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식물, 자연광-초록 선물로부터

초록 선물로부터

by 김윤경

손한별(Son, HB) 네 번째 개인전 ‘하늘, 식물, 자연광(The Sky, Plants, Natural Light) 전시 서문

초록 선물로부터

5월과 6월은 아마도 우리나라의 극심한 추위와 더위에 큰 영향을 받지 않으며 ‘초록’이라는 따뜻함 혹은 시원함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달이 아닐까 한다. 손한별 작가는 4년째 이러한 5월과 6월 사이에 ‘하늘, 식물, 자연광(The Sky, Plants, Natural Light)’이라는 제목의 개인전을 열어 왔다.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얻고 치유를 받고 그렇게 자신이 경험한 자연을 캔버스 위로 옮겨 예술 작품으로서의 또 다른 자연을 만들어 내며 세상과 공유하는 방식은 자연의 일부인 자신을 인식하며 삶을 영위해 나가는 한 화가로서의 삶의 방식일 것이다. 네 번째를 맞이한 손한별 작가의 ‘하늘, 식물, 자연광(The Sky, Plants, Natural Light)’ 전은 여름날의 폭우처럼 변화무쌍하면서도 어머니의 사랑과도 같이 늘 변함없이 따뜻한 자연의 빛을 머금고 있는 작품들로 가득하다.

손한별 작가는 유화를 비롯한 순수 회화, 영상 설치, 디자인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작업하며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등의 여러 감각들로 느낄 수 있는 자연의 다양한 면모를 느끼게 해 주고 있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특별히 영상 작업 대신 관객과 더욱 가깝게 호흡하며 작업에 참여시키는 인터랙티브 아트(Interactive art)의 결과물인 일련의 회화 작품들을 선보인다. ‘초록 선물로부터’라는 연작인데 작가의 주변 소중한 사람들이 경험한 자연, 특히 작가의 작품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연상시키게 했던 자연 현상들을 찍은 사진이나 영상 등에 기반을 두고 작업하게 된 회화 작품으로 구성된다. 작가가 이러한 이미지들을 ‘초록 선물’이라 일컫는 이유는 아마도 그들이 포착한 자연, 그 이미지들의 구현을 통해 그들과 공감하며 자연이 주는 공통적 정감을 인식하고 그 본질을 깨닫고자 한 데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작가가 표현해 낸 ‘초록 선물’은 식물의 잎새와 같은 형상을 하고 있는데 여러 계열의 초록색의 정성스러운 선묘로 구성된다. 화면에 자유롭고도 질서 있게 그려 놓은 식물의 잎새, 그 위에 정겹게 올려놓은 것만 같은 투명의 물방울 등의 표현을 통해 말이 없는 식물이 보여 주는 삶의 방식, 순응하며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야 하는 자연의 섭리에 대해 호소하는 듯하다. 이러한 독특한 잎새의 표현은 그간 평면 위에 자연의 질감을 나타내려 독자적인 방식으로 행한 연구의 결과가 아닐까 싶다. 작가는 붓을 일부러 굳혀 물감을 찍거나 문지르기도 하고 또 어느 부분은 물감이 마르기 전에 여러 방향으로 블렌딩(Blending)을 하는 등 자신이 경험한 자연을 캔버스 위에 그대로 옮기기 위해 많은 실험을 해 왔다. 최근에는 물감을 아주 얇게 캔버스 위에 문질러 가며 독특한 색조를 만들어 내고 있는데 이러한 방식을 통해 화면에 몽환적인 빛의 신비를 드리우는 효과를 얻어 내고 있다. 즉 각인된 자연의 순간이 작업 과정 속에서 ‘기억’이라는 필터를 거쳐 점차 아련하고도 아름다운 꿈과 같은 또 다른 차원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그림은 어느 순간 자연의 색이나 형태 등의 외양에 관한 것이기보다 어떤 목적도 없는 즐거운 행위에 관한 것으로 바뀌게 된다. 예술은 자연의 모방에 관한 것이 아니라 자연이 결여하고 있는 부분을 완성시키는 것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은 이러한 작가의 행위, 크게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예술의 관계를 설명해 주는 의미심장한 말이 아닐까 한다.

예술가는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소우주, 또 다른 자연을 탄생시킨다. 그 과정은 어쩌면 불가해한 자연 현상의 존재와 마찬가지로 신비스럽고 아름다운 하나의 여정일 것이다. 다양한 색조의 흰색을 가지고 자신만의 실험을 펼쳐 보였던 미국의 화가 로버트 리먼(Robert Ryman)은 “회화의 궁극적 목적은 기쁨을 주기 위함이다. 회화는 물론 이야기나 역사를 내재할 수 있지만 그로부터 기쁨을 얻기 위해 그 모든 것들을 알 필요는 없다. 교향곡을 즐기기 위해 그 모든 음표나 코드를 알 필요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회화란 음악의 구조와 같이 물감의 물성과 그것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배우는 것이요, 캔버스 위에서 일어나는 즉흥에 관한 것이다. (The real purpose of painting is to give pleasure. That’s the main thing that it’s about. There can be a story and a lot of history behind it, but you don’t have to know all of those things to receive the pleasure from a painting. It’s like listening to music. You don’t have to know the score of a symphony in order to appreciate the symphony. You can just listen to the sound. Like the structure in music, you learn about paint and what you could do with the paint. It’s an important part of painting that it has to have a feeling of like it just happened.)”라고 하였다. 손한별 작가의 네 번째 개인전, ‘하늘, 식물, 자연광(The Sky, Plants, Natural Light)’은 작가 자신이 자연으로부터 받은 감동과 위안에서 출발하여 환상적인 자신만의 꿈의 이미지로 구축하는 과정, 어린아이와도 같은 그 순수한 행위에 관한 것이다. 화면 위의 여러 색조의 초록은 빛을 잔뜩 머금고 있으며 그 신비로움은 자연의 경이로움과 묘하게 닮아 있다. 크나큰 선물이 아닐 수 없다.

김윤경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하늘, 식물, 자연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