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 화이트와 설렁탕

본격적인 호주살이

by Oli

아이와 함께하는 첫 장시간 비행을 위해 다양한 놀거리를 준비했다.

스티커북, 스케치북, 크레파스, 물 넣은 펜으로 칠하면 그림이 나오는 두들북,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과 인형 몇 개, 아이패드 안에 뽀로로 타요 띠띠뽀 동영상을 저장해 놨다.

(절대 미리 보여줘서는 안 된다. 이미 한번 접한 놀잇감은 금방 지루해질 수 있으므로 꽁꽁 숨겨놓았다가 처음 볼 수 있게 준비한다.)


아이는 엄마와 둘이 비행기를 타서 재미있는 놀이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는 이 상황이 마냥 즐거운 듯 보였다. 나는 온전히 상황을 즐기지 못했지만, 다행이다 싶었다. 저녁비행이라 식사 후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기내의 조명이 서서히 어두워졌다. 하지만 아이의 눈은 반짝였다. 할 수 없이 독서등을 켜서 같이 스티커도 붙이고, 그림도 그리면서 소곤소곤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몇 분 흘렀을까.. 아이가 슬슬 피곤해했다. 평소에는 안아서 재우지 않지만,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이때다 싶어 바로 안았다. 편한 자세로 몸을 기대더니 금새 잠이 들었다.


'휴.. 큰 산 하나는 넘었다.'


비행기를 타기 전부터 머릿속에 한가득이었던 걱정 중 일부가 잘 해결되었다. 그럼에도 난 편히 쉴 수 없었다. 남편을 만나기 전까지 크고 작은 과정이 남아있었다. 그렇게 뜬 눈으로 밤을 새우고 불이 환하게 켜졌다. 불이 켜졌음에도 아이는 피곤했는지 계속 잠을 잤다. 덕분에 조금 여유롭게 아침식사를 할 수 있었다. 비행기는 호주 상공에 진입해 시드니 국제공항으로 가고 있었다. 비행기 창문으로 강한 호주의 햇빛이 들어왔다.



*눈부심 주의*

(2)비행기 창문.jpg 호주 상공에서 바라본 해, 드디어 호주에 도착했다.


드디어 호주에 도착했다!


비행기 문 앞에서 유모차를 받아 아이를 태우고, 짐을 찾기 위해 부지런히 걸어갔다. 여권검사 후 내려가니 우리의 짐을 가득 실은 캐리어가 막 나오고 있었다. 허리도 아픈 내가 무거운 캐리어를 들어 옮길 수 있을지.. 모든 가족들이 걱정했지만, 예상외로 혼자서 번쩍 들어 옮겼다.(허리는 할 말이 너무 많지만, 간단히 요약하자면 그 당시 나의 상태는 허리 디스크와 방사통 때문에 주사를 맞고 재활을 하고 있던 상태였다. 순간 엄마로서 초인적인 힘이 나온 것 같다.)


호주공항의 검역이 까다롭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마지막까지 긴장이 되었다. 문제 될 것이 없는데도 출국장으로 완전히 나가기 전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그래서였을까?


아이와 함께 출국장으로 걸어 나가 손을 흔드는 남편을 보자마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남편은 아이를 위해 아이가 좋아하던 강아지 인형 두 마리를 가지고 나와 흔들고 있었다. 먼저 호주로 이사 보낸 인형과 함께 우리 가족이 드디어 만났다.


함께 있지 못했던 두 달 동안의 시간이 어땠는지 서로의 눈물을 보며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호주에서 우리를 기다리며 혼자 새로운 상황에서 고군분투했을 남편과 한국에서 크고 작은 것들을 정리하며 아이와 둘이 비행기 타고 호주로 온 나.


긴 말은 하지 않았지만 서로 토닥이며 '고생했다. 고생했어' 라며 서로를 위로했다.


"호주에 왔으니 플랫 화이트 한잔 어때?"


남편의 한마디에 정신이 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돌아보니 공항 한복판에서 눈물의 상봉식을 하고 있었다. 웃기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누가 보면 엄청 사연 있는 가족인 줄 알겠네..


플랫 화이트 한잔이 어떤 맛이었는지는 사실 가물가물하다.

그 맛보다도 이국적인 호주의 경치가 눈에 들어왔다. 차를 타고 공항에서 집으로 왔다.

'여기구나 우리가 이제 살 곳'


이삿짐은 아직 정리가 덜 된 상태였다. 회사에 출근하면서 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그 바쁜 와중에 아이가 온다고 청소는 해놓은 듯 했다. 씻고 나니 노곤했다. 한국에서 세 식구가 함께 쓰던 그 침대에 누워 달콤한 낮잠을 잤다.


호주에서의 첫 식사, 설레는 마음으로 저녁식사를 하러 나섰다.

호주 생활 2개월 선배, 남편이 안내한 곳은?

그가 원래 좋아하던 한식.. 설렁탕, 갈비탕, 만두 ..


호주에 도착한지 5시간만에 다시 느낀 고국의 맛이었다.

남편 고...마워.. 하하



*인천공항에서 출국심사 후 비행기 타기 전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이 꽤 있다.

뽀로로 키즈존이 게이트 가까이에 있어 아이가 신나게 놀았다.


*비행기 이착륙 시 아이의 귀가 불편할 수 있으니 헤드폰과 비타민 사탕을 준비하면 좋다.

헤드폰과 사탕을 비롯해 다양한 놀잇감들을 주변에서 선물로 많이 받았는데, 너무 감사했다.

선물로 받은 놀잇감은 꽁꽁 숨겨놨다가 비행기 안에서 처음 아이에게 공개했다.


*호주 집 구할 때 고려하면 좋을 점

위치는 북향일 때 해가 잘 들어온다.

어린아이가 있으면 카펫바닥보다는 마룻바닥이 더 좋은 것 같다.

나머지는 한국에서 집 구할 때 고려하는 점들과 비슷하다. 교통, 편의시설, 학군 등


*호주에서 집 구할 때 참고할 만한 앱으로는 Domain, Real estate 이/가 있다.


*집 보러 가는 것을 인스펙션 간다고 하는데 정해진 시간에 여러 명이 한꺼번에 모여 집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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