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기사 하나로 조금씩 돌아갈 원동력이 생겼다
제가 저에게 PTSD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건 대학교 1학년 때였습니다.
학교에서 정해진 토익점수를 받아오지 못하면 졸업을 안 시켜준다고 해서 미리 만들어서 제출해 버리자고 마음먹고 시험을 신청했는데요.
그때가 정확히 기억나는 건 학교 축제를 하기 전에 어린이날도 되기 전이었습니다. 시험을 보는데 학교 선생이 감독을 하잖아요. 그래서 갑자기 환청까지는 아닌데 계속 욕하고 저주하는 그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감독하는 선생은 몇 분 남았다고 했을 뿐인데 갑자기
이 멍청한 새끼야, 지금도 답체크 안 했냐?
이런 말로 들리더군요. 당시에 점수를 880을 받았는데, 시험을 제대로 보는 것 자체가 무리일 정도로 PTSD에 의해서 방해를 받은 느낌이었습니다.
당시에 제가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처음에 정신과를 찾아간 게 아니라 학교에 계신 심리학과 교수님께 찾아갔어요.
그래서 상태가 심각하다는 걸 알게 되었고, 앞에서 말한 그 선생의 말에서 나온 '이 멍청한 새끼'는 저고, 다섯 번째 글에 나온 '그 새끼'와 그 새끼랑 같이 저를 괴롭혔던 '개새끼들'이 원인제공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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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병원에서 당시의 진단장비로도 이상한 부분을 발견하게 되어서 일단 지켜보자고 했던 게 8년 정도 지나서 엄청난 일이 벌어지기도 하더군요.
하여튼 몇 년 정신을 못 차리다가 큰일이 몇 번 지나가고, 제가 단순한 명제인
잘못했으면 벌 받아야지.
라는 것을 성립시키기 위해 뛰어다닌 시간은 근 20년인데 반은 달성이 되었고, 반은 진행 중이에요.
힘들어하는 그 상황에 그것도 새벽에 신문기사를 보게 되었어요. 거기에 '생각의 순서를 미루는 것'에 대한 개념이 나오더군요. 시험을 잘 보지는 못했지만, 시험 전날 잠깐 본 그 신문기사 덕분에 정신은 차리고 시험을 볼 수 있었어요.
그리고 그 신문기사에서 소개한 책도 자발적으로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자연과학이나 기타 지식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책 이외의 책을 자발적으로 구매한 것은 난생처음이었습니다.
나중에 읽고 괜찮으면 느낌을 적어볼 생각입니다. 충동구매라면 충동구매일 수 있는데 이러는 저도 제 자신이 신기해서 글로 적어보았습니다.
그리고 PTSD를 앓고 계시는 많은 분들이 저처럼 시달리고 사시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