 부리나케 음료수 박스를 준비했다. 동물병원에 먼저 도착한 푸가 또또를 보던 순간을 말해주었다. 또또! 라고 부르니 또또는 멀뚱하게 한번 힐끗 보면서 다른 개를 쫓아다니기에 바쁘더라고 했다. 하도 어이없어서 푸가 더 큰 소리로 또또를 부르며, 하네스 끈을 잡았다고 했다. 동물병원에서 의사와 푸가 얘기를 나누는 동안 또또한테는 푸의 이름과 주소가 담긴 내장 칩이 심어졌다.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그곳에서 산 빨강 리드줄로 또또를 잡고는 푸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병원을 막 벗어나니 또또가 응가를 두 번이나 왕창 하더라고 했다. 나는 차를 주차하자마자 냅다 뛰어서 다가갔다. 또또는 어리둥절한 기색으로 바라보았다. 꼬리를 치거나 앞발을 들거나 하지도 않았다. 고단하고 피곤해 보였다. 왈칵 눈물이 나려고 했다. 하늘이 도왔구나!



  나는 서둘러 병원 안으로 가서 사 들고 온 음료수를 드렸다. 누가 이곳에 맡겼는지 알 수 있겠냐고 물어보았다. 간호사가 모니터를 보더니 연락처를 적어주었다. 또또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집 앞에서 또또는 묽은 변을 봤다. 그러더니 배를 깔고 바닥에 엎드렸다. 잠시 후에는 일어나서 물을 먹기 시작했다. “뛰어봤자 벼룩이네! 다시 왔구나. 그래도 내 집이 제일이야! 드디어 왔어!” 또또는 이런 심정이었을까? 

  또또를 데리고 산책을 했다. 늘 가던 코스대로 가면서 동물병원에서 알려준 연락처에 전화를 했다. 또또를 맡아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놀란 목소리로 남자가 말했다.      



  “어디라고요? ... 그럼, 여기서 가까운 곳이군요. 아주 멀리, 군산 이런 데서 온 유기견인 줄 알았어요. 우리 유치원 건물로 들어온 것을 찍은 화면을 인스타그램에 올려놓았으니 한번 보세요... 네, 다행입니다.”

  이렇게 통화를 했다고 푸한테 전하니, 푸는 내일쯤 한번 찾아가 보자고 했다. 한 바퀴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서 또또를 울타리 안에 넣어두고 자물쇠로 잠갔다. 또또는 아마도 그동안 체면을 차리느라 하지 못했던 응가를 마음껏 한 것 같았다. 동물병원에서 먹이는 그동안 충분히 많이 줬다고 들었다. 해서 그날만은 저녁밥을 주지 않기로 했다. 밤사이 괜찮다면, 내일부터는 규칙적으로 먹이를 줘도 될 것이다.      



  다음날, 푸와 나는 개 유치원을 찾아갔다. 음료수를 한 박스 사서 들고 갔다. 전날 밤에 개 유치원 인스타그램을 검색해서 찾아보았다. 유치원 원장이 한 말이 맞았다. 유유히 냄새를 맡더니 건물 안으로 혼자 들어서는 또또. 원장을 만나서 나머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건물 삼층에 유치원이 있는데 계단으로는 바리케이드로 막혀있다고 한다. 혹시나 탈출한 개가 계단으로 이동할 수 있어서 막아 놓는다고 했다. 또또는 다른 개들의 냄새를 쫓아왔던 거였다. 3층으로 가지 못하니 2층으로 들어갔는데, 그곳은 미용실이었다. 미용사가 3층 개가 탈출한 것인 줄 알고 또또를 데리고 3층의 문을 두드렸다고 한다. 그게 또또가 개 유치원으로 오게 된 전부였다. 개들의 천국인 그곳에서 또또는 얼마나 신나게 달리고 놀았을까! 넓은 인조잔디밭과 각양각색의 나이도 천차만별의 개들 속에서 실컷 놀았을 게 분명했다. 또또가 너무나 순해서 또또를 올린 사진에 특징으로 ‘순함’이라고 적혀있을 정도였다. 인스타그램에 올려져 있는 영상만 해도 세 개였는데, 제일 마지막 영상은 뜨악했다! 또또한테 ‘땅콩’이라는 이름까지 지은 채 이렇게 적혀 있었다.      



  ‘땅콩아, 이주일만 동물병원에서 지내다 와. 절차대로 해야지만 같이 있을 수 있대!’



  땅콩이 된 또또가, 이주일 이후에는 개 유치원 소유가 될 예정이었다고 생각하니 은근히 부아가 나기도 했다. 하필이면 왜 땅콩일까. 나는 원장을 만나면 물어보려고 작정했다. 원장은 무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게요. 다른 직원이 붙여준 이름이라서요. 저도 왜 그렇게 불렀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러면서 원장은 확신에 찬 음성으로 말했다.      



  “또또라고 했나요? 또또한테 꼭 중성화수술을 해줘야 합니다. 안 그러면 또 이런 일이 일어나요. 자꾸 냄새를 따라 나가버립니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물어보았다.      



  “중성화수술요? ...음, 잔인하지 않나요?”

  원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잔인하지요. 생각해보세요. 욕구를 풀지 못하게 붙잡아두고 있는데 잔인하고 말고요.”

  그러니까, 원장은 내 말을 잘못 알아들은 게 분명했다. 인위적으로 생식능력을 없게 하는 수술이 잔인한 게 아니냐는 말이었는데, 맥락을 재빠르게 창조해서 답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인간이든 동물이든 매한가지인데, 욕구를 풀지 못하는 것만큼 잔인한 게 있겠냐는 것이다. 곁에서 푸는 눈살을 찌푸렸다.      



  “네, 잘 알겠습니다. 이만 가지요!”

  푸는 내 소매를 잡아끌었다. 나는 가지고 간 음료수를 건네며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어쨌거나 감사하다. 또또를 탐낼 만큼 예뻐해 주셨다니, 그것도 실은 감사한 일이다. 궁금해서 이용 요금도 물어봤지만, 또또를 맡기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돌아오는 길에 푸와 나는 진지하게 얘기를 나눴다. 중성화 수술을 해야 한다는 내 주장에 푸는 마지 못해 그러자고 했다. 처음에 예방 주사 맞았던 병원이 좋을지, 이번에 또또를 찾은 병원에 좋을지 잠시 고민하다가 바로 결정했다. 예전 병원은 왠지 믿음이 가지 않았다. 또또를 찾은 병원은 전통이 있는 데다가 유기견 보호까지 해주니 그곳이 좋겠다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



  그렇게 귀가해서는 바로 병원에 연락을 했다. 생각보다 비용이 저렴했다. 6시간 공복을 유지한 채 수술을 하고, 한두 시간 정도면 수술이 끝난다고 했다. 입원할 필요도 없이 바로 데리고 가면 된다고 했다. 사흘 동안은 매번 주사를 맞고 소독을 해야 하니 병원으로 데리고 오면 된다고 했다. 그렇게 4월 5일 오전 9시로 중성화 수술 예약을 완료했다.         



  푸한테 절차를 설명하고, 일정을 얘기했다. 푸는 알겠다고 했지만 굳은 표정이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사흘이 지났다. 또또는 다시 돌아온 첫날에만 그랬지, 응가도 정상이었고 컨디션도 이내 회복되었다. 언제 나갔냐는 식으로 멀쩡했다. 너무 태연해서 한 대 쥐어 박고 싶을 정도였다. 이제 며칠만 있으면 수술을 해야 한다고 또또한테 말했지만, 또또가 알아들을 리 만무했다. 그게 무엇인지 도무지 모를 것이다. 얼떨결에 수술을 받고 나서도 그게 무엇인지도 모를 것이다. 수술하기 사흘을 앞두고 갑자기 푸가 비장한 얼굴로 말했다.      



  “취소합시다. 수술요.”










 * ‘또또이야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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