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와가치 Aug 28. 2021

공개입양

과거 완료형 2

입양하기로 마음먹은 일보다 더 어려운 결정이었다.

아이에게 있는 그대로 말해주면서 키울 것인지, 그냥 내가 낳은 것처럼 시치미 뚝 떼고 키울 것인지, 

가까운 주변 분들께는 어느 선까지 말할 것인지 등을 생각하느라 입양을 실천하기도 전에 에너지가

다 소진될 판이었다. 어떻게 결정되더라도 세월이 흐른 뒤에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을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단지 부모로서 할 수 있는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이 아이에게 덜 상처가 

될 것인지 그것이 제일 중요했다.


남편은 아이가 자라서 어느 정도 말 뜻을 이해할 때 솔직하게 말해주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었고, 

나는 아주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귀띔해주고 끝까지 비밀로 하고 키우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떤 생각도

틀리다고 말할 수 없는 문제인 것을 우리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입양기관에 방문하던 날, 우리 부부가 갈등하는 문제에 대하여 상담을 했다. 

그런데 입양 기관에서 그러한 문제를 놓고 그동안의 연구 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 있다며 알려주었는데 

의외의 조사 결과를 보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아이가 입양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키우는 것이

성인이 되어서도 문제가 커지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를 보게 된 것이다.


아이가 평생 동안 출생의 비밀을 모르고 지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다양하게 얽혀있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생활하다 보면 언젠가는 아이가 자연스럽게 눈치챌 확률이 

더 많다는 것이다. 더구나 비밀입양으로 인해 뜻하지 않게 부정적인 돌발상황이 발생했을 때의 부작용이란 

자녀가 아이일 때든, 청소년이 되어서든, 심지어 성인이 되더라도 그 충격과 배신감은 동일하게 느낀다는  

것이다. 조사 결과에 의하면 유아기 때부터 자연스럽게 이야기해주는 것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되어 있었다.


어려서부터 아이에게 그걸 말하면서 키운다는 건 너무 가혹하지 않을까? 입양은 우리들이 선택한 일이고 

부모로서 받게 될 상처는 이미 각오하고 시작한 일인데 어린 아기에게 솔직하게 말하며 키울 수 있을까?


하지만 입양기관에서는 입양 부모들이 아이에게 입양 사실을 공개해서 키우든, 비밀로 해서 키우든 

양부모의 결정을 존중하여 그 선택에 맞게 부작용을 줄일 수 있도록 최선의 방법으로 도움을 주겠다고 한다.



우리 부부는 지혜를 구하며 서로 시간을 보낸 후에 곧 같은 결론을 내렸다. 

입양기관에는 많은 자료들이 있다. 입양기관에서는 아이를 양부모에게 맡길 때 최상의 조건을 요구하며 

부모의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분석한다. 입양 후 아이가 좋은 가정에서 안정되게 자랄 수 있도록

입양된 후에 생길만한 일들에 대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많은 연구 한다. 초보 부모인 우리가 아무리

고민하고 연구한다 해도 입양기관만큼 다양한 정보와 지식이 있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우리는 입양기관의 

연구 자료 결과에 따르기로 했다.


공개입양을 결정함에 따라 입양기관에서 우리에게 제공해 주는 자료들을 읽으며 덜컥 겁부터 났다.

유아 사춘기를 지나는 아이들은 4~5세 무렵부터 "엄마! 아기는 어떻게 나와? 나는 어떻게 태어났어?" 등

갑자기 부모에게 질문들을 쏟아내기 시작하고, 초등학생이 되어서는 이 부모가 자신을 사랑하는지 안 하는지

이상한 행동으로 부모를 시험해 본다고 한다. 자신이 낳은 아이도 말을 안 들으면 부모 된 것에 대해 회의를 

느끼게 되는데 입양해서 기른 아이가 부모 속을 썩이면 서로에게 너무나 큰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자료였다.


그와 함께 희망적인 자료도 있었다. 공개 입양 부모 모임을 통해서 얻어지는 안심되는 이야기들이었다.

먼저 경험한 선배 부모님들의 이야기를 통해 많이 배우게 되고 다양한 해결책들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를 데리고 결혼식장에 가게 되었을 때 자연스럽게 아이에게 대화를 시도하는 방법이다.


"저기 저 신랑 신부 예쁘지? 저 사람들은 각자 서로 다른 부모님에게서 태어났어. 처음에는 서로 모르던 

사이였지만 사랑해서 한 가족이 되었대. 그걸 '결혼'이라고 해. 저 가족에게 곧 아기도 태어나게 될 거야. 

그걸 '출산'이라고 하지. 가족이 되는 방법에는  '결혼, 출산, 입양'이라는 세 가지 방법이 있어. 우리 가족은

결혼과 입양이라는 방법으로 한 가족이 된 거야."


서점에 입양에 대한 책들도 있다고 하니 당장 사봐야겠다. 무엇보다도 입양을 먼저 하신 분들의 모임에 

가입해서 그분들의 성공 사례도 들으면서 많이 배우고 싶다. 우리는 어떤 부모가 될 것이며 어떤 일들을 

겪게 될까? 곧 우리에게 올 아기를 최선을 다해 키워 보리라 다짐하지만 혹시나 아이가 성인이 되어 

자신의 근본에 대해 알아보고 싶다고 갑자기 말했을 때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기꺼이 도울 수 있는 

넓은 가슴의 부모가 될 수 있을까?


욕심을 버리자. 우리가 부모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서 진행되는 일이기도 하고, 그와 더불어 하나님께서 

사랑이 필요한 아이를 내 가정에 잠시 맡겨주신 것이라고 생각하자. 그러다 보면 나도 그 아이에게 최선을 

다 하게 되고 또 아이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성숙한 부모가 되지 않을까? 그저 사랑하기만 하자.


아주 가까운 주변 분들에게 우리 부부가 입양하기로 결정했다고 말씀드리니 어떤 분께서 말씀하시기를 

우리 가정에 오는 그 아이는 행운아라고 하시는 거다.  아니다. 여자로서 도리도 못한 내가 그 아이 때문에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 '엄마'라는 자격을 받게 되었으니 나야말로 행운엄마다. 


2001년 2월 13일
















매거진의 이전글 입양을 결정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