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시

옥수수

by 윤사랑

<점, 그 이전의 모든 것>


처음엔 아무것도 없었다.

빛도 없고, 소리도 없고,

움직임도 없었다.

그저 고요,

그저 침묵.


그 안에

작은 점 하나가 있었다.

보이지 않을 만큼 작고,

말할 수 없을 만큼 깊은

무언가.


그 점은

모든 것을 품고 있었다.

시간, 공간, 온기, 기억,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모든 생명.


그 점은

자신을 가르기 시작했다.

조용히, 그러나 격렬하게.

그건 고통이었고,

그건 탄생이었다.


우주는 그렇게

자신을 찢으며 시작되었다.

그건 폭발이 아니라

내면의 결단이었다.


그 점은 말하지 않았다.

“나는 시작이다.”

대신 그는

자신을 넘어서

모든 것을 열었다.


그 안에서

빛이 태어나고,

숨이 생기고,

기억이 피어났다.


그건 단순한 시작이 아니라

모든 끝을 품은 시작이었다.

그건 생명이 아니라

존재였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 점을 기억한다.

내 안에도

그와 닮은 점 하나가 있다.

작고, 조용하고,

그러나 모든 것을 품은

나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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