슴베 3부
뭍에 있는 대장간에서야 석탄을 태워 쇠를 달구지만 섬에는 그런 값진 광물을 손에 넣을 수 없다. 아버지는 땔감할 나무를 찾아 필봉산을 오른다. 쉽게 확 타오르고 꺼져버리는 잡목은 아예 처다 보지도 않는다. 태풍을 견뎌내고 해풍에 실려 오는 짠물을 한껏 먹어 옹이진 해송쯤 되어야 숯이 뭉근하고 열을 오래 품는 법이라 했다.
대장장이는 쇠를 두드리기 위해 받침대로 쇠를 사용한다. 이것을 보루라 한다. 아버지는 쇠보루 대신 푸른색 돌을 사용한다. 둥글둥글하고, 단단하고 가슴에 안아 올릴 정도의 큼직한 몽돌을 지게에 지고 온다. 아버지는 겉과 속이 바다처럼 푸른색을 띠는 그 돌을 청돌이라 했다. 모난 돌이 수백 동안 거친 파도의 두들김을 당하고 조류에 휩쓸리면서 단단함은 쇠보루 못지않다. 망치로 두들겨도 잘 깨지지 않고 탄력성마저 좋다. 달구진 쇠를 몽돌에 대고 두드리기 시작한다. 몽돌의 탄력성을 이용하여 슴베를 골고루 다듬이질을 할 수 있다.
슴베를 받아들일 손잡이는 무조건 단단하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단단하면 충격을 가해도“강하면 부러진다.” 했다.”박달나무 같은 고급 재목은 섬에서 찾아 볼 수 없거니와 필요도 없다. 아버지는 슴베의 짝으로 생소나무를 선택한다. 갓 잘라낸 소나무는 송진을 한껏 품고 있어 달궈진 슴베가 들어갈 길을 내어준다. 자리를 틀고 앉은 작은 쇠붙이는 송진이 천천히 말라가면서 손잡이와 일체가 된다.
풀무의 온도는 높지도 낮지도 않은 중용의 미덕을 가져야 한다. 쇠를 달구는 온도가 낮거나 지나치게 높아도 안 된다. 검붉은 빛이 나면 달구어진 쇠의 온도가 낮아 슴베는 손잡이 몸통을 뚫고 들어 갈수 없고, 하얀 빛이 나도록 많이 달구면 쇠가 물러져 구부러진다. 검붉은 빛이나 하얀 빛이 아닌 노란 색이 되었을 때 슴베는 손잡이를 단번에 치고 들어가 자리를 잡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