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안녕. 가을 맥주로 돌아올게

당신의 여름 맥주는 어땠나요

by AGING WELL

여름밤을 채운 작은 위로


올여름은 나에게 유난히 길고 힘든 계절이었다.
남편의 해외 출장이 잦아, 아이들의 방학 기간 절반 이상을 혼자 책임져야 했기 때문이다.
매일 이어지는 집안일과 아이들과의 씨름 속에서, 하루가 끝날 무렵이 되면 나는 지쳐 있었다.
그때 냉장고 속에서 기다리던 건 늘 똑같았다.

차갑게 식은 맥주 한 캔.

잔을 꺼내어 서리가 낀 벽면을 바라보며 맥주를 따르는 순간,
그 청량한 소리와 함께 하루의 고단함이 눈 녹듯 풀렸다.
맥주는 나의 여름밤을 지켜준, 작은 휴식이자 은밀한 위로였다.




여름의 기록, 맥주로 남다


그런 일상 속에서 나는 맥주에 관한 글을 써 내려갔다.
라거가 왜 시원한지 이유를 풀어내고, 편의점에서 맥주를 제대로 고르는 방법을 정리했다.
또 국민 라거 다섯 종을 비교하고, 일본 출장길에서 본 얼음잔 맥주의 추억을 소환하기도 했다.

돌아보면, 단순한 맥주 이야기가 아니었다.
내가 여름을 어떻게 버텨냈는지, 또 어떤 즐거움을 찾아냈는지에 대한 기록이었다.
이 글들이야말로 올여름을 함께 보낸 또 하나의 추억이자, 계절의 흔적이었다.




사실, 진짜 맥주의 계절은 가을이다


흔히 ‘여름=맥주’라고 생각한다.
덥고 갈증이 날 때, 시원한 라거 한 잔만큼 잘 어울리는 것도 없으니까.
하지만 맥주 역사와 문화를 들여다보면, 진짜 맥주의 계절은 따로 있다. 바로 가을이다.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 는 200년 넘는 전통을 자랑한다.
가을 수확철에 맞춰 열린 이 축제에서, 사람들은 메르첸(Märzen)과 페스트비어를 즐기며 가을을 만끽한다.
우리나라에도 경남 남해 독일마을에서 매년 가을 맥주 축제가 열려,

현지의 흥겨운 분위기를 옮겨오기도 한다.

그만큼 가을은 맥주와 가장 잘 어울리는 계절이다.
뜨겁게 목을 축이는 여름의 맥주가 있다면,
가을의 맥주는 풍성한 수확과 축제를 함께하는 술이다.
가을 맥주는 단순히 갈증을 채우는 음료가 아니라, 계절의 풍요와 함께하는 문화 그 자체다.




여름을 보내며, 가을을 기다리며


솔직히 이번 여름은 쉽지 않았다.
아이들을 혼자 돌보며 버티던 시간 속에서 맥주는 내게 가장 손쉬운 위로였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글로 남기면서, 나는 내 일상을 조금 더 단단히 붙잡을 수 있었다.

이제 여름을 보내며, 가을을 기다린다.
옥토버페스트가 열리는 계절, 메르첸과 페스트비어가 기다리는 시간.
나는 그 맥주들과 함께 다시 돌아올 것이다.

여름, 안녕.


이제 가을의 맥주로 다시 인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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