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엄마의 유모차 여행

아이와 유모차로 대중교통이용하기

by Oli
유모차가 가지 못하는 곳은 거의 없다. 사람들의 배려가 모든 걸 가능하게 만든다


한국에서 아이가 태어났을 때쯤 나는 운전을 하고 있었기에 유모차는 동네 산책이나 쇼핑몰에서 돌아다닐 때 정도로만 짧게 사용했었다.


호주는 한국과 달리 오른쪽 핸들운전이고, 교통규칙도 공부해야 했기에 바로 운전을 할 수 없었다. 호주에서의 낯선 생활이 안정된 후 운전연습을 해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유모차로 아이와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곳저곳을 다녔다.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경험을 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유모차로 못 갈 곳은 거의 없다.


호주에서 주로 이용하는 기차는 지상으로 다니는 Train, 우리나라 지하철과 비슷한 Metro, 도로 위를 다니는 트램인 Light Rail이 있다. 초기에 나는 Train을 타고 시드니 시내로 나갔다. (최근 Metro가 시드니 시내까지 연장 운행하여 요즘엔 Metro를 자주 이용하고 있다.) 역마다 다르지만 승강장과 열차 사이에 단차가 높은 역도 있고, 낮은 역도 있는데 유독 높은 역을 이용할 때는 애를 먹곤 했다.


예측할 수 없는 단차에도 불구하고, 안심하고 여행할 수 있었던 건 주변 사람들의 도움과 배려 덕분이었다.


유모차가 우선으로 들어갈 수 있게 배려해 주었고, 높은 단차에서는 주변에서 적극적으로 유모차를 들어 올려주었다. 유모차가 들어서면 약자 배려석에 앉아있던 분들도 일어나 자리를 양보해 주었다. 그래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 Thank you 말했다. 감사할 일이 너무 많았다. 오죽 많이 썼으면 아직 영어를 잘 모르는 두 살 아이가 항상 "엄마 누구한테 땡큐 했어? 왜 땡큐 했어?"라고 물어볼 정도였다.

우리 아이가 호주에서 처음 배운 영어는 '땡큐'였다.


호주 할아버지의 유모차 사용법 개인교습

몇 번의 경험으로 대중교통 유모차 여행에 자신감이 붙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별로 높지 않은 단차를 확인하고 유모차 앞바퀴를 들어 열차 문 안으로 넣으려고 할 때였다.


‘아뿔싸' 앞바퀴가 승강장과 열차 사이로 쑥 빠져버렸다.

사고다!


나도 당황했지만, 주변 반응이 더 컸다.

“Oh my god!!"

할아버지를 비롯해 다른 분들이 함께 앞쪽을 잡아 유모차를 올려주었다. 등에서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열차에 타자 주변 분들이 나를 다독였다.

아이는 괜찮은데 엄마가 놀랬다면서 그럴 수 있다고, 괜찮다며 위로해 주었다. 그분들 말씀대로 우리 아이는 괜찮았다. 다행이었다.


그럼에도 할아버지는 정신없어 보이는 초보엄마가 신경 쓰이셨는지 직접 유모차를 붙잡고 기차 타고 내릴 때의 유모차 사용법에 대해 설명을 해주셨다. 그리고 우리가 내려야 하는 역에 도착하자 직접 승강장으로 유모차를 내려주시고서는 다시 열차에 올라타셨다. 마지막까지 너무 감사했다.




메트로에서 유모차 분실사건

두 번째 사건은 메트로에서 일어났다.

약속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이제 막 승강장에 들어오는 열차를 타야 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후다닥 내려가니 열차의 문이 막 닫히려는 듯 삑삑거렸다.

아이는 엄마가 허둥지둥 움직이자 불안해했고, 안아달라 보챘다.

일단 유모차를 밀어놓고, 아이를 안아 타려고 하는데..


문이 닫혀 버렸다.

큰 엔진 소리와 함께 열차는 어둠 속으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유모차만 싣고 기차가 떠나버린 것이다.

심장이 쿵쿵

내 귓가를 때렸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주변을 두리번거리니 상황을 보고 있던 직원이 다가왔다.

다음 역에 있는 다른 직원에게 연락해 상황을 설명하였다. 나를 안심시키며 지갑 같은 중요한 물건도 유모차에 있는지 물었다. 다행히 내가 따로 작은 가방을 메고 있었기에 중요한 물건은 잘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유모차와 함께 실려 보낸 아이의 애착인형!

애착인형이 사라진 사실을 알면 아이가 너무 슬퍼할 것 같았다.

그 사실만 아이가 알지 않길 바랄 뿐이었다.


반대편 승강장에서 곧 열차가 들어온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이번 열차에 우리 유모차가 실려있었다.

몇 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길게 느껴졌다.


반대편 승강장으로 들어온 열차 문이 열리고,

다른 직원이 환한 웃음을 지으며 나에게 유모차를 건네주었다.

우리 유모차!

코끝이 찡해지면서 눈물이 살짝 고였다.


정신 차리고 보니, 유모차에 있던 다른 물건들은 그대로 잘 있었다. 아이의 애착인형도 잘 있었다. 직원들의 친절하고 빠른 대처 덕분에 상황을 잘 해결할 수 있었다. 너무 감사했다.


그리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아이는 그 상황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나한테 "엄마 왜 ooo(애착인형이름) 혼자 메트로 타고 가버렸어?"라고 물었다.


초보 엄마 덕분에? 나날이 애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우리 두 살 아이다. 아이랑 다닐 땐 좀 더 천천히 조심히




*대중교통은 한국과 비슷하다. 교통카드가 있어 교통카드에 금액을 충전하고, 요금지불기에 접촉하면 된다. 시드니 NSW주 기준으로 보통 4살부터 금액을 내기 때문에 3살까지는 무료로 탈 수 있다.


*호주 시드니 내에 어디든 교통약자를 배려하는 길이 마련되어 있다. 그 길로 유모차를 끌고 다닌다.


*버스 탈 때는 우리나라의 저상버스처럼 버스 바닥을 낮춰주기 때문에 유모차를 쉽게 올릴 수 있다. 안에 들어가면 양 옆으로 교통약자석이 있는데 그곳에 유모차를 세워놓고, 의자에 앉으면 된다. 버스 타거나 내릴 때도 충분히 기다려주기 때문에 천천히 해도 된다. 한국에서 버스 탈 때와 똑같이 교통카드를 요금지불기에 접촉하면 면 된다.


*페리는 호주의 특별한 교통수단으로 목적지에 맞는 승강장을 잘 확인한 후 교통카드를 요금지불기에 접촉하고 들어가서 타면 된다. 배 안쪽 좌석과 바깥쪽 좌석이 있는데 주변 경치를 감상하고 싶으면 바깥쪽에 앉는 것이 좋다. 간혹 바람이 많이 부는 추운 날에는 안쪽에 앉곤 하는데 안쪽도 좌석이 많고 공간이 넓어 유모차를 가지고 들어가도 괜찮다.


*구글맵을 활용하여 열차 시간이나 공지사항(열차운행지연 등)을 확인한다.

Train이나 버스는 종종 지연되는 경우도 있으니 확인하면서 타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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