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그럴수도

흘러가게 두는 연습

by 윤사랑

흘러가게 두는 연습



강물은 소리 없이 흘러간다.

보내야 얻기 때문이지.

바람은 언덕을 탓하지 않는다.

그저 지나갈 뿐이다.



예전엔 그게 잘 안 됐다.

힘든 건 피하고 싶었고,

불편한 사람은 틀렸다고 생각했다.

그 사람이 이상한 거라고,

그 상황이 잘못된 거라고,

나는 피해자라고,

나는 억울하다고

끝없이 되뇌었다.



그렇게 부정하는 시간에

내 인생까지 쓰고 있었다니,

지금 생각하면 참 아득하다.

도대체 진정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는가.

그 질문 앞에서

나는 조용히 고개를 떨구었다.



그 사람을 탓하면서도

그 사람을 마음속에 붙잡고 있었고,

그 일이 지나갔음에도

그때의 나를 계속 끌어안고 있었지.

아픈 기억도,

죄책감도,

그 사람의 말 한마디도

이미 지나간 것들이었는데

내가 계속 붙잡고 있었더라.



어느 날, 그냥 인정했다.

그래, 그런 일이 있었지.

그런 사람도 있었고,

그런 내가 있었고.

그게 맞는 거더라.

세상엔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고,

그게 이상한 게 아니라

그냥 그런 거더라.



나한테 피해를 주는 사람마저도.

화를 잘 내는 사람,

성격이 거친 사람,

뒷담화를 많이 하는 사람.

그 사람들도 그냥,

자기 인생을 그렇게 살아가는 거더라.

그렇게 살지 않으면

이미 그 사람이 아닌 거니까.



그래서 다 놔버렸다.

그래, 각자의 인생.

그 사람은 그 사람대로 살아가고,

나는 나대로 살아가면 되는 거더라.

그 사람을 바꾸려는 마음도,

그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도

결국 내가 붙잡고 있었던 에너지였다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졌다.

그 사람이 자기 인생을 사는 것처럼

나도 내 인생을 사는 거니까.

그렇다면,

참을 필요도 없더라.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

적당히는 티내줬다.

내가 나를 지키는 방식으로.



지금 돌아보면,

그때의 나도 참 애썼다.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어떻게든 이해해보려고,

어떻게든 나를 지켜보려고.

그 마음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거겠지.



이젠 조금은 알 것 같다.

모든 걸 이해할 필요는 없고,

모든 걸 해결할 필요도 없고,

그저 흘러가게 두면 되는 일들이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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