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벗어라!! 02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원 이치운 Aug 14. 2023

슴베

슴베 2

     

   칼과 호미의 몸통과 손잡이를 연결해주는 검지 절반도 안 되는 쇠붙이를 슴베라 한다. 연장의 효율성으로 따지자면 칼날이나 호미 날이 월등하지만 짧고 뭉툭하고 보잘 것 없는 그것이 없으면 무엇이든 자르거나 파낼 수 없다. 

   슴베를 벼리는 일은 어머니를 향한 애정 표현이다. 손잡이를 쓸모 있게끔 만들어 아내의 손을 가볍게 해주는 것이 남편의 사랑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솜씨 좋은 대장장이가 만든 날씬하고 보기 좋은 호미가 여러 개나 광에 걸려있지만 어머니는 그 중 투박한 손잡이를 고집한다. 

   대장장이가 몸체를 만들어 놓은 것을 뭍에서 구입해와 다시 담금질 하여 아내의 손에 착 감기도록 손잡이를 만든다. 쇠를 달굴 풀무는 할아버지가 만들어 왔던 방법으로 산에서 붉은 황토를 가져오고 갯가에서 파도와 세월과 바람과 물살에 깎이고 깎여진 둥근 돌을 모아 바지게지고 온다. 

   아버지는 구들장에 불이 잘 들어가는 아궁이처럼 흙과 돌로 자연 풀무를 만들어 낸다.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는 듯 모나고 둥글고, 거칠고 맨들한 돌멩이를 모양대로 돌담을 둥그렇게 쌓아 올린다. 바람이 잘 들도록 길을 내고 불이 살아 꿈틀거리도록 군데군데 숨구멍을 뚫는다. 사람이 숨을 쉬는 것처럼 불도 들숨과 날숨을 쉬어야 불이 꺼지지 않고 열이 숯을 뭉근하게 감싼다. 

이전 01화 슴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