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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a Mar 09. 2023

[또또 이야기 - 2]

                                                               또또               

      



  또또는 짖지 않았다. 옛 주인이 성대 수술을 한 게 분명했다. 짖을 줄 모르는 또또는 조신했다. 함부로 나대지도 않았다. 사료를 주면 수초 만에 없어졌다. 얼마나 급하게 먹는지 걱정될 정도였다. 또또를 데려온 다음 날, 동물 병원에 데리고 갔다. 몇 살인지, 혹시 심어놓았을 칩은 없는지, 병은 없는지 확인해야 했다.      



  동물 병원에 가서도 또또는 짖지 않았다. 다만 대기실에 있던 다른 개들한테 엄청난 관심을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려고 했지만, 상대방 개가 새된 소리로 짖자, 가만히 서 있었다. 우리 차례가 되고, 의사를 만났다.      



  “유기견이었다고요? 믹스견이군요. 이제 사오 개월쯤 되었을 겁니다. 이빨을 보고 나이를 알거든요. 여기 보시면, 이제 이빨이 자라나고 있어요. 한 일 년 정도 해서 지금보다 좀 더 클겁니다. 심어놓은 칩은 없고, 건강한 편입니다.” 

  의사는 이 개는 ‘마당개’라고 했다. 마당에서 자라게 해야 한다고 했다. 대소변도 밖에서 해야 습성상 수월할 거라고도 했다. 푸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의사는 온 김에 코로나 장염 백신과 종합 백신 접종을 하라고 권유했고,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의사는 또또의 목덜미에 주사바늘을 찔렀고, 또또는 완강하게 저항했다. 그 통에 의사는 바늘로 자신을 손가락을 찌르고 말았다. 손가락에 맺힌 피를 닦아내고 다시 시도해서 겨우 접종을 끝냈다. 주사기에 들어있던 약들이 전부 들어갔는지, 옆으로 샜는지 아리송하기도 했다. 밖으로 나오자 간호사가 심장사상충 예방약을 먹였다. 한 달에 한 번씩 이 약을 먹여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앞으로 백신도 몇 번 더 맞아야 한다고 했다. 푸가 자신의 전화번호를 불러주었고, 내가 오만 칠천 원을 냈다. 유기견이면 아직 이름이 없지 않냐는 간호사의 말에 힘주어서 내가 말했다.      



  “또또예요. 또또!”

  그렇게 또또의 나이를 알게 되었다. 사람으로 치면, 불과 네댓 살 정도인 또또. 푸는 푸대로, 나는 나대로 나이를 짐작했을 따름이었다. 푸는 푸 나이 또래로, 나는 내 나이 또래로. 태어난 지 고작 사 개월밖에 되지 않은 아이라니! 놀라웠다. 사료비에 더해서 한 달에 꼬박꼬박 내야 하는 병원비도 슬슬 걱정스러웠다. 인터넷을 검색해 ‘믹스견’을 찾아보았다. 대개 믹스견은 면역력이 강한 특징을 보인다고 나와 있었다. 푸와 나는 온갖 걱정과 불안이 가득한 21세기를 탈출하기로 했다. 모든 것을 운명에 맡기고 병원 따위는 가지 않기로!     



  그런 결심이 이상하고 합리적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대개 의사가 말한 대로 일자를 잘 지켜서 병원에 다녀야 건강할 거라고 여길 것이다. 푸는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고 조금이라도 아프면 병원을 가곤 했지만, 나는 달랐다. 정기적인 직장을 그만둔 뒤 프리랜서처럼 생활하는 나는, 병원에 거의 가지 않았다. 개인보험에 든 것도 없었기에 의무 건강검진도 없는 셈이었다. 아프면 어쩔 수 없이 병원에 가야겠지만, 다행히도 아직 괜찮았다. 오히려 병원을 다니지 않으니 신경 쓸 일이 없어서 좋은 것인지도 모른다.      



  종종 상상해본다. 내가 19세기 사람이라면 어떨까? 혹은 18세기라면? 의료기술이 발달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면? 그렇게 현대를 벗어난 곳에 나를 종종 놓아둔다. 그러면 쉽게 답이 나온다. 온갖 기술로 뒤범벅된 곳에서 탈출해서 자유로워진 나를 보게 된다. 또또도 내가 의식적으로 가곤 하는 그곳으로 데려갈 것이다. 아프면 아픈 대로, 건강하면 건강한 대로 주어진 만큼 사는 것이다. 누군가는 이게 바로 동물 학대나 자신의 학대가 아닌가 하며 핏대를 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철저하게 건강검진을 하고, 예방접종을 하고, 그래서 수명을 연장하면서 살아야 현명한 거라고도 할 것이다. 그렇게 철두철미하게 병원을 들락거린다고 오래 사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나처럼 무심하게 사는데도 장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아주 외딴 곳, 첩첩산중에 나를 놓아두곤 한다. 병원과 거리가 먼 삶이 단명하거나 건강하지 못하다는 것은 편견일 수 있다. 그렇다고 병원과 밀접해야 건강하고 오래 사는 것도 아니다. 어떻게 알겠는가? 모든 삶에 우리가 알 수 없는 뜻이 있다.      



  결국, 그렇게 또또는 19세기, 외딴 산골에서 나와 함께 살게 되었다. 병원 측에서는 수시로 예방 접종을 하라는 문자가 왔고, 괜히 연락처를 알려줬다고 푸는 투덜대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웃었다. 또또는 왕성하게 자라났다. 그날, 동물 병원 간호사가 알려준 바에 의하자면, 사료는 두 번 주면 되었다. 보통 종이컵 한 컵 분량으로 해서 아침과 저녁에 주면 된다고 했다. 첫날, 아무것도 몰랐던 푸는 그것의 다섯 배는 족히 주었다. 사료량을 갑자기 줄여주자니 또또가 좀 안되어 보였는지 푸는 한 컵에서 조금 더 주기도 했다. 그러다가 푸는 다 쓴 풀통에 또또의 사료를 챙겨 넣었다. 딱, 이만큼만 주면 된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제 또또의 거처가 중요했다. 마당 개라니, 밖에서 키워야 할 판이었다. 옥상을 생각했지만, 푸는 고개를 저었다. 넓기는 하지만, 어둡고 먼지가 많다는 거였다. 그래도 일단 옥상 말고는 떠올릴 수가 없었다. 푸는 고민 끝에 일단 청소부터 해보자고 했다. 주기적으로 건물 청소하는 분한테 연락했다. 십만 원으로 낙찰을 봤다고 했다. 사흘 뒤에 옥상을 청소해준다고 했다는 거였다. 일단, 개집부터 구해야 하지 않겠냐고 하니 푸도 그러자고 했다. 내가 사는 곳 주위 철물점에 개집들이 진열되어 있던 기억이 났다. 우리는 당장 그곳으로 갔고, 중간 크기의 집을 오만 원을 들여서 샀다. 켜켜이 묻은 먼지가 잘 털어 내지지 않아서 아예 개집을 물로 씻고, 깨끗하게 닦았다. 푸의 건물 옆 작은 주차 공간 안쪽에 개집을 놓았다. 파란 지붕에 검은색으로 된 집이었다.      



  축하해. 또또야. 이제 집이 생겼어!     

 

 웬일인지 또또는 집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집안에 들어가려고도 하지 않았다.       





 * ‘또또이야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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