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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은 Jul 13. 2021

쑥 인절미

쑥떡계의 에르메스



지금 내가 사는 우리 동네엔 쑥떡 계의 에르메스라 불리는 쑥 인절미가 있다.

지인의, 에르메스를 거론한 추천에 진심 어린 코웃음을 선사했다. 훗- 네 얼마나 맛있나 볼 테다. 눈도 없는 쑥떡이랑 초면에 눈싸움을 한다. 아 그런데 한입 두입 베어 먹을 때마다 향긋한 쑥 줄기가 한 올 한 올 치실처럼 이 사이에 사~악 걸리는 것이, 세상에! 내가 여적 먹었던 쑥떡은 쑥떡이 아니라 쑥색인 떡이었던 거다.


이렇게 되면 지인이 참 고맙다. 잠시 의심한 건 미안하면 된다. 이제 쑥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다 믿을 판이다. 갈래갈래 쑥 가닥이 떡 반죽에 차곡차곡 몇 개의 레이어에 걸쳐 자리한다. 과히 에르메스 스카프의 프린트를 몇 차례에 걸쳐 레이어 입히는 작업과도 같다. 지인이 에르메스라 한 것은 그만큼 귀한 맛이라는 소리였을 것이다. 정작 먹어보니 재료와 공정과정이 명품인 것이다.

맛에 대해 더 설명하자면 쑥 줄기가 이에 걸려 불쾌하냐, 하면 그게 또 쫀득한 인절미가 씹히면서 다시 이 사이에 낀 쑥 줄기들을 스르륵 휘감아 데려간다. 처음 몇 번 씹을 때는 전혀 단맛이 없다. 찰기만 느낄 뿐. 씹을수록 침과 섞여 달근해질 즈음 삼키지도 않았는데 목구멍으로 호로록 내려간다. 목구멍 아래서 누가 잡아당기는 게 분명하다. 목구멍 아래에서 전에 없던 새로운 자아가 생긴다. 저도 먹고픈게지. 입에선 안 넘어가려 계속 씹어대고, 목에선 잡아끌고 참 안타까운 이별이다. 괜찮다. 또 한입 베어 물면 된다.

지방에 계신 어른들에게 보내 드리고 싶은데 지방엔 배달이 안 된단다. 당일 만들어 당일 섭취가 확실한 수도권 내에 한하여 배송을 하신단다. 쑥 사장님의 저 서늘한 자부심이라니! 맛을 지키고자 하는 저 뚝심과 소비자를 안달 나게 하는 저 날카로운 판단력. 아 명품이다.

나는 지금 쑥 인절미 사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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