슴베 1부
불덩이다. 시뻘겋게 달구어진 쇠붙이가 몸통을 찌른다. 쇠가 야멸차게 찔러도 하얀 연기를 뿜어 신음만 낼 뿐이다. 나무와 쇠가 만나 다른 몸이 하나가 된다. 약하고 가벼운 것이 강하고 무거운 것을 감싸 안는다.
어느 시골집이나 광에 곡식은 비어 있어도 부엌에 식칼 한 자루, 헛간 시렁에 호미 와 낫 한 자루는 걸려있다. 밭을 일구는 농부나 섬 아낙에게 없어서는 안 될 자식과 같은 귀한 물건이다. 뭍으로 장을 보러나가면 생활필수품을 사는 것보다 연장을 구입하거나 수리를 우선으로 한다. 사시사철 밭이나 갯가로 나갈 때 호미와 부엌칼을 대바구니에 담아 들고 나가면 푸성귀나 갯가에서 나오는 물엣 것을 한 광주리 가득 담아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