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alm May 17. 2024

예순한 번째 : 너는 하고 싶은 게 뭐니?

갑자기 물어보는 분이 계셔서 대답해 봅니다.

제가 예전에 이런 글을 적은 적이 있습니다.

https://brunch.co.kr/@f501449f453043f/91


우리 부모님께서는 하고 싶은 일을 하시지 못하고, 아버지는 금전적인 이유로, 어머니는 현실적인 이유로 인해서 그냥 일반 사람들이 다 하는 것을 선택하셨다고 해요.


아버지는 집이 너무 가난하기도 했고 현실이 너무 힘들어서 외국으로 나가는 직업을 하고 싶으셨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버지가 잘하는 과목들과 괴리가 너무 심하기도 했고, 외무고시를 준비해야 하는데, 아버지네 집 자체가 가난 중에서도 최악의 가난을 겪는 상황이었고, 아버지가 막내이기도 해서 도저히 다른 일을 하면서 고시공부가 안될 듯해서 전공을 자기가 잘하는 가장 쉬운 쪽으로 선택했다고 하셨습니다.


어머니의 경우에는 여군을 하고 싶으셨다고 하셨습니다. 해외에서 온 어머니의 경우에는 대한민국에 있는 육해공군 사관학교가 여자생도를 안 받는다는 것을 중학교 졸업할 때까지도 알지 못하셨다고 해요. 어머니 쪽은 많이 부자였지만, 막내이고 여자인 어머니에게 교육을 시킬 의지가 없으셨다고 해요. 오히려 중학교 때 담임선생님이 고등학교에 같이 가게 되면서 그 선생님의 조력으로 하고 싶은 군인과는 다른 길이지만,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에 갈 수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어떻게 보면 마지막은 괜찮았다고 볼 수 있어요. 아버지의 경우는 솔직히 마지막이 완벽했다고는 보기 힘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항상 부모님이 저에게 이야기하셨던 부분은 이렇습니다.

돈 걱정은 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을 해라.
예체능도 좋으니 하고 싶다면 그걸 해라.


그런데 다행인 건지 불행인 건지...... 예술과 체육 이런 부분에 저는 관심 자체가 없어요. 물론 경음악이나 클래식음악 혹은 OST를 많이 듣기는 하지만...... 적당히 취미 수준이고, 그것을 파고들어서 알만한 전문적인 지식은 없어요. 그리고 운동은 숨만 쉬면 되지 뭐 하려고 하냐는 주의의 사람입니다. 머리를 쓰면 되지 뭐 하러 몸을 쓰냐는 주의의 사람이기도 해요.


아직도 제가 뭘 하고 싶은 것인지 구체적으로는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비슷한 질문을 받았을 때 이렇게 대답을 했던 기억이 있어요.

누가 나에게 다가올 때 부담 없이 다가왔으면 좋겠고,
자식이 있다면 친구 같은 아빠가 되어주고 싶고,
그래도 내가 전공한 부분 혹은 공부한 부분에 있어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질문을 받으면 적당히 대답정도는 해줄 수 있고,
어디를 찾아보면 나온다 정도는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아버지를 투영해서 봤을 때에는 그냥 이런 것들이 쉬운 부분인 것 같지만 본인이 의지가 없다면 할 수 없는 부분인 것 같고, 어머니를 투영해서 봤을 때에는 지식을 쌓고 눈높이에 맞게 알려주려고 생각하는 과정이 어렵지 또 누구에게 알려주는 과정이 어렵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보기는 합니다.


최근에 조금 큰 일을 겪으면서 저도 인생관이 조금씩은 변해감을 느낍니다.


아직도 이 부분에 대한 대답은 명확히 하지를 못하겠어요. 무엇을 위해서 공부를 하는지도 솔직히 모르겠고, 그냥 제가 공부를 하는 이유는 최대한 '금전적인 측면'에서 벗어나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뭘까를 생각하다가 택했고, 그리고 본전생각 이런 건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냥 단순하게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한 중간 과정이라고만 생각했지, 점수가 안 나오고 시험에 떨어지고 그 순간 이외에는 그렇게 크게 생각은 해보지 않았어요.


오히려 저에 대해서 이야기 해는 사람들은 이모들이나 외사촌누나들 정도? 이모부들이나 외사촌 형님들은 그냥 걱정이 아니라 그냥 안부확인 정도? 하시는 편입니다.


그리고 막상 저한테 이상한 소리 하시는 분들이 제가 코너에 몰렸을 때 전부 다 자기와 자기 자식들 안위를 챙기기 바쁘지 제가 정말 어디 가서 토막이 나든 말든 신경도 안 쓰시는걸 직접 보기도 했고 듣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취직을 하거나 진학을 하거나 승진을 하거나 이사를 가거나 이런 부분을 절대로 먼저 물어보지 않는 것 같아요. 자존심의 문제일 수도 있고 드러내기 싫은 부분일 수도 있거든요.


저의 경우에는 물어봐도 대답은 하는 편인데, 별 생각은 없는데요. 그런데 거기에 대고 그냥 자기 인생 아니라고 막말하시는 분들이 가끔 있어서 그냥 예예 정도 하고 내버리는 편입니다. 정말 친한 사람들은 저한테 그렇게 물어보지도 않고, 그냥 "고생한다"정도 이야기 할 뿐이에요.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이상한 말도 많이 듣게 되고, 이상한 일도 더 겪게 되는 빈도가 많아지는 것 같은데, 단순한 질문을 받고서 생각이 너무 많아진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부정적인 생각으로 빠져들지 않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중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예순 번째 : 잠깐만 쉬어가자. 갑자기 왜 이러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